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쪼개기’ 세력과 담합한 SK건설, 주민분통

인천 용현학익 지구 집 한채 주인만 144명

검토 완료

강남주(knamjoo)등록 2007.11.21 16:08

참여정부 부동산 투기억제책의 빈틈을 뚫고 투기세력 수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게다가 대형건설사까지 이들과 한패가 돼 지역주민들을 ‘왕따’ 시키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SK건설이 도시개발사업을 추진중인 인천시 남구 ‘용현․학익 2-1 블록’은 지금 원주민들의 한숨소리에 땅이 꺼질 정도다.

 

25평 건물 집주인만 144명


법원에서 발부받은 인천시 남구 용현동 374 일대. 82.44㎡ 크기의 건물 등기부등본 페이지 수는 무려 28페이지. 토지까지 합치면 56페이지에 달한다. 20여년간 근무했다는 등기소 직원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며 혀를 찬다.

 

등기부등본을 자세히 보면 아예 할말을 잃을 정도다. 2005년 증여에 의해 소유권 이전이 한번 이뤄진 것을 명시한 첫 장과 마지막 장을 제외한 나머지 26페이지에는 143명의 공유자 명단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소유자가 작은 건물을 143명에게 조금씩 팔고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말이다.

 

평수로 따져 25평도 안되는 작은 건물을 많은 사람에게 팔려니 각각의 지분이 작을 수밖에 없다. 김모씨(여 42세)를 필두로 지난 2월28일 하루에만 91명이 이곳의 공유지분을 획득했는데, 이들의 지분율은 작게는 0.1%(25명)에서 많게는 24.94%(1명)다. 한술 더 떠 이날 공유지분을 획득한 사람중에는 다시 자기 지분의 일부를 팔아넘기기까지 했다.

 

1%의 지분을 갖고 있던 이모씨(남 53세)는 6월18일 29명에게 자신의 지분을 팔았고 이들 29명은 본래 건물의 0.03%씩 지분을 공유하게 됐다. 0.03%의 지분은 0.0247㎡로 사슴벌레 한마리도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다. 유사한 집들이 주위에 10여 채에 이른다.

 

투기세력 개입 지분쪼개기

 

이들은 왜 벌레 한 마리도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을 사들였을까. 바로 전형적인 '지분쪼개기'를 한 것이다. 지분을 쪼갠 다음 이모씨처럼 웃돈을 받고 다시 팔거나 기다렸다가 분양권을 노리거나 조합원으로서 권력행사를 하기 위한, 정비예정구역 등 개발을 앞둔 지역에서 흔히 일어나는 투기행위다.

 

공유자 인원수만 놓고 보면 과히 전국 최고(?)라고 할만한 이 지역의 지분쪼개기에는 투기세력이 조직적으로 개입됐다는 정황이 곳곳에 있다.

 

지난해 10월 이 지역에 부동산사무실을 개설한 W 법인은 토지 및 건물소유자 몇 명과 손잡고 외지인들을 상대로 지분쪼개기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집했다. 이들은 “땅과 건물 1평만 소유해도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고 회유해 총 310여명에게 410여건의 지분을 쪼개 팔았다. 이 과정에서 명의를 대여하거나, 미등기 전매 등의 수법이 동원됐다.

 

일사분란(?)하게 지분쪼개기를 마친 W 법인은 다시 그 자리에 ‘가칭 용현․학익구역 2-1블록 도시개발 사업조합’(이하 가칭조합)를 만들고 조합설립을 준비중이다. 자신들이 확보한 310여명의 토지소유자가 원주민 토지소유자 280여명보다 많기 때문에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기대이익에 충족하면 팔고 빠져나가는 다른 투기세력과는 달리 아예 사업에 깊숙이 관여해 최대한 이익을 보자는 속셈이다. 뒤늦게 대책을 세우려던 원주민들은 이들의 수법에 손한번 써보지 못했다.

 

이런 사실이 몇몇 언론에 알려지면서 사회적 지탄이 투기세력에게 쏟아지고 있지만 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구청에 몰려가 시위를 벌이는 등 원주민들과의 대결구도를 즐기는 양상이다. 이렇듯 이들이 무식하리만치 대담한(?) 행동을 하는 이면에는 든든한 받침목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초 이지역 토지 39만㎡을 소유하고 있는 최대지주 SK건설은 투기세력임이 자명한 이들에게 원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합설립을 위해 징구하여야 하는 동의서를 가칭조합에게 자진 제출했다. SK건설이 투기세력과 손잡은 것이다.

 

투기세력과의 담합에 대해 SK건설 담당자는 “동의서를 제출할 당시 가칭조합측이 지분쪼개기를 한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지분쪼개기 유무와 SK건설은 상관없는 일이다. 회사는 사업진행이 빠른 측과 파트너를 삼고자 했을 뿐이다”고 말했지만 누구도 SK건설의 반론을 믿지 않는다. 단지 부동산등기부등본 한통만 떼어 봐도 명약관화한 일이기 때문이다.

 

SK건설, 투기세력과 담합


'도시개발법'에는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토지면적의 2/3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소유자와 구역내 토지소유자 총수의 1/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돼 있다. 총 면적 42만㎡에 도시개발사업을 계획중인 이 지역에선 토지의 92% 이상을 소유한 SK건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조합설립 자체가 어렵게 돼 있다. 결국 SK건설은 투기세력과의 담합을 통해 원주민을 왕따 시킨 것. 원주민들은 강력히 반발했지만 SK건설은 묵묵부답이다.

 

이미지 관리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기업이 이를 저버리면서까지 투기세력과 담합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도시개발사업에서는 아무리 작은 지분일지라도 '구역지정을 위한 공람공고일' 이전에 토지를 사들여 토지소유자가 되면 조합설립후 조합원으로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SK건설은 투기세력의 힘을 빌려서라도 사업진행에 있어 크고 작은 토지소유자와의 마찰을 사전에 차단하려 하고 있다.

 

도시개발사업에서 중요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는 조합원 총회. 총회는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의 수립 및 변경, 자금의 차입과 이율 및 상환방법, 부과금의 금액 또는 징수방법 등을 의결한다. 또 가장 중요한 환지계획의 작성, 환지예정지의 지정, 체비지 등의 처분방법도 의결한다. 이 지역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는 SK건설로서는 체비지를 다시 사들이는 일이나 환지예정지가 어디로 지정되는가가 사업성패를 가름할 만큼 중요할 터. 이런 이유로 SK건설은 기업의 이미지악화를 무릅쓰면서까지 투기세력과 담합을 택한 것이다.


개발계획 반려해야 마땅

 

SK건설은 지난달 5일 구청에 개발계획안을 제출했다. 원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고 여론이 악화되자 구청은 SK건설 개발계획안의 처리를 놓고 부심하고 있다. 개발계획안을 받아들이자니 투기세력에 동조했다는 여론이 무섭고, 반려하자니 마땅한 근거가 없다. 여기에 현 이영수 구청장의 성향도 개발계획안을 쉽게 반려하지 못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 구청장은 지난해 7월 취임과 동시에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SK건설 부지에 남구청사를 이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SK건설과 사전교감이 있었다는 얘기다.

 

원주민들은 이 구청장이 'SK건설과 친하다'고 믿고 있으며 그로 인해 개발계획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질까 불안해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이 구청장은 지난달 이 지역에서 두번째로 큰 토지를 가지고 있는 D운수 대표와 SK건설 담당자와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이때는 투기세력과 원주민들의 마찰이 한창이던 때이다.

 

이제 공은 구청에게 넘어갔다. SK건설의 개발계획안을 받아들이던지, 반려하던지 내년 1월초까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투기세력에게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라도 반려가 마땅하지만 어떻게 처리될지 속단하기 어렵다.

 

말도 안되는 건교부 해명자료
공람공고일 이전 지분쪼개기 제한 규정 없어

인천시 남구 ‘용현․학익 2-1 블록’의 투기세력 지분쪼개기와 관련 건교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해명자료를 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말도 안되는 해명’이라며 건교부를 비난했다.
건교부는 지난달 9일 ‘도시개발법에서 지분쪼개기 있을 수 없어’라는 제목으로 “도시개발사업 시행중인 지역에서 지분분할등기(지분쪼개기)를 했더라도 토지소유자로서 사업시행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공람공고일 후에 토지를 공유하게 되어 토지소유자의 수가 증가하게 된 경우에는 공유하기 전의 토지소유자 수를 기준으로 하여 토지소유자 수를 산정하고, 증가된 토지소유자 수는 토지소유자 총수에 추가 산입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규정된 「도시개발법 시행령」제5조의2 제2항 제4호(개정 2007.9.28)를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이는 자신들의 과오를 숨기려는 ‘임시방편식 해명’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 전문가는 “건교부가 근거로 내세운 조항으로는 공람공고일 이전의 지분쪼개기는 막을 수 없다”고 전제하고 “용현․학익 2-1 블록의 지분쪼개기는 공람공고일 이전에 일어난 것이어서 건교부의 주장과 틀리다”고 말했다. 또 그는 “건교부가 이런 사실을 모를리 없지만 법률의 미비로 투기대책을 만들지 못한 자신들의 과오를 숨기려는 속셈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람공고는 개발계획이 확정된 다음에야 가능하므로 개발계획이 확정되기 이전의 지분쪼개기를 막을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는 형편이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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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도시개발신문에 게재

2007.11.20 11:16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도시개발신문에 게재
첨부파일 _U5M000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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