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과 삼성,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돈과 자식을 숭배하는 죽음의 굿판을 멈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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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근(youngkun)등록 2007.12.13 08:47

부의 평등한 분배가 이루어진 사회에서는- 그리하여 전반적으로 애국심, 덕, 지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정부가 민주화될수록 사회도 개선된다. 그러나 부의 분배가 매우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정부가 민주화될수록 사회는 오히려 악화된다...(중략)...부패한 민주정에서는 언제나 최악의 인물에게 권력이 돌아간다. 정직성이나 애국심은 압박받고 비양심이 성공을 거둔다. 최선의 인물은 바닥에 가라앉고 최악의 인물이 정상에 떠오른다. 악한 자는 더 악한 자에 의해서만 쫓겨날 수 있다. 국민성은 권력을 장악하는 자, 그리하여 결국 존경도 받게 되는 자의 특성을 점차 닮게 마련이어서 국민의 도덕성이 타락한다. 이러한 과정은 기나긴 역사의 파노라마 속에서 수없이 되풀이 되면서, 자유롭던 민족이 노예 상태로 전락한다...(중략)...가장 미천한 지위의 인간이 부패를 통해 부와 권력에 올라서는 모습을 늘 보게 되는 곳에서는, 부패를 묵인하다가 급기야 부패를 부러워하게 된다. 부패한 민주정부는 결국 국민을 부패시키며, 국민이 부패한 나라는 되살아날 길이 없다. 생명은 죽고 송장만 남으며 나라는 운명이라는 이름의 삽에 의해 땅에 묻혀 사라지고 만다.


- 헨리 조지(Henry George) 著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 中에서


요즘엔 온통 이명박 대통령 후보와 삼성 얘기뿐인 것 같다. 신문을 펼쳐도, TV뉴스를 봐도, 인터넷에 들어가 봐도 말이다. 좋든 싫든, 우리 국민들의 귀를 따갑게 만드는 이명박 후보와 삼성. 이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이명박 후보와 삼성은 둘 다 한국 교회와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도플갱어(Doppelganger: 같은 공간과 시간에서 자신과 똑같은 대상(환영)을 보는 현상)’와 같은 존재라는 점이다. 또한 이명박 후보와 삼성은, 지금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돈(Mammon) 숭배’라는 한 배에서 태어난, 본질상 같은 쌍생아(雙生兒)이다.


성경을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을 떠나 멸망으로 내달렸던 대상은 바로 물신숭배(Baal)와 음란(Ashtoreth)이었다. 인류의 역사를 보아도, 대부분의 인간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대한민국에서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돈을 숭배하고 성공과 쾌락을 갈망한다. “부자 되세요”, “성공 하세요”라는 말에 혼이 빠진 많은 사람들이 바알(돈)과 아스다롯(쾌락)의 장단에 맞춰 물신숭배 의식을 거행하는 죽음의 굿판에서 춤을 추고 있다. 이명박 후보와 삼성. 이 둘은 바로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슬픈 자화상이다.


이명박 후보의 성공엔진은 바로 ‘부의 양극화’


이명박 후보는 바로 지금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돈’과 ‘성공’의 아이콘(Icon)이다. 이러한 아이콘에 담긴 메타포(metaphor)는 이명박 후보의 슬로건인 "성공 하세요"라는 말 한 마디에 아주 잘 나타나있다. 이미 100여 년 전에, 미국의 사회사상가인 헨리 조지(Henry George)가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에서 말한 것처럼, “부의 평등한 분배가 이루어진 사회에서는- 그리하여 전반적으로 애국심, 덕, 지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정부가 민주화될수록 사회도 개선되지만 부의 분배가 매우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정부가 민주화될수록 사회는 오히려 악화된다.” 부의 양극화는, 역설적이게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돈을 모은 졸부인 이명박 후보에게 ‘위기’가 아닌 ‘기회’를 가져다준다.   


이러한 기회는 ‘부패해도 좋으니 우리를 먹여 살려 줄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좋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심각한 부의 양극화 속에서 빈자와 부자를 가릴 것 없이 돈 숭배가 극치에 달하고, 국민들의 도덕성이 급격하게 타락하는 것에 이명박 증후군(syndrome)의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부패와 압제, 타락 속에서 노예로 살아도 좋으니 배만 부르게 해준다면 ‘만사OK’라는 노예근성이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한 뒤 광야에서 “모세와 아론을 원망하여 그들에게 이르되 우리가 애굽 땅에서 고기 가마 곁에 앉았던 때와 떡을 배불리 먹던 때에 여호와의 손에 죽었더면 좋았을 것을 너희가 이 광야로 우리를 인도하여 내어 이 온 회중으로 주려 죽게 하는도다.(출애굽기 16:2-3)”라는 원망과 본질상 같은 것이다.


이명박 후보가 박정희 숭배를 보이는 것은, 참여정부가 악화시킨 부의 양극화로 인해 미운 참여정부에다 대고 ‘홧김에 서방질’하고 싶은, 국민들의 원망을 정확하게 파고든 것이다. 또한 이명박 후보의 거침없는 대선 질주는 부의 불평등한 분배에서 발생하는 국민들의 원망과 이에 따른 물신숭배, 부패하고 무기력한 민주정체(民主政體) 등이 서로 결합한 기괴한 ‘삼악일체(三惡一體)’의 결과이다.


돈의 대통령 삼성, 동경하거나 질투하거나


한편, 대한민국의 도덕성을 서해안의 오일사태처럼 뇌물과 쾌락으로 오염시켜버린 삼성은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성공’적인 글로벌 일류기업이다. 성공을 추구하는 이명박 후보와 삼성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동경’하거나 아니면 ‘질투’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심각한 부의 양극화 속에서, 나쁜 것은 알지만 그래도 삼성이나 이명박 후보가 우리를 먹여 살려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사실상 노예근성과 다름없다. 악(惡)이 늘 승리하는 것을 보게 되는 사회에서는 악(惡)이 정상이 되고 선(善)이 비정상이 된다.


정의(正義)는, 세상모르는 철없는 사람들의 순진한 구호로 밖에는 들리지 않고, ‘정의가 밥 먹여 주냐’는 식의 냉소가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하게 된다. 그리고 급기야는 악(惡)이 정상이 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돈과 쾌락을 위해 악을 추구하며 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Truth)을 말하자면, 거짓과 악이 우리에게 밥을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의가 우리에게 밥을 먹여준다. 거짓과 악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사회는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언젠가는 한순간에 무너져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삼성문제와 함께 우리사회 여러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돈 숭배’와 함께 ‘자식 숭배’라는 우상도 발견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토지불로소득을 노린 부동산투기라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국민적 게임’에 수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가담하고 ‘사교육비의 무한지출’을 하고 있는 이유는 양극화에 따른 생존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 비교와 질투를 바탕으로 굴러가는 사회구조적인 원인도 있지만 자식 숭배라는 가정구조적인 원인도 있다. 삼성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건희 씨가 아들 이재용 씨에게 막대한 재산을 불법 및 편법 승계한 이유는 돈 숭배와 함께 자식 숭배라는 우상이 근저에서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부패하면 희망이 없다


한국사회에서 돈과 자식을 숭배하는 것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한국사회는 이미 물신(物神)과 자식을 숭배하지 않는 사람이 비정상인 사람이 되어버린 사회가 아닐까? 하느님을 믿지 않는 자연인에게 돈과 자식을 숭배하지 말라고 하면 실없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이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 부모가 자식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어 하느님보다 돈을 더 의지하고 돈을 믿게 만드는 것은 자식의 구원을 바로 그 부모가 빼앗아 끔찍하고도 영원한 죽음을 초래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도 부모의 사랑이라는 거짓된 이름으로 말이다. 많은 재산은 자식을 망치게 할 뿐만 아니라 물신을 숭배하게 만드는 일만(一萬) 악(惡)의 뿌리가 된다.


2007년 대한민국을 사는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악화되어 가는 부의 양극화 속에서 돈과 자식 숭배에 더욱 찌들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생존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을 계속 부추기면서 무한경쟁과 질투, 비교를 권하는 사회는 아닌가. 우리 모두 한번쯤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제 대선이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국민들이 이명박 후보에게 보내는 압도적이고 변함없는 지지를 보면서, 그가 한사람의 그리스도인이자 장로라는 사실 때문에 같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마음이 몹시 무거워진다. “국민이 부패한 나라는 되살아날 길이 없다. 생명은 죽고 송장만 남으며 나라는 운명이라는 이름의 삽에 의해 땅에 묻혀 사라지고 만다.”라고 말한 헨리 조지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나질 않는다.

덧붙이는 글 | 고영근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정책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와 대자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2007.12.13 08:47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고영근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정책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와 대자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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