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나이팅게일이라 불러주세요'"

친구로 가족으로 제2의 간호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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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진(sweethyj)등록 2007.12.07 16:17

“제2의 나이팅게일이라 불러주세요”

 

 어디 아프신거 아니에요?
 겉보기에도 비쩍 말라 같이 걸어 다니면 다들 우리엄마에게 한마디씩 하는 소리다. 가끔 내가 봐도 안쓰러울 정도로 비쩍 마른 엄마는 당장이라도 집에서 가족의 간호를 받아야 할 것 같아 보인다. 아니 1년 전만해도 그랬다. 그런 엄마께서 몇 달전에는 불교협회에서 하는 간병사 교육을 받으러 다니기 시작하셨다. 대체 누가 누굴 간병 하냐는 가족들의 성화에도 엄마는 꿋꿋이 한 달 동안 40시간 교육을 받고 연두색 옷을 입은 채 간병사 수료증을 집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지금은 병원에 나가셔서 간병사 일을 하신지 벌써 5달째다. 분명 엄마 스스로 지쳐서 그만 두실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마른얼굴에 가득해지는 풍성한 미소 속에서 그 것은 간병사 일 자체가 아닌 또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 알았다. 집에 계실 때는 자주 보지 못했던 활기차고 밝은 인상이었다. 노인 수가 급증함에 따라 간병사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간병사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 만큼 돌 볼 가족의 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병사의 수가 늘어나는 만큼 그로 인한 분쟁의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 보건 사회 연구소에 따르면 간호사 또는 보호자 지시에 응하지 않고 불손한 일처리로 환자의 불만은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또 간병인 부주의로 다치거나 기초상식이 부족해 환자가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간병사 교육이 제대로 된 교육 과정 없이 이루어지고 간병사 스스로도 전문 인력이라는 생각이 없는데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국가 공인의 간병사 자격증이 없다. 대부분이 민간기관에서 이루어진다. 또 간병사라는 직종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이점으로 많은 주부들이 선호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국가공인 자격증도 없고 제대로 된 교육과정이 없는 실정에서 간병사가 갖추어야 할 가장 큰 소양은 무엇일까라는 의구심이 들면서 며칠 전 엄마의 말씀이 떠올랐다. 병원에서는 이제 간호사들도 간병사라고 부르지 않고 “선생님, 선생님”하며 병원의 한 가족으로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나는 엄마께 왜 많고 많은 일 중에 간병사 일을 하시냐고 여쭈었다.
“엄마가 아파 본 사람이니까 아픈 사람 마음 더 잘 알고 간호해 줄 수 있는 거야. 엄마도 한때는 한의사나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고 싶었지만 이렇게 옆에서 가족의 역할 대신으로 할아버지 할머니의 말동무도 되어드리고 엄마의 능력으로 도움이 되어 드릴 수 있어서 뿌듯하고 얻는 점이 더 많아.”
예전에는 당연히 가족이 짊어졌어야 할 의무중 하나가 이제는 간병인의 역할로 넘어왔다. 간병사는 어쩌면 환자에게 가족 대신인 것이다. 간호사와 의사 그리고 환자사이를 연결하는 간병사. 병원 침대 위의 하루가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운지는 겪어 본 사람이면 다 알 것이다. 바쁜 가족들의 일상으로 찾아오는 이 없이 보내는 하루를 간병사라는 이름의 제2의 간호사이자 친구로 환자의 곁을 채워주는 것은 어떨까. 간병사라는 직업이 단순한 돌봄의 노동이 아닌 제 2의 간호사로서 사명감이 요구되는 직업으로 각광받기를 바란다. 단순한 노동후의 얼굴에는 피곤함만 가득하지만 사명감과 애착, 환자의 아픔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함께한 노동은 그 이상의 가치로 돌아 올 것이다. 우리 엄마의 비쩍 마른 몸이 풍성해 보일 수 있을 만큼…….그리고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의 아픔을 가까운 곳에서 친구로 가족으로 함께해주는 간병사들을 제2의 나이팅게일이라 부르고 싶다.

2007.12.06 18:53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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