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평화를 명목으로, 이라크 민중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자이툰 파병연장 관련 ‘대국민 담화’에 부쳐

검토 완료

금민(minima)등록 2007.10.23 20:10

그간 한국사회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정책에 대해 지지의 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지난 50년간 한국 사회를 짓눌러 온 정전협정체제를 넘어 평화체제를 수립하고 한반도에 실질적인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남북 민중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동북아 평화와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도 우리 세대에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한반도 평화가 이라크 민중들의 평화롭게 살 권리를 빼앗을 때에만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국민들에게 침략전쟁에 동참해서라도 자국의 평화와 이익을 챙기는 파렴치한이 되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민중의 평화롭게 살 권리를 침해하고, 침략전쟁에 동참한 대가로 한반도의 평화가 수립된다면 그것은 언제든 같은 논리로 침해될 수 있는 평화권일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논리대로라면 한반도 이외의 국가들이 자국의 평화를 위해 한반도의 평화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다른 나라의 평화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편협한 평화주의는 언제든 한반도를 위기에 몰아넣을 수도 있는 위험한 사고인 것입니다. 이런 편협한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은 전 세계의 보편적 평화주의자들의 거센 반발에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잊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모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평화롭게 살 권리는 모든 인간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권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라크 민중들의 평화권은 미국의 침략군과 동맹국의 군대에 의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습니다. 일제 식민 치하와 한국전쟁, 이어진 50년이 넘는 정전협정 체제 아래에서 살아온 대한민국의 국민들만큼 평화권이 침해되는 상황의 고통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국민들은 없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이라크의 민중들에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이라크 민중의 평화권을 잠시 유예해 달라’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의 평화가 소중한 만큼, 이라크 민중의 평화를 위해서 함께 싸워야 할 것입니다. 나의 평화를 위해, 다른 사람의 평화를 위협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한반도 평화가 자이툰 부대 파병을 통한 한미 동맹 강화의 성과라는 주장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한반도 평화는 미국을 창구로 국제사회로 편입하려는 북한의 의지와 임기 내에 북핵문제의 해결이라는 성과를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는 부시 정부의 이해가 주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규정한 것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던 것도 자이툰 부대 파병 기간 중에 벌어진 일입니다. 자이툰 부대의 파병과 한반도의 평화는 별개의 문제인 것입니다.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이 미국이 석유를 노리고 벌인 추악한 전쟁이라는 것은 이미 세계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도 그 사실을 알고 계시기에 더 이상 전쟁의 정당함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일 겁니다. 대통령은 오늘 “지금 이라크에 미국 이외에 세계 26개 나라에서 1만 2천 여 명의 군대가 주둔하여 미국의 작전을 돕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개전 초기에는 35개국 5만 여명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나라들이 자국의 군대를 철군하거나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최소한의 군대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사실, 지금도 6개국이 철군에 들어갔거나 준비 중이라는 사실, 그래서 현재 한국이 영국과 그루지아에 이어 세 번째 규모의 병력을 파병하고 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추악한 전쟁에 대해 많은 나라들이 등을 돌리고 있고, 그만큼 미국이 자이툰 부대의 주둔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자이툰 부대의 잔류를 결정하는 것은 미국의 침략전쟁의 명분을 강화해 주는 정치적 거래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와 한국사회당은 보편적 평화주의를 지지합니다. 모든 침략전쟁에 반대하고, 전세계 인류의 보편적인 평화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자이툰 부대의 파변 연장 결정은 즉각 철회되어야 합니다. 자이툰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과 동맹군은 즉각 철수하고, 유엔 책임 하의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다시 구성해야 합니다. 이라크는 미국이 아닌 유엔의 관할 하에 평화로운 국가 재건 과정을 밟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의 무분별한 해외파병을 중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 헌법의 평화적 요소를 강화해야 합니다. 국민의 파병 반대 여론도, 국회에서의 철군 결정도 ‘국익’이라는 한 마디에 압살 당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을 종결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의 평화적 요소를 강화하고, 파병 규제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담화문 말미에 “한반도에 평화를 뿌리내리고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현명한 판단을 부탁”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대답을 드립니다. 저는 한반도의 평화가 동북아 지역 평화의 밑거름이 되고, 동북아 지역의 평화가 전 세계 평화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평화가 이라크 민중들의 피를 먹고 자라는 것을 저는 바라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마음도 같을 것이라 믿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금민 기자는 한국사회당 대선후보입니다. 한국사회당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2007.10.23 20:10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금민 기자는 한국사회당 대선후보입니다. 한국사회당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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