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으로 지은 동사무소를 아시나요?

관공서 최초의 한옥 청사, 혜화동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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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호(jungnoma)등록 2007.11.06 18:01

▲ 혜화동 로타리에 있는 한옥청사 입구 ▲ 혜화동 로타리에 있는 한옥청사 입구 ⓒ 정동호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사무소. 오랜만에 아이와 함께 찾은 고향의 한옥 청사는 콘크리트 건물로 변해가는 세태 속에서 아쉬움과 추억을 되찾아주기에 충분했다.

혜화동의 한옥 청사는 많은 예산을 투입해 새로 건물을 짓지 않고 기존의 한옥 건물을 사들여 활용할 수 있는 선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주민자치센터의 활용이 높아가는 시점에서 다층건물에 비해 대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의 역사·문화적 성격을 지닌 시설을 만든다는 명분과 한옥청사 개청 후 몰려드는 방문자들로 인해 문화적 휴식처이자 주민편의시설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화적 역사적 명분과 주민의 휴식처

▲ 둿뜰에는 시민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원래 장독대가 놓였음직한 곳이다. ▲ 둿뜰에는 시민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원래 장독대가 놓였음직한 곳이다. ⓒ 정동호


전국 최초로 전통 한옥을 리모델링해 만든 혜화동사무소는 대지 808.1㎡, 건평 247.7㎡의 규모다.

1940년에 지어진 기존 한옥의 ㄷ자 구조에 화장실과 창고 등을 후면에 배치하기 위한 평지붕의 부분을 제외하고는 아름드리 은행나무, 수령이 200년이나 되는 향나무, 건물 높이 이상까지 자라 있는 감나무가 어느 시골 기와집과 다름없는 풍경를 더해준다.

건물 전면에는 돌난간 등 다수의 석재 조각들이 있고 목재의 색이 짙어 일반적인 신축 한옥과 달리 대체로 한옥의 구조와 분위기를 잘 유지하고 있다.

관공서 건물 특유의 답답한 콘크리트 외벽 대신 기존 벽체를 덜어낸 자리에는 통유리벽이 있고 어느 쪽으로든 들어와 밖에서 전해지는 솔 냄새와 흙 냄새는 건물 안 사람들을 편안하고 안정되게 한다.

한복에 버선발로 마중나온 김시만동장

아이와 찾은 한옥 청사는 김시만 혜화동장이 한복을 입고 버선발로 나와 맞아주면서 일일이 한옥의 구조를 설명해 주었다. 또한, 건물 기둥과 외벽에 있는 김구, 이승만, 여운형, 안중근, 이순신, 이상재, 김성수의 글과 세종대왕의 어필, 정철의 가사 <관동별곡>등 세종대왕이 직접 쓴 현판을 설명하는 모습은 초로의 기색에도 40여 년 목민관으로서의 경륜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월남 이상재 선생의 '일심상조불언중(一心相照不言中)'을 마음 깊이 새기며 산다고 소개했다. 말하지 않아도 시민의 마음을 아는 봉사의 마음으로 긴 공무원 생활을 했다는 뜻은 아닐까. 만들어놓고 그것을 지키지 못하고 설명하지 못하면 그 무슨 가치를 느낄 것인가.

1시간여를 안내 받으며 그동안 내가 살았고 살고 있는 지역의 실망스러운 것과 아쉬운 점들만 생각했지 그것을 지키고 이어가는 것을 후원하지 못했던 모습을 다시금 생각했다. 문춘병 주민자치위원과 김시민 동장이 꼭 잡은 손을 보면서 종로구 혜화동의 또 다른 어울림을 보게 되었다. 모든 것은 인간이 중요하고 돌봄과 어울림으로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시만 동장의 배웅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오면서 혜화동 한옥 청사가 그 자리에서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우뚝 서 있기를 기원해 보았다.

▲ 김시만 혜화동장은 아이들에게도 청사 곳곳을 안내해 주고 있다. ▲ 김시만 혜화동장은 아이들에게도 청사 곳곳을 안내해 주고 있다. ⓒ 정동호


매주1회 전직원이 한복을 입고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매주1회 전직원이 한복을 입고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매일입었으면 한다. ⓒ 정동호


ㄷ자형 한옥청사의 전경 투명 대형유리로 한곳에 앉아도 전체를 볼수 있는 구조 ⓒ 정동호


덧붙이는 글 각종 민원서류나 학교 증명서가 필요하면 혜화동 로타리에 있는 헤화동사무소를 방문해 보십시오. 동장님이 버선발로 맞이해 주실 겁니다.
이 기사는 오마이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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