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라니...

분당샘물교회 정부 상환요청금 5700만원에 대하여

검토 완료

김용승(yskim138)등록 2007.10.15 13:45
언젠가 한 기독교 신도의 재미있는 헌금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다.
한 독실한 신도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그만 왼쪽 다리를 잃고 말았다. 그런데 그 신도가 어이없게도 교회에 ‘감사헌금’을 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주위 신도들은 깜짝 놀라 왜 불행을 겪고 있는데 웬 ‘감사헌금’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신도는 교통사고로 죽을 수도 있었는데, 하나님이 도와주셔서 다행히 왼쪽 다리만 잃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면서 감사헌금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이 말을 무신론자들이 들으면 지극히 ‘어리석은 짓(?)’으로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온유와 겸손’이 생명인 신앙생활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음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온유겸손’이 기초가 되어 오늘의 대한민국 기독교 1천만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독실한 신자만큼도 못한 한국 기독교계 현실이 진행 중에 있어 한마디 해야겠다.
다름 아닌 엇그제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쓴 경비 5700만원 상환을 분당샘물교회에 요청했는데, 이에 대해 분당샘물교회 측은 "내용 검토가 끝나는 대로 비용을 상환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 검토가 끝나는 대로.. ”에서 그 ‘검토’부분이 자꾸만 맘에 걸린다.
‘검토’.... 다음 사전을 찾아보니 ‘내용을 자세히 살펴 가면서 따져 봄’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금번 아프칸 인질사태를 통해 정부가 요구한 5천 7백만원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가면서 따져 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일 타당성이 없으면 상환할 수도 안할 수도 있다는 말로 풀이된다. 물론 상환안할 리 없다는 것을 믿겠지만 말이다.

다시 말해 그 ‘검토’란 어감 속에 너무도 경솔하고 교만한 심성이 들어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독교 신앙의 그 ‘온유 겸손’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다만 철저한 자교회 중심의 배타적 사고만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두 번 다시 말하고 싶지 않지만 생각해 보라. 지난 사건은 분당샘물교회가 정부당국의 여행 자제권고를 무시한 채 ‘순교(?)’를 각오하고 아프칸 선교여행을 떠나면서 빚어진 것인데, 국가적으로 얼마나 많은 물질적 손해가 발생했겠는가. 게다가 대한민국 온 국민이 정신적으로 받아야 했던 ‘스트레스’는 가히 비용으로 환산할 수도 없을 것이다.
때문에 그 사건으로 인해 국민적 지탄을 한몸에 받았던 ‘기독교’는 철저히 ‘온유겸손’한 마음으로 몸을 낮추는 자세가 최우선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그런 형국에서 정부에서 위법행위 등에 관한 ‘구상권’청구도 아닌 최소한의 비용상환 요구를 ‘검토’라고 하니... 실로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도대체 ‘온유겸손’하라는 그 숱한 성경구절의 실체를 분당샘물교회 아니 한국 기독교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진정 ‘온유겸손’이었다면 ‘검토 후 상환’이 아니라 ‘즉각 감사 상환’이 타당하지 않았을까? 지금 분당샘물교회는 바로 글 서두의 왼쪽 다리를 잃고 감사헌금을 했던 그 독실한 신도를 다시 둘러 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는 안된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기독교가 만유를 위한 기독교가 되지 못하고, 철저히 기독교만을 위한 ‘사익집단’으로 변모하고 있어서 말이다. 이러니 ‘민심이 천심’이라고 들끓는 민심가운데 천심이 함께하여 ‘붉은 십자가를 내리라’는 원성이 잦아질 수 밖에...

부탁한다. 분당샘물교회는 5천7백만원 상환이외에 추가로 국가와 국민 앞에 ‘감사헌금’을 하기를...

진정 대한민국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이 땅의 기독교가 다시금 ‘부활’하여 민족의 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
덧붙이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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