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원한 갚기 위해서 … 주민 89명 사살

'고창 월림 사건' 진실규명 … 김씨와 천씨 양측에 화해할 것을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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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완(happyland)등록 2007.11.27 17:14

한국전쟁기 경찰 전투대대 중대장이 자신의 일가족이 살해당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부하를 동원, 상대방 일가를 집단 사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 이하 진실화해위원회)는 제59차 전원위원회에서 한국전쟁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인 '고창 월림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1951년 5월 10일 전북 고창군 무장면 월림리에서 공비토벌작전을 수행하던 전북경찰국 제18전투경찰대대 제3중대(중대장 김00)가 죽림마을 주민 89명을 집단 총살한 사실이 규명됐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이 사건으로 인해 89명이 희생됐고, 부상자를 포함한 6명은 생존한 것으로 조사됐다.


희생자 대부분은 천 씨와 황 씨 일가였으며, 이중 일부가 고창지역을 점령했던 인민군에게 부역행위를 한 사실이 밝혀졌으나 희생자 중 여성과 청소년, 어린이 등이 다수 포함돼 있어 사실상 무차별 희생된 것으로 확인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고창 월림 사건'은 한국전쟁 중 국군과 남하한 인민군이 후퇴와 이동을 거듭하던 시기에 발생한 사건으로 예전부터 존재하던 일가 사이의 갈등과 이념 대립이 보복 살해의 이유라고 밝혔다.


인민군이 월림지역을 점령한 1950년 10월경 마을의 주도권을 장악한 천 씨들과 토착 좌익들과의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던 중대장 김00의 일가 53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공비토벌을 위해 이동 중 가족의 피해 사실을 전해들은 김00은 자기가족 살해가담자와 부역행위자로 지목된 월림지역 주민 95명을 월림리에서 2㎞ 떨어진 도곡리 시목동 옆 계곡과 봉암산 계곡에서 보복 사살했다.


김00은 진실화해위원회 조사에서 "천 씨 측이 자신의 가족들을 몰살시킨 것에 대한 원한 때문에 복수한 것이고, 자신이 주도적으로 사살을 지휘했다"고 인정했다.


또 김00은 "이 사실을 대대장에게 보고하였고 대대장 지침에 의해 그들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김00의 상급 지휘관인 전북경찰국 제18전투대대 대대장, 전북경찰국장 등은 토비처벌이라는 명분 아래 89명의 마을주민이 불법 살해된 사실을 인지했을 개연성이 크지만, 사건 발생 후 3일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고창 월림 사건'에 대해 무장한 경찰부대가 공비 소탕, 부역자 처벌이라는 공적인 임무수행을 내세워 비무장ㆍ비교전 상태의 민간인을 집단살해한 사건으로 김00이 사적 원한을 갚기 위해 공권력이 불법 남용됐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가 김00을 사법처리하기는 했으나,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억울하게 희생된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천 씨 일가의 집단희생사건에 대해서는 진실이 규명됐으나, 이 사건의 발생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 좌익세력에 의한 김 씨 일가 집단희생사건에 대해서도 추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고창 월림 사건'의 진실이 규명됨에 따라 피해자 명예회복 조치와 전시 민간인 보호를 위한 법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김 씨와 천 씨 양측에 대해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서로 사과하고 화해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가해자인 김00은 사건 당시 전북경찰국 제18전투대대 제3중대장으로서 고향인 고창군 무장면 월림리에서 천 씨 등 89명을 살해한 죄로 15년간 수형한 바 있다.


 

2007.11.27 17:14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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