금년 초 꺼져만 가던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한미 FTA 체결로 급등하면서 잠시 임기 말 대통령마다 몽유병처럼 도졌던 그 ‘레임덕’이란 문구를 잊는 듯했다.
레임덕, 뒤뚱거리는 거위처럼 자기 위치에서 자기 소임을 다하기에 너무도 힘이 부쳐 나자빠진 모습이랄까?
그런데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주변의 권력실세들이 연이어 터진 권력형 스켄들로 곤욕을 치르면서 ‘레임덕’의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
먼저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부산의 건설업자 김상진씨로부터 정치후원금 2000만원 외에 수천만원의 돈을 추가로 받은 혐의가 포착돼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돈이 흘러들어간 시점에 대해 정밀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치후원금 외에 어떤 돈도 받은 적이 없다”던 정전비서관의 말은 거짓말이 된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사람이 검은 돈을 챙기고 거짓말까지 했다면 노무현 정권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지고 만다.
물론 정전비서관이 뇌물을 받았다고 확정지어 말할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청와대 실세인 정전비서관이 이 추악한 의혹에 말려들었다는 것 자체가 도덕성이 생명인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맞지 않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여기에 ‘신정아’라는 인물이 다시 한번 노무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미 위조학력 고백(?)의 원조격인 그녀가 이젠 나라전체를 거대한 암운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바로 고졸학력이 전부인 그가 어떻게 학력을 위조하여 동국대 교수,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까지 추천될 수 있었는 가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의혹의 인물이 바로 청와대 실세인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임이 백일 하에 드러났다. 그리고 마침내는 변 실장과 신정아씨와의 관계(?)가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섹스스켄들로 번지고 있었다. 아주 지극히 사적으로 나눈 e-메일을 검찰들이 복구하면서 그 둘의 관계가 변 실장의 일관된 거짓말처럼 ‘잘 모르는 관계’가 아니라 사적으로 너무도 깊은 관계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연이어 변실장 위의 또다른 상층부를 찾아 조사의 칼날을 갈아가고 있다.
노무현 정권하의 최대 섹스 스켄들이랄까? 아니면 요즘 또 한차례 설전을 주고 받는 ‘간통죄 폐지’주장의 전주곡이랄까?
이러다가는 불륜으로 이어진 그 두 사람의 사적관계가 공적관계가 생명인 권력의 최상층인 정부 고위층으로까지 파고들어 한바탕 지리한 경국지색(傾國之色)이 될 것 같다.
박사학위증도 없는 그녀가 버젓이 대학교수로 임용된 그 배후에 어떤 힘의 논리가 도사리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게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다. 조금만 실무자가 신경을 썼더라면, 아니면 조금만 책임자가 진실의 눈을 뜨고 있었더라면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을, 이토록 썩은 환부를 드러내 듯 수많은 위조된 학력탄로의 도미노를 만들면서 한 여자가 나라를 들쑤시고 있다.
거기다가 더 코미디 같은 것은 변 실장의 거짓말과 은폐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사실 ‘불륜’이란 것이 아무리 지극히 사적인 관계라 해도 24시간 공적인 관계인 권부의 실세들이 잠시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인 것이다. 40이후엔 불혹(不惑)하라는 말이 그들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
물론 나라의 안위를 위해선 대통령의 레임덕은 없는 것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대통령이 재임의 마지막 날까지 소신적 국정운영에 나서주는 것이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의 정윤재 김상진 뇌물 스켄들, 변양균 신정아 학력/섹스 스켄들의 경우는 너무도 큰 태풍이었다. 그 거센 태풍 앞에 그 어떤 오리도 귀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그 오리가 귀우뚱거리더라도 정권의 시녀가 아닌 검찰은 명예를 걸고 한 점 의혹 없이 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고, 그간 너무도 뿌리 깊히 박혀 나오지 못했던 ‘정경유착’ ‘권학유착’의 환부를 멋지게 도려내 주길 바란다.
뇌물로 경제를 더럽히는 자, 부적절한 육체관계로 공적관계를 해치는 자, 이 모두가 공공의 적(敵)인 것이다.
오호, 통재라! 마침내 노무현 대통령의 ‘레임덕’이란 말인가
2007년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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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9 08: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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