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손은 신이 주신 기쁨입니다

한계를 극복한 작은 거인 ‘이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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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정(vega576)등록 2007.09.27 11:05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집니다. 양산시민 여러분 항상 웃으며 긍정적으로 사세요”
가는 곳마다 희망을 전하는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가 지난 13일 ‘본사 창간4주년  기념 초청공연’으로 다시 양산을 찾았다. 두 번째 방문이지만 독주회는 처음이기에 설레는 마음은 처음과 똑같다고 말하는 그를 공연 전 대기실에서 잠시 만났다.

 

이희아가 밝게 웃으며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 사진_진보현 기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비행기 연착으로 늦어진 그를 기다린 지 2시간 만에야 해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작은 걸음으로 한발씩 걸어 들어오는 그와 눈을 맞추기 위해 키를 낮췄다. 반갑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모습이 상대방과의 벽을 한순간에 무너트려 버린다.

 

사람들 속에서 행복한 그녀
“인터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인터뷰예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거요”
반색을 하며 반기는 얼굴에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라 잔뜩 긴장하고 있던 어깨가 편해졌다. 그렇게 그는 첫 만남부터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4개뿐이었던 손가락과 50cm 남짓한 짧은 다리. 열 손가락으로도 치기 어렵다는 피아노를 너무나 아름답게 연주하는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얼마 전 중국순회연주회를 비롯해 세계장애인대회 초청공연에 이어 양산까지 방문한 터라 피곤할 법도 한데 전혀 아니란다.
“피곤하기 보단 너무 즐겁죠. 저는 아마도 타고난 무대체질인가봐요. 공연 전에 긴장하는 법이 없어요. 무대에 서면 신나고 설레거든요. 그 시간을 통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바꿀 수 있으니 피곤할 수가 없죠”

 

팝페라 가수를 꿈꾸는 피아니스트
혼이 깃든 연주로 듣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희아는 공연 중에 노래를 자주 부른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곱고 부드러운 음색은 신이 그에게 준 또 하나의 선물이다. 안드레아 보첼리의 팬이라는 그는 어릴 때 꿈이 가수였다.
“저는 어릴 때부터 입만 벌리면 노래를 하고 싶어 했고 엄마는 눈만 뜨면 피아노를 더 잘 치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노래는 제가 타고 난 재능이지만 피아노는 손가락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 시작한 노력과 연습의 결정체예요. 피아노뿐만 아니라 제 노래를 통해서도 사람들이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번 공연에서도 뉴턴의 ‘놀라운 은혜’와 소리엘의 ‘사랑의 노래’, 강산에의 ‘넌할수있어’를 시원하게 부르며 객석을 감동의 바다로 만들었다.

 

신이 주신 기쁨의 싹 ‘희아’
“전 손가락이 4개뿐이고 관절이 있는 손가락은 하나 뿐 이예요. 팔관절 조차 없어서 어깨를 이용해 피아노를 치죠. 의사가 피아노를 치면 평생 몸을 못 쓰게 될 수도 있다고 했지만 전 두렵지 않았어요. 엄마와 저는 마르크스의 ‘용불용설’을 믿거든요. 쓰면 진화하고 안 쓰면 퇴화해요. 제 손을 보세요. 열심히 피아노를 치니까 움직일 수 없을 것 같던 손으로 피아노를 치잖아요”
지난 5년간 그는 ‘즉흥환상곡’을 매일 10시간씩 연습했다고 한다. 손가락이 얼얼할 정도로 아프고 페달을 밟는 무릎에 생채기도 났지만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5분 이상 되는 곡을 외우면 두통에 시달리지만 무려 30분 분량의 곡을 외워서 연주한다는 것은 그의 집념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그는 네 손가락뿐인 자신의 손을 ‘귀중한 보물의 손’이라고 말한다. 좋은 것이 그냥 좋고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기에 입가에 웃음이 떠날 날이 없다고 한다. 그런 그의 이름인 희아(喜芽)는 ‘기쁨의 싹’이라는 뜻이다. 자신의 연주를 듣는 많은 이들에게서 기쁨과 행복의 싹이 돋아났으면 하는 것이 희아의 소박한 꿈이다.

지난 13일. 양산시민신문 창간4주년 기념 초청공연으로 준비한 '이희아 리사이틀'에 많은 시민이 찾아 성황을 이뤘다. ⓒ 사진_진보현 기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양산시민신문 199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9.27 09:49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양산시민신문 199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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