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이 끝난 후, TV화면상 축구장 바닥에 큼지막한 스코어가 뜬다. 축구 해설위원은 전 세계 모든 선수이름과 등번호를 알 수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함은 해설위원의 모니터에 이름 및 등번호가 선수의 머리 위에 따라 움직이고 있고, 카메라가 찍은 경기장 영상 위에는 CG(Computer Graphic) 처리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실세계에 3차원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을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이라한다. 한편 증강현실은 CG 없이 직접 현실에 구현할 수도 있다.
축구장 크기의 스코어를 관중이 직접 볼 수 있도록 경기장 위에 만들어 낸다면 이는 직접 현실에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경우다. 중간에 CG를 처리해 AR을 구현하든 현실에 직접 증강현실을 구현하든, 증강현실을 이용하기 위해선 그 장소에 대한 사전조사가 필요하다. 건축에서 건물을 짓기 전에 측량을 하듯, 증강현실구현을 위해서는 표면의 형태 및 색감조사가 필요하다.
표면의 형태는 격자무늬를 투영시켜서 조사하고 색감은 임의의 색을 투영시켜 조사하는데, 이 때 관중과 시청자는 불필요한 격자와 단색화면을 보게 된다. 이번 우수작으로 평가된 논문은 인간의 시각적 한계에서 이 현상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에요.”
박한훈<공대ㆍ전자전파통신공학과 박사 11기>씨가 자신의 논문을 설명하면서 하는 말이다. 몇 번 연락을 한 터라 박한훈 씨는 자연스레 논문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증강현실이라 해서 생소할지 모르겠지만, 다들 매일 한 번씩 볼 수 있어요. 증강현실은 일기 예보라든가, 모 방송국의 역사스페셜 같은 경우든가, 축구 하프타임에 나오는 스코어라든가에 매번 이용되죠.” 이 밖에 증강현실은 위험요소를 사전에 판단하는 시뮬레이션에 이용된다. 그 분야로는 기계수리ㆍ도시계획ㆍ헬기조정법등이 있다.
증강현실이 무엇인가에 대해 답을 얻고, 이 논문이 주장하는 바로 인터뷰가 이어졌다. “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주로 빛을 투영시키는 증강현실 기술인데요. 원하는 증강현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표면과 색감조사가 필요하죠.
그런데 그 조사를 하다보면 시청자나 관객에게 불쾌한 영상이 나오게 되거든요. 그 불가피한 과정을 감추는 게 필요한 거죠. 그래서 인간의 눈에 연구 초점을 뒀고, 인간 시각의 한계에서 해결 실마리를 찾았어요” 라며 기본 컨셉을 말했다.
“영화는 불연속적 장면이 1초에 24프레임이 돌아가는 형식인데. 이처럼 눈은 70프레임만 넘어가도 절대 눈은 감지를 하지 못하죠. 표면 같은 경우 격자무늬를 쏴서 판단하는데, 곡면이나 기울기가 있는 면은 격자가 정사각형이 아닌 다른 모양으로 변형돼 투영돼거나 각 격자간의 크기가 다르가 다르게 투영돼죠. 이런 격자무늬를 매우 빠르게 해서 앞뒤 화면을 잘 조정해 쏴주면 시청자는 모른 사이 표면 측량이 돼요.”
그렇다면 색감은 어떻게 알 수 있냐는 질문에 “색이라는 것은 섞이면 원색과 다른 색을 보여줘요. 빛은 삼원색(Red Green Blue, RGB)이 기본인데, 노란색에 파란색을 섞으면 녹색이 되죠. 그런데 눈은 색을 구별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너무도 비슷한 색은 다른 색이지만서도 사람의 눈은 구별을 못하죠. 이를 이용해 원래 바탕과 최대한 비슷한 색을 투영시켜 그에 반사된 삼원색 빛의 양 변화를 조사해 색감을 판단하게 되죠.”
박한훈 씨는 시각의 한계를 이용해 색감과 형태를 숨기는 방법이 꼭 이 두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라며, 대표로 이 둘을 소개 했다고 말했다. 박한훈 씨는 박사논문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라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그 컨셉을 이해만 한다면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에요”라며 말했다.
그리고 증강기술 분야에 있어서 새로운 접근을 통해 학술적 기반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피할 수 없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시각 한계를 이용한 감춤을 택했다. 그 바탕에는 공학을 하나의 도구로 생각하고 근본적인 생물학 부분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한 공학도 의접근이 있었다.
2007년 09월 16일 (일) 17:05:44 양정열 기자 x0109@hanyang.ac.kr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양대학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2.07 14: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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