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민주화 이 후의 민주주의'를 말하는가

-이 후안무치의 무례와 야만이 판치는 사회에

검토 완료

이성홍(cdstone)등록 2007.11.08 09:39

인사치레말 다 거두고 지금의 우리 사회를 까보자
87년 민주화 대투쟁 이 후 20년이 지난 오늘, 이런 저런 진단과 평가와
처방이 난무하는 가운데, 진보 개혁세력의 위기를 주절이곤 한다.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른바 민주화 세력의 타성과 무능과 부패를 손가락질하면서도
그나마 절차적 민주주의 또는 제도적 틀로서의 민주주의는 뿌리내리지
않았느냐며 그 성과를 들먹이기도 한다
그런가 과연 그러한가. 살펴보자

 

대선 주자의 꽁무니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

 

먼저 지난 7일 대통령 할려면 ‘3수는 기본’이라며 이회창씨가 드디어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했다. 많은 사람이 환호했고, 더 많은 사람이 기를
쓰고 막으려 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려니 했다
정당정치 60년의 역사가 부끄럽게시리, 이나라의 정치 현주소는 여전히
오야붕 밑에 졸졸 따라다니는 꼬붕들의 줄잇기다.
문민정부 이 후 썩어빠진 정치판과 이를 대표하는 국회는 80년대
운동경력을 훈장처럼 이마에 붙이고 나온 스타운동가들을 얘나 걔나
전량스카우트해서 이른바 ‘젊은 피’를 수혈하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오늘의
대선정국은 꼬붕노릇을 자처하며 대선주자의 꽁무니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 맞는가

 

삼성 비리의 마지막 절차는?

 

다음, 이나라 먹여 살릴 밥줄로 니나 내나 다소곳이 머리 조아리며 상전
받들 듯 하던 ‘삼성 왕가’의 비리가 내부자에 의하여 드러났다.
정보화, 세계화의 기수로 나라 안팎에 펄럭이던 ‘삼성’의 깃발 아래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어쩌겠나, 일어난 것을.
누군들 몰라서 덮어두었겠나, 듣자하니 일본에도 ‘검사의 애첩까지 챙기는’
예의가 일반적인 모양이고, 혹시 아나, 미국의 빌 게이츠 회사도 그러고
있었는지.
그런데 문제는 들켜버린 것이다. 이건 완전히 상황이 달라진 것 아닌가
이른바 법치의 형식을 갖춘 나라라면 아무리 모른 체 덮어두고 싶어도
어쩌지 못하고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알려줘도, 온데 만데 옆구리 쿡쿡 찔러도 우리네 법으로 (아니
떡값으로) 밥벌어먹는 이들 자리 뭉개고 미적거리는 현실. 맞나

 

후안무치의 언론현실과 대통령의 셈법

 

거기다 기자실에서 쫓겨나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기사 송고하며 ‘5공 때
보도지침’ 어쩌구 하면서 이 나라 언론대계를 위하여 팔 걷어부치고 나선
우리 기자님들, ‘삼성’의 ‘삼’자도 건드리지 못하고 입닫아 건 채 모르쇠로
일관하는 꼬락서니라니.
그러면 잠자코나 있을 일이지, 이회창씨의 출마에 ‘면목’ 운운하는
면목이라니. 이 후안무치의 뻔뻔하고 낯간지러운 언론 현실. 맞나.
그리고 하도 욕먹어 웬만하면 그냥 지나치고 싶지만 입빠른 말 잘하는
우리 대통령님, 어찌 삼성문제는 입도 뻥긋 않으시는지.
혹 ‘국가대계 = 한미 에프티에이 = 이라크 파병연장 = 삼성’이라는
셈법을 들고 안절부절하고 계시는지.

 

그런데 만의 하나, 이 대명천지 맑은 하늘 아래 그림자 밟기도 어려운
이회장님이나 왕통을 이어받을 이전무님을 건드렸다고 치자. 그리하여
기소니 재판이니 ‘절차’로 갔다 치자. 맨 마지막 절차는?
우리 판사님의 구국적 결단으로 누구 재판 때처럼 ‘우리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벌금에 사회봉사명령 몇 시간으로
때우기 밖에 더하겠는가, 우리 현실, 맞나

 

‘국가 보안’을 위한 물샐 틈 없는 ‘절차’

 

자, 이렇게 큰 판으로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한 쪽 구석에 아주
사소한 현실도 있으니 이도 한 번 들춰보자
이제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문익환 목사가, 임수경씨와 문규현 신부가
북한을 방문한 죄로 옥살이를 했다. 그렇게 터진 물꼬로 소떼를 몰고
벙거지 뒤집어 쓴 채 우리 왕회장님이 여봐란 듯 북한을 방문하였다.
그 곳 친척들 선물까지 챙겨서.

좋다, 억울해하지 않겠다.
그런데 이게 뭐냐, 남쪽의 대통령이 평양 한복판에서 운동장을 통째로
빌려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는데, 빨갱이 색출기, 아니면 제조기라 불리던
안기부 출신의 어느 국회의원 나으리가 남북화해를 떠들다가 우익단체의
달걀세례를 받는 이 호시절에, 이적표현물 소지니 북쪽 주장과 비슷하니
하면서 오래전 일을 들춰가며 집회현장에서 젖먹이 아기와 함께 그 엄마를
연행하고, 선생님들을 재판정에 내모는 경우는 어느 나라 경우냐,
‘국가 보안’을 위해서 물샐 틈없는 ‘절차’를 갖추고 있는 이 땅의 현실, 맞나

 

이제 출발인 민주화 과정

 

그래, 백날 천날 찧고 까불어도 최소한의 상식도, 최소한의 양심도,
최소한의 법적 테두리도 깡그리 무시되는 무례와 야만의 시절,
오늘 이 땅의 현 주소다
그래, 우리는 이런 현실 속에 살.고.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답은 간단하지 않겠는가. 오늘 이 땅의 모든 의식있는
자들, 깨어있는 자들 다시 일어설 때다 다시 시작할 때다, 민주화의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어쩌면 출발선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지 모른다.
더 이상 무슨 변명이 필요할 것인가. X같은.

덧붙이는 글 | 한겨레신문에 기고

2007.11.08 09:41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한겨레신문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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