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권 국가범죄에 침묵하는 자, 누구인가!

-공소시효배제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하며

검토 완료

김유경(iammiam)등록 2007.12.14 16:10

반인권 국가범죄에 침묵하는 자, 누구인가!

 

-필자: 권영국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부위원장)

 

필자 사진 권영국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부위원장) ⓒ 김유경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BBK 문제와 삼성 비자금 문제에 대한 진실공방이 연일 TV와 신문의 앞머리를 채우고 있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본과 권력의 속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들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에 대한 절대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본과 정치세력이라는 점에서 그 진실규명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상식적으로 보면, 이미 그 진상은 드러나 보인다. 그러나 그 진상에 대한 공식적인 결론은 진실과 항상 같은 편이 아니다. 현존하는 권력과 거대 자본은 자신의 힘과 인적관계를 동원하여 언제든지 사건의 진상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진실이 드러날 때쯤이면 그들 범죄자들은 공소시효라는 인위적인 법제도의 방패막이 뒤로 숨어 자신의 면책을 주장한다. 청산되어야 할 과거가 면죄부를 받게 되는 것이다.

 

특히, 국가권력과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되는 사건의 조작과 은폐, 그리고 공소시효라는 법 괴물 앞에서 역사적 범죄에 대한 청산과 단죄를 포기하여야 하는가? 이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는 상징적 사건이 있다. 바로 강기훈 유서대필 의혹사건이다.

 

최근 진실화해위원회는 91년 당시 노태우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하였던 고 김기설씨의 유서는 그 자신이 직접 작성한 것이며 ‘운동권’ 강기훈씨에 의해 대필된 것이 아님을 밝혀냈다. 강기훈 유서대필 의혹사건은 국민들의 퇴진요구에 직면한 노태우 정권이 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수사당국 등 국가기관을 동원하여 진실을 조작한 국가범죄사건임이 밝혀진 것이다.
 
민주화를 외치며 분신한 열사의 유서를 대필한 것으로 조작하여 무고한 이를 자살 방조의 범죄자로 낙인찍고 민주화 의지를 짓밟았던 반인권적 국가범죄! 그 극도의 야만성에 몸서리를 치지 않을 수 없지만, 기실 더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청산해야 할 반인권적 국가범죄임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제도라는 법 괴물 앞에 너무도 무력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뿌리 깊은 부조리와 몰가치적 현상의 득세는 부정의로 가득 찬 과거 역사에 대한 청산의 부재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역사에 대한 청산과 단죄를 통해 사회적 정의를 세우려는 노력은 과거 수혜자들의 방해와 적절히 교합하면서 방기되고 있다. 향후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재발방지를 위해 최소한으로 발의된 공소시효배제특별법 제정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현실의 반영이다.

 

사회정의와 법적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현재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국가가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책임지도록 하고, 미래의 국가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함으로써 반인권 국가범죄의 재발을 막도록 최소한으로 규정한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은, 발의된 지 2년이 넘었지만 법사위에서 먼지만 뒤집어쓴 채 한없이 계류 중이다. 얼마 전 공소시효배제특별법과 관련하여 대선후보들에 대한 공개질의가 진행되어 대부분의 후보가 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했다고는 하지만, 17대 정기국회가 끝난 이 시점에서도 특례법안은 법사위에 안건으로조차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각 당 대선 후보들은 남은 17대 국회 회기 내에 공소시효배제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한 자신의 몫을 함께 함으로써 반인권적 국가범죄에 더 이상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에 의해서, 혹은 국가의 방조와 협력에 의해서 반인권적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을 없애는 것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절박한 과제이다. 권력을 휘둘러 혹은 권력과 야합하여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강탈해온 정치세력과 자본의 썩어빠진 부패 행태를 추방하고자 한다면, 또한 우리 사회가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재발을 두려워하지 않는 진정으로 민주화된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면, 우리는 공소시효배제특별법의 제정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17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2007.12.14 16:12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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