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검찰과 정치세력 조중동의 합리성과 국민의 합리성

검토 완료

이철(chullee1)등록 2007.12.13 14:40
이명박 후보가 BBK와 무관하다는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 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검찰의 수사결과는 국민 열 명 가운데 여섯 명이 믿지 않고 있으며, 200 여개의 시민단체들이 검찰청사 앞에서 항의시위 중이며, 국회에서는 수사검사들을 탄핵하려는 민주신당에 맞서 한나라당이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다.

법적 면죄부는 받았을 지언정 사회적 명성은 거덜난 이명박 후보는 ‘도덕성은 묻지 않을테니 경제만 살려달라’는 45% 이상의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이대로만’이라는 주문을 외고 있다.

검찰의 BBK수사결과는 합리적 선택

그런데 찬찬히 따져보면, 작금의 일들은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검찰조직은 전두환 대통령의 성은(聖恩)으로 50여 명의 고위관료들이 차관급 대우를 받고 있는 유일무이한 조직이다. 법무부 차관에서 고등법원 검사장으로 전보발령은 좌천이 아니라 영전이다. 게다가 검찰조직은 오랜 기간 권력을 누린 결과, 국회의원을 가장 많이 배출한 직업집단이다. 역시 오랜 독재의 잔재를 청산할 기회가 없었던 결과, 검사의 기소독점권은 헌법(!)의 보장을 받고 있다.

가히 나는 새를 떨어뜨릴 권세다. 이러한 조직의 수장이 조직 권력의 수호 내지는 강화에 전념하게 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만약 검찰 내의 누군가가 그들이 속해 있는 조직 내에서 균형을 맞춘답시고 검찰이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반납하겠다는 주장을 제기한다면, 그는 모든 검사들이 가까운 미래에 당연히 얻게 될 권리를 빼앗아 가는 내부반역자 자리를 자처하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BBK 무혐의 발표는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는 ‘검치’(檢治)의 계기로 볼 수 있겠지만, 검찰조직의 관점에서는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합리적인 판단의 결과다. 혹자는 검찰이 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자신들과의 협력적 공생관계를 공개적으로 포기한 이후, 신흥권력 이명박의 수족을 자처했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달리 본다. 손학규 후보가 지적했듯이, 검찰이 허점 많은 대통령을 상대로 권력 확대를 꾀할 가능성이 더 높다. 본래 권력은 팽창하려는 본성을 인내하지 못 하는 법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검찰과 대통령의 관계가 검찰이 원하는 대로 그렇게 만만하게 돌아갈까?

이명박 후보는 자기 약점을 잡고 있는 검찰조직의 (이미 과도한) 권력을 순순히 부풀려 주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들의 권력을 보호해 줄까? 검찰이 이번의 ‘충성스러운’ 수사로 기대했거나 노렸던 일은 검찰조직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확률 또한 작지 않다. 이명박 후보의 잘 알려진 퍼스낼리티 가운데 하나는 무모한 추진력 아닌가?

검찰이 간과하고 있는 또 하나는 새록새록 피어나는 불신의 여론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공생의 관계를 공개적으로 거부한 이후 검찰은 여론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실제 여론은 실세 국무총리를 끌어내릴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여론이 앞으로도 통제 가능할 것이라 판단하는 것은 검찰의 자유겠지만, 사실 무서운 것은 저변 민심의 움직임에서 발현하는 여론이다. 우리는 이미 2004년 탄핵발의 후 이러한 여론이 당시 제 1당의 존재기반을 하루 아침에 송두리째 허물어 버렸던 것을 경험한 바 있다.

내가 보기에 검찰은 현재 삼성 ‘떡값’ 혐의로부터도 자유롭지 않은 시점에서, 진실을 덮고 국민을 속이며 순간을 모면하려는 위험스러운 장난에 몰두하고 있다. 마치 데이트레이더 주식투자자처럼.

조선ㆍ중앙ㆍ동아의 이명박 지지도 합리적 선택

이 시대에는 독재의 또 다른 유산으로 민주주의를 기망하고 공화국의 주권자를 우습게 다루는 행위자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조선ㆍ중앙ㆍ동아다. 이 셋이 현재의 지위를 얻은 것 역시 언론통폐합으로 경쟁사들을 제거해 준 전두환 대통령의 성은 덕분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소기업이었던 이 신문사들은 80년대 들어서 중기업으로, 90년대에는 노태우 대통령의 지원과 올림픽 특수로 대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들은 80년대 중반 수백억 원 단위의 매출에서 90년대 중반 수천억원대 매출로 몇 십 배의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사주의 뜻을 대변하는 조선ㆍ중앙ㆍ동아가 시대의 변화에도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 애쓰는 것은 그들의 입장에서 대단히 합리적인 일이다. 이들은 실제로 과거의 영화를 되찾기 위해 지난 10년간 안간힘을 써 왔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결국 실패한 로비로 판명되었던 옷로비 사건을 1년이 넘도록 물어뜯었으며, 참여정부 출범 후에는 모든 보도의 초점을 ‘노무현 실패’에 두었다.

이들은 ‘경제파탄론’에 기초하여 ‘경제대통령’ 논리를 구축하는 한편, 이명박 이미지 관리에 매진하여 작금의 대선정국을 만드는 데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조선ㆍ중앙ㆍ동아의 17대 대선기획은 이명박 후보의 비리의혹 리스트가 너무 긴 바람에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이제 열흘만 버티면 꿈에 그리던 정권탈환에 성공하게 된다.

언론정치세력 조선ㆍ중앙ㆍ동아는 지난 10년간 최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조직과 세를 보존하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목하 옛 영화를 되찾기 직전에 있다. 특히 이명박 후보의 비리를 매개로 자신들의 권력을 더욱 확대할 기회를 엿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이 과정에서 너무 많이 금도를 어겼으며 너무 많이 국민의 신뢰를 잃어 버렸다. 그 결과 이들이 자기 이익을 추구하며 합리성을 발휘한 것과 꼭 마찬가지로 국민들 역시 자기 이익을 실현시키기 위해 합리성을 발휘할 가능성 또한 더욱 커지게 되었다.

국민들의 합리성

언론 정치세력 조선ㆍ중앙ㆍ동아는 오랜 기간 거짓보도를 일삼았으며, 그 중에는 명명백백하게 거짓으로 판명된 것도 수없이 많다. 1980년의 광주는 폭도들의 소요사태가 아니라 민주화항쟁이었으며, 1997년 IMF 직전 국가부도사태를 부인했던 보도도 결국 현실로 닥쳐온 IMF로 인해 거짓임이 드러났으며, 불과 몇 달 전의 경제파탄 보도도 사실무근이었던 것으로 밝혀지지 않았나?

사람들이 조선ㆍ중앙ㆍ동아의 보도를 믿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 신문들이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이 보도한 기사는 짧은 시간에 전국에 퍼져 점심식사 시간 즈음해서는 주변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조건은 매체의 다양화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으며, 조선ㆍ중앙ㆍ동아가 거짓을 말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독자들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갈수록 독자를 잃어버리는 신문의 미래가 암울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게다가 언론 정치세력 조선ㆍ중앙ㆍ동아의 대선기획이 성공할 것이라 가정한다면, 그 후 국민들이 사이비언론의 한바탕 놀음으로 소중한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것을 깨닫는 한 순간 이 신문들의 사세는 급격하게 몰락해버릴 수 있다.

한나라당은 이대로만 가면 현실화될 행정부 권력 탈환 이후에, 입법부 권력의 탈환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지방권력을 송두리째 틀어쥐고 있으며 120여 석으로 국회를 좌지우지했던 당이 행정부 권력까지 장악한 상태에서 치르게 될 내년 총선은 한나라당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조건이다. 한나라당의 독주 견제의 명분이 설득력을 얻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년 총선에서 반한나라당 연대세력이 국회의결권을 확보하는 것이 개혁을 추진하기에 더욱 유리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의 발전을 위해 시급하게 개혁되어야 할 조직이 국회권력 외에도 검찰권력과 언론권력 아니던가?

18대 총선 이후 국민들은 국민 전체의 합리성으로 국회의결권을 가진 야당에게 언론개혁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며, 이것은 조선ㆍ중앙ㆍ동아가 저널리즘을 어기며 사익(私益)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하게 될 것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언론개혁은 미국식 징벌적 보상제도를 악의적 왜곡보도에 적용하는 방법 하나로만 7부 능선을 넘을 수 있다.

권력을 가진 자일수록 ‘있을’ 때 잘 해야 하는 법이다. 세상은 그렇게 만만치 않게 변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데일리서프라이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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