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터진 미국의 총기사고, 이명박식 정책의 미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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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ears)등록 2007.10.11 13:41

지난 번 조승희 사건이 아직도 생생한데 또 고등학교에서 총격사건이 벌어졌다. 미국에서의 일이다. 학교가 이렇게 되면 어디 무서워서 학교 보내겠나. 그거 무섭다고 경호원들 배치했더니 얼마 전엔 경호원이 여학생 손목을 부러뜨린 사건이 터졌다. 원인은 그 여학생이 바닥에 음식물을 흘린 걸로 발생한 말싸움 때문이었다고 한다.

 

학교를 이렇게까지 만들어놓고 자기들 사회제도, 교육제도 모두 좋다고 선전하는 미국인들이나 그런 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하려는 개혁주의자들이나 모두 정상이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저런 사건이 터져야 정신을 차리려나. 오죽하면 아메리칸 스탠더드를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부르겠는가? 주주의 자유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규제하면 공산주의 혁명이라도 나는 줄 안다.

 

우리의 지난 10여 년 교육개혁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미국식 제도의 이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 극대화와 소비자 주권주의가 그 이념이다. 이것이 자율화, 다양화 정책과 선택권 확대 정책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특목고, 자사고 등이 생겼고 대학 본고사가 사실상 부활단계에 이르렀다.

 

거기에 미국조차도 안 하는 극단적인 자유화 정책까지 실행하려 한다. 이건 일본 자민당의 것을 베꼈다. 바로 국립대 법인화다. 고등교육에서 국가공공성을 추방하고 자유시장논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국립대 법인화 외에는 미국화가 우리 교육개혁의 방향인데 이번에 나온 이명박 후보의 정책은 그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자사고 육성, 대학 입시 자율화, 학업성취도 평가 대폭 확대, 교원평가 실행 등. 당연한 것이 1990년대에 우리 교육개혁의 방향성을 결정한 것이 김영삼 정권이고 그때 참여한 이주호 의원이 지금 이명박 캠프의 교육담당이니까.

 

미국식 제도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자유다. 너무나 자유로워 총기를 선택할 자유까지 규제하지 않는다. 소비자 선택권이 극대화된 것이다. 총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총기규제 주장이 제기되지만 미국인 스스로 총기규제를 막아왔다. 자신들의 선택권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은 술보다 총이 사기 쉬운 나라라고 일컬어지게 됐다.

 

선택권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래서 자유화 교육개혁의 표어도 ‘자율과 책무’다. 각 개별주체의 자율성을 높여주되 그에 따른 책임은 각자가 지란 것이다. 귀족이 되든 노비가 되든 각자의 자업자득이다. 이렇게 되면 적극적 재분배 정책도, 적극적 복지정책도 설 자리가 없어진다.

 

미국 사회가 '신경제'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놀라운 호황을 구가하면서도, 동시에 빈민들의 처지는 전혀 나아지지 않는 배경엔 바로 이런 자업자득식 사고방식이 깔려 있다.

 

이런 사고방식으로 나오는 최대의 교육복지정책이 장학금제도다. 교육을 무상화할 생각은 못하고 장학금으로 최소한의 복지만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 장학금이 초고액 귀족학교를 정당화한다. 참여정부의 국립대 법인화나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 프로그램에 들어있는 장학금 제도는 모두 이런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다.

 

스크린쿼터 폐지, 광우병 소고기 수입 등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는 자유롭게 선택하되 그 책임도 자기가 져야 한다. 자국 영화산업이 흔들리던 광우병에 걸려 쓰러지던 자업자득이다.

 

미국이 매년 총 때문에 치르는 사회적 비용은 약 1천3백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1999년만 해도 약 2만 9천 건의 총기 사망 사건이 있었다. 그중 3,282명이 어린이와 청소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70% 이상이 총기 소유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한다. 선택할 자유와 소유할 자유. 이야말로 자유의 양대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자사고는 ‘교육을 사적으로 소유할 자유‘가 실현된 정책이다. 국립대 법인화는 그 소유의 원리로 국립대를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공교육은 교육에서 사적 소유, 선택권의 자유 등을 모두 몰수하면서 건설된 것인데 야금야금 공교육을 무너뜨리고 있다. 공교육이 무너지면 공화국도 무너진다. 공교육이야말로 공화국을 지탱하는 핵심적인 제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금 수준으로 선택권이 확대된 것에도 사교육비가 폭등하고 교육격차, 양극화는 극히 심화됐다. 소비자 선택권 극대화는 결국 각자 자기가 가진 돈만큼 능력껏 살고 국가는 개입하지 않는, 봉건귀족사회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선택권이 커질 때마다 양극화는 심화된다.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선택권은 모두의 안전마저 해친다. 미국인들이 소유한 총은 약 2억 3천만 정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것은 군대와 경찰을 제외한 수치다! 게다가 이것은 공식적인 추산이다. 비공식 총기소유까지 합하면 그 양은 상상을 불허한다. 미국 총기사용자협회 회장 래리 프렛은 미국인들이 소유한 총기의 양을 30억 정 정도로 추산하기도 했다.

모두가 자신의 이익과 안전을 극대화하기 위해 저마다 능력 되는대로 시장에서 선택권을 행사했지만 그 결과는 모두에게 닥친 공포다. 이것은 전 국민이 자기 자식의 이익을 위해 일류학교 선택에 골몰하지만 그 결과로 모두에게 입시고통과 사교육비고통이 돌아오는 원리와 같다.

총기선택의 자유화나 학교선택의 자유화는 모두 소비자의 이기심에 바탕을 둔 정책이다. 인간의 인지상정에 근거했기 때문에 호소력이 강하다. 이런 사고방식이 현실 정치에서 득세하면 점점 약자들이 배제당하기 시작한다. 우리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미국식 빈민가 풍경은 이런 식으로 형성된다.

우리나라 어느 한 지역에서 툭하면 칼부림이 나고, 학교도 안 가고, 마약이나 해서 젊은이들이 일찍 죽거나 감옥에 간다고 생각해보라. 이것이 상상이 가는가? 자유화는 궁극적으로 이런 사회를 만든다.

이런 사회는 범죄율이 치솟고 그에 따라 학교에서의 안전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부자들은 사설 경호원 등 안전비용을 지출하기 시작하고 학교엔 차츰차츰 무력이 들어간다. 우리나라도 요즘 스쿨폴리스가 논의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될수록 부자들은 자신들에게 안전한 고액 자립형 학교 선택권을 달라고 할 것이고 사회는 선택권 확대의 악순환에 빠져든다.

남의 나라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터졌는데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 미안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야말로 미국의 자업자득이다. 총기소유의 자유와 양극화·시장화로 인한 절망·인간소외, 그리고 그것이 원인인 각종 범죄들은 모두 미국이 선택한 것 아닌가?

우리나라도 지금처럼 가면 점점 자업자득이 될 것이다. 교육에서 선택권을 전면화하고 소유할 자유를 전면화하면 한 마디로 공교육해체, 봉건사회로의 복귀가 된다. 이때 상위 트랙에 발생할 특권과 그것에 조금이라도 다가가려는 전 국민적인 경쟁으로 나라는 아비규환에 빠질 것이고, 입시경쟁에 압살된 아이들은 점점 더 비정해질 것이다. 1990년대 이래 이미 왕따 문화가 생겼는데 여기서 한 걸음만 더 나가면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 상황이 엄중하다.

2007.10.11 13:41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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