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대선비급, 대학평준화 내전을 도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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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ears)등록 2007.09.21 08:13

문국현이 뜨고 있다. 문국현이 잘 나서 뜨는 게 아니라 상황이 그를 요청하고 있다. 왜냐하면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판은 5 대 5 구도다. 구독재세력과 반독재세력. 이 두 세력의 대립이 가장 큰 틀이다. 구독재세력은 대통을 이을 세손을 내세웠는데 반독재세력은 무인지경이다. 제도권 내에서 적손을 내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문국현이 억지로 떴다.

문국현 지지율이 꿈틀하기 시작한 건 손학규 대세론이 확고부동하다고 여겨졌을 때였다. 드라마 대조영에서 설인귀 밑의 홍패가 고구려 부흥의 상징이 될 순 없었던 거다. 고구려 부흥을 위해 왕씨가 힘을 쓰지 못하니 다른 누구라도 필요한 상황이 됐다. 대씨가 새로운 적통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조건이다.

영웅이 시대를 여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했다. 시대가 누군가,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그것은 위에 말한 것처럼 반독재 반한나라 세력의 여망이다. 그들은 지금 허수아비라도 업어오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 시대가 갈구하는 것은 또 있다. 바로 이 지긋지긋한 판을 끝장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비전과 희망을 주는 사람이다.

구독재세력과 반독재세력의 대립 속에서 노무현에 실망한 반독재세력의 여망만 가지고는 49%밖에 얻을 수 없다. 초기에 지지율 차이가 아무리 극단적으로 나와도 일단 선거국면으로 진입하면 어느 쪽도 참패는 면한다. 모든 국민의 돌팔매를 맞았던 한나라당이 지난 총선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과 같은 이치다. 문국현이 아니라 누가 나와도 일단 반한나라 연합군의 대표 타이틀만 달면 참패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두 번째 여망인 국민의 갈증을 채워주지 못하면 5 대 5 구도에서 51%를 가질 수 없다. 국민은 부채감과 미움을 거의 잊었다. 부채감은 독재시절 그것이 정의롭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체제에 순응하며 민주화에 무임승차했다는 국민의 부채감을 말한다. 미움은 IMF 사태로 민생경제를 파탄 낸 것에 대한 증오다. 십년 정권을 통해 그것들은 거의 잊혀졌다.

물론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하지만 과거처럼 그것이 51%를 줄 정도로 확고하지는 않다. 지금 국민에겐 지난 십년 정권이 가져다 준 민생파탄의 고통이 깊게 새겨져 있다. 지난 정권들이 내세웠던 개혁의 구호가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그에 따라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도 커졌다.

문국현이 5 대 5 지형에서 한 쪽의 대표선수가 된다면 당연히 지지율이 대폭 오른다. 하지만 그것이 국민의 절망감을 뛰어넘을 순 없다. 51%를 얻어 대권을 잡으려면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서로 백중지세인 대립구도에서는 플러스알파가 최후의 승패를 결정한다. 그것은 민심이고 바람이다.

바람이 불려면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지금 국민은 답답하다. 삶의 조건은 날로 열악해지는데 결정적인 반전의 계기는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말 많은 참여정부 토론공화국엔 신물이 나 있는 상태다. 국민은 희망을 주는 결단력과 지도력을 갈구하고 있다. 바른 말 고운 말이 아니라 결정적인 한 방이 필요하다.

일자리 나누기, 중소기업, 사람이 희망, 평생교육, 이런 나긋나긋한 말들로 지난 십년 정권에 실망한 일부 민주화 세력의 가슴을 데울 순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이  가능할까?

문국현에게 필요한 건 전쟁이다. 그것도 남이 벌린 판이 아닌 자신이 주도하는 전쟁이다. 마치 개발이라는 박정희가 벌린 판에서 영원히 박정희가 51%를 먹듯이. 지역구도와 부패청산이라는 노무현이 벌린 판에서 노무현이 51%를 먹었듯이. 전쟁이 발발하려면 욕을 먹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천하의 대악인이 되어야 한다. 일단 전쟁이 터지면 그를 중심으로 판정리가 되고 49%에겐 ‘죽일 놈’이 되겠지만 51%는 먹게 된다. 대통령 중심제는 이 51%가 대권을 먹는 제도다.

게임을 지배해야 한다. 국민은 지금 새 출발을 원한다. 지난 15년 역사는 국민들에게 고통의 기억일 뿐이다. 새 출발이 될지도 모르는 이슈가 제기되면 온갖 시시콜콜한 문제제기와는 별도로 바람이 불기 시작할 것이다. 그것이 49%를 51%로 바꾼다. 청계천을 완전히 밀어버리겠다는 이명박의 제안은 구시대의 청산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판에서 아무리 갑론을박이 오가도 국민은 청산과 새 출발을 택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십년 정권 청산의 기치를 들었다. 그것은 고통의 청산을 의미한다. 애타게 <화려한 휴가>같은 영화를 띄우며 국민의 마음을 다잡으려 해도 한나라당이 먹고 들어가는 지형이다. 그 만큼 지난 십년 정권이 준 고통이 컸다.

문국현은 반세기 청산의 기치를 들어야 한다. 박정희와 노무현을 싸잡아 청산하는 것이다. 독재의 고통과 시장화의 고통을 모두 쓸어버리고 새 출발을 약속하는 것이다. 여기서 상징적인 재료가 필요해진다. 박정희에게 보릿고개, 노무현에게 부패, 지역구도, 이명박에게 청계고가였던 그런 재료 말이다.

그 재료는 나라를 두 조각으로 낼 폭발력이 있는 것이어야 한다. 동시에 한국 기득권 구조에 통렬한 일격을 가할 것이어야 한다. 동시에 대중의 고통을 덜어주고 지지를 얻을 만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게 찾은 재료가 처음엔 국민 귀에 황당하게 들려도 결국엔 ‘이런 된장 그렇게라도 바꿔봐?’하면서 바람이 불 것이다.

대학평준화 외에는 답이 없다. 물론 이것은 이념형이고 현실적인 정책으로는 국공립대 평준화로 제시할 수 있다. 인재할당제는 여기에 기본세트다.

대학평준화는 이 땅에서 사교육비를 없애버린다. 지금 국민들이 살면서 가장 고통을 느끼는 일순위가 교육비 부담이고, 자식 안 낳는 이유 일순위도 교육비 부담이다. 그 모든 고통을 일거에 날려버린다. 또 지난 15년 정권 동안에 심화돼온 교육격차를 통해 세습구조가 확립돼 가진 자들만 저희들끼리 잘 사는 구도도 깨진다. (10년 고통을, 15년 고통으로, 더 나아가 반세기 고통으로 바꿔야 한나라당-노무현을 싸잡아 청산할 수 있다.)

문국현이 제안하는 중소기업 활성화, 평생교육도 대학평준화 없이는 모두 공염불이다. 대학서열체제는 극소수를 지배자로 만들고 나머진 모두 노비로 만드는데, 중소기업엔 노비들이 들어간다. 노비는 결코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선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좋아질 수 없다. 중국과 저임금 경쟁이나 하다가 다 말라 죽게 된다. 또 학벌간판이 모든 평생교육을 무력하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이 땅에 평준화를 한 것이 박정희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평준화라는 것은 부자들이 귀족학교를 선택할 권한을 몰수하는 것인데 그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일이다. 지난 15년 역사는 고교평준화 해체사였다. 그래서 파탄이 왔다. 반세기 전에 토지개혁을 하는 심정으로 지금 대학서열을 통한 기득권 구조를 부숴야 한다. 그래야 이 나라에 유동성이 다시 생긴다. 시대를 새로 여는 강력한 리더십의 소재다.

일자리를 나누건 중소기업 돕기를 하건 자질구레한 논란만 반복될 뿐이다. 이런 것으로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지를 수 없다. 불이 없으면 바람도 없다. 대학평준화 이슈는 전쟁을 부른다. 이것은 한국 기득권 세력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식을 귀족으로 키워 부귀를 세세손손 독점하려는 그들의 욕망이 좌절된다.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태풍이 불고 제안자가 그 중심에 선다. 그것이 문국현에게 (혹시 그가 반한나라 단일후보가 된다면) 플러스 2%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데일리서프라이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9.21 08:1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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