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불신사회(無信不立)

‘세상에 공짜는 없다’

검토 완료

이달원(reform1)등록 2007.12.13 19:24

식민지로부터 해방된 이래 우리사회는 엄청난 격변과 격동의 세월을 겪어왔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수없이 많은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렸으며, 물불 가리지 않는 각고의 노력을 쏟아 왔다. 그 결과가 바로 고속압축성장이다.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마침내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면서 중진국으로 발전하였다. 이제 선진국으로의 도약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국민소득이 2만불에서 3만불, 4만불로 늘어나면 선진국에 자동으로 진입하느냐이다. 고속압축성장에 의한 부작용이나 댓가는 없는 것인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한국의 압축적인 성공신화에도 딱 들어 맞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사회가 점점 더 최악의 불신사회로 변모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속압축성장에 의한 댓가를 치루는 셈이다. 그 실상을 보자!

 

*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가치관 및 사회의식조사(1996년.2003년.2007년)’
 행정부,사법부,국회 등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신뢰도가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 국가기관에 비해 상당한 신뢰를 받았던 민간분야의 비영리단체인 언론, 시민단체, 종교단체, 노조마저도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유일하게 신뢰도가 증가한 분야는 군대이다. 대기업은 변동이 없다. 지난 10년간 신뢰도가 가장 많이 떨어진 집단은 31.!%에서 3.2%로 추락한 국회와 48.8%에서 21.6%로 떨어진 시민단체이다.

 

* 한국행정연구원의 ‘행정에 관한 국민인식조사’(2007년)
 국회와 법원 ,정부 등 3부를 모두 신뢰한다는 응답자가 12%에 불과하다. 1996년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실시한 ‘한국민주주의 바로미터’ 조사에서 38%였으니 지난 10년만에 무려 26%가 추락한 것이다. 입법부의 신뢰도는 최악으로 1996년의 49%에서 18%로 추락하였다. 정부가 벌이는 각종 사업에 대해서 ‘정부가 대부분 옳은 일을 한다고 믿는다’ 는 응답자는 7%에 불과하다. 또한 ‘정부가 국민 대다수의 이익을 위한다’는 응답은 28%인 반면 ‘정부가 수수 특권층의 이익을 위한다’라는 답변은 72%에 달해 정부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심각한 불신 수준을 드러냈다. 

 

* 한국개발연구원(KDI)‘사회적자본 확충을위한 기본조사 및 정책연구’(2007년)


 신뢰지수 10을 척도로 해서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지수인 4.0을 기준으로 비교해 볼 때 , 국회가 3.0으로 최하위이며 주요 기관 대부분이 중간값인 5.0에 미치지 못했다.  우리 국민들이 정부(3.4)와 지방자치단체(3.9)에 대해선 낯선 사람보다 믿지 못하겠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직자들이 법을 제대로 지키고 있다‘에 대한 응답은 5%에 불과하다.

 

이에 이 보고서는 “사실 여부를 떠나 국민들 사이에 ‘유전무죄’ ‘무전유죄’ ‘전관예우’가 법조계의 관행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며 결론에서 “불신과 배척의 문화가 계속되는 한 우리 사회가 선진사회로 도약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미국의 비영리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타의 ‘국민들의 국가만족도 조사’(2007년)


한국(9%)은 불가리아(9%), 우크라이나(9%), 레바논(6%), 팔레스타인(5%)과 함께 한자릿수 만족도를 보였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와 우간다의 만족도가 11%, 22%로서 한국보다 높다. 35개국중 만족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중국(83%), 말레이시아(76%), 뱅글라데시(75%)이다.


‘대통령과 장관등 국가지도자들이 나라운영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24%로서 32개 조사대상국중 이스라엘(19%), 폴란드(21%)에 이어 3번째로 낮은 지도자 만족도를 보였다. 일본과(50%), 미국(40%)은 중간정도이다.   

 

* 이용훈 대법원장의 전국법원장 회의 발언(2007년 연말)


“현재 우리 (법원의) 재판은 당사자들이 신뢰하지 않고, 그 결과에도 승복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우리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상소율이 높다. 이는 결과적으로 재판현실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 
  
 지금까지 예로 든 조사만 보더라도 한국사회가 불신사회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앞서의 KDI 보고서는 “한국전쟁과 급속한 도시화, 권위주의적 근대화 등을 겪으면서 불신이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되면서 우리 사회의 신뢰가 붕괴된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사회가 고속 압축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신뢰의 붕괴’라는 혹독한 댓가를 치루고 있다는 뜻이다. 고속 압축성장은 한국사회로 하여금 극심한 물질주의를 추구하게끔 만들었으며, 물질주의에 의한 맹목적인 ‘돈’ 욕심이 결국  한국사회를 신뢰붕괴의 사회로 만든 것이다.  신뢰보다 ‘돈’이 앞서는 사회이다보니 ‘부모가 돈이 많아야 자녀들이 부모를자주 방문한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오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숭실대 정재기 교수가 2007년 발표한 ‘한국 가족.친족간 접촉빈도와 사회적 지원양상 국제간 비교’ 논문에 의하면 ‘세계에서 유독 우리나라만 자녀가 따로 사는 경우, 부모 소득과 자녀들의 방문 횟수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소득이 1% 높아지면 자녀와의 대면접촉이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KDI의 보고서가 결론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사회의 신뢰붕괴가 이 지경인 상황에서는 결코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17대 대선에서 우리 국민들이 ‘경제성장’을 가장 큰 쟁점으로 삼고 있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맹목적인 경제성장에의 집착은 또다른 댓가를 치루고야 말 것이기 때문이다.

 

2007.12.13 19:26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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