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얘들아

대신 어제 찍은 사진 예쁘게 정리해서 보내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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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배(이야기마당)등록 2007.10.31 14:34

29일 저녁 늦게 잘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통이 왔다

내일 부터 보령 시청에서 주산 산업고등학교 원예학과 학생들이

국화 전시회를 하는데 사진도 찍고 취재해서 오마이뉴스에 올려주시면 안될까요 ?

하는 내용이었다.

아니 어떻게 저를 아시고 전화하셨어요 ?

했더니 지난번에 오마이뉴스에 올라있는 기사를 보았단다

그리고 제 연락처를 간신히 알아냈다고 한다

아마도 "가을밤에 울려퍼지는 우리 가락소리" 기사를 본것 같았다

"하지만 제가 올린다고 무조건 다 올라가는건 아닙니다.

그리고 이제 기사 세개 올렸는데 무슨 제가 전문기자도 아니고" 하면서 사양했다

하지만 그분은 계속 부탁하는 것이었다

그럼 제가 내일 나가서 사진도 찍고 기사 내용을 취재는 할께요

하지만 채택이 되지 않아서 기사로 실리지 않아도 섭섭하게 생각하지는 마세요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30일 낮 약속한 시간에 보령 시청에 갔고 사진 몇장 찍고 그리고 담당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국화를 키우면서 어려웠던점 즐거웠던점을 묻고 받아적었다

그 시간은 정말 기자가 된것처럼...

몇번을 정리하고 또 정리해서 편집부로 보냈다

하지만 기사는 채택되지 않았고 생나무에 걸려있었다

많이 난감했고 힘들었다

돌아오는 뒷 모습에 대고 학생들이 소근 거렸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 야  우리 학교 국화전시회 기사가 오마이뉴스에 나온데."

얘들아 아니야 .

꼭 나오는것은 아니고 채택되면 나온다는 거지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이해를 시켜주었지만 아이들은 나오는것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 야 내일 우리 기사 나오면 퍼다가 블로그에도 담고, 복사해서 친구들 보여주어야 겠다"

그 이야기가 지금도 귀에 아른거린다

무슨 말로 아이들을 찾아가서 이야기 해야 하나 ?

 

"얘들아 미안하다

대신 어제 찍은 사진 예쁘게 정리해서 기념으로 나누어줄께"

오늘 하루 종일 이 말만 수없이 반복해서 연습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1년동안 준비한 주산 산업고 원예학과 학생들에게 미안함 마음 전하면서

2007.10.31 14:28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지난 1년동안 준비한 주산 산업고 원예학과 학생들에게 미안함 마음 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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