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결정의 양면, 고민 중의 이우학교 학생들

<길을 벗어난 불안, 길을 찾는 자유 - 대안학교 지도 그리기⑧> - 이우학교 좌담회

검토 완료

이호랑(lee99701)등록 2007.12.14 17:36

11월 24일 토요일의 경기도 분당. 이곳의 어느 학교에서 ‘오! 느끼는구나!’라는 이름의 학교축제가 있었다. 모든 학생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스스로 부스를 마련한 학생, 공연을 기획한 학생, 축제를 즐기는 학생 모두가 열성적으로 축제에 참여하고 있었다. 굉장히 활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 이우학교 학생들의 모습이었다. 

 

11월 30일 금요일, 축제분위기가 많이 사그라진 이우학교의 대강의실에서 ‘대안학교 마을만들기’ 팀과 이우학교 학생들의 좌담회가 열렸다. 이번 좌담회의 사회를 맡은 필자는 긴장한 목소리로 “그럼 좌담회를 시작하도록 하겠다. 시작하기에 앞서, 이우학교와 하자작업장학교, 좌담회 보러 오신 이우학교 학생분들 모두 자유롭게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놨으면 좋겠고, 편하고 재미있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좌담회를 시작했다.

 

대안학교 학생들이 대안학교에 오게 된 이유와 목적은 다양하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 인문계학교의 공부밖에 모르는 모습과 학교에 갔다가 학원에 가서 집에 오는 반복적 사이클에 지쳐서 대안학교를 찾는 경우. 권위적인 모습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학교에 반발해서 대안학교에 오는 경우다.

 

이우학교 12학년 양미숙(18)양은 “중학교는 일반학교를 다녔다. 부모님이 스스로 공부를 하도록 내버려두시는 편이었지만 공부보다는, 오히려 집에 와서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불평과 욕을 많이 했었다. 그렇게 3년이 흘렀고 고등학교에 갈 나이가 됐을 때, 중학교시절을 생각하니 또 싫은 소리를 할 것 같았고,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걸 찾아보던 중에 대안학교를 찾게 되었고, 이우학교에 오게 되었다.”라고 가장 먼저 이야기해주었다.  하자작업장 학교 주니어 이지연(17)양은 “나도 중학교를 졸업하고 대안학교에 온 케이스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홈스쿨링을 했다. 그런데 3개월 정도를 그렇게 지내다보니 나한텐 친구, 나를 이끌어주는 사람, 함께 배울 동료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근처 학교를 알아보다가 어머니가 하자를 추천해서 오게 되었다.”라고 자신의 경우를 이야기했다.

 

좌담회를 하기 전, 어느 반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계사수업을 참관했었다. 중학교 시절의 ‘사회’와 비슷한데, 그 과목은 항상 졸면서 들었던 기억이 나서 ‘졸지 말자’라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수업을 들었다. 허나 막상 들어보니, 일반학교의 방식이 묻어있기는 하나 선생님은 그저 외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유추하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며 수업을 진행했다. 졸음은 없는 수업이었다. 계속 머리를 굴려야 했기 때문이다.

 

좌담회 자리에서 서로의 학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위의 특징이 드러났다. 좌담회를 보고 있던 한 이우학교 학생은 “이우학교는 일반학교와 닮아있지만 다른 컨텐츠를 가지는 것 같다. 일반 학교라면 그냥 외우겠지만, 여기서는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 다른 아이들이 말하는 것을 듣다보면 그렇구나 하고 이해하게 된다. 이런 점은 이우학교만의 특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이어서 이우학교 12학년 장대환(18)군은 “이우학생들이 가장 많이 얻어가는 것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수업을 함으로써 자유와 자율을 얻어가는 것 같다.”라며 말을 보탰다.

 

이야기는 필자의 미숙한 진행 덕분에 빠르게 진로와 대학진학에 대한 내용으로 흘러갔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이 가지는 불이익은 삶에 있어서 상당히 큰 타격이다. 그런 점에서 대학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대학에 진학하는 사회적인 흐름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반학교의 학생들, 대안학교의 학생들도 위와 같은 이유가 있기 때문에 대학을 선택하게 된다.

 

이우학교의 학생들은 어떨까? 12학년 홍민기(18)군은 “고2때 네발디딤이란 동아리에 들어갔다. 역사와 인문학을 공부하는 동아리인데, 그 동아리에 있으면서 그쪽 분야가 굉장히 재미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인문학을 해서 나중에 이걸로 먹고 살자는 것이었다. 인문학으로 먹고 살기 위해선 대학은 나와야했기 때문에, 바로 수능 공부를 시작했다.”며 동아리 활동을 통해 진로를 결정하게 된 자신의 경우를 이야기했다. 이어서 12학년 유성미(18)양도 “예전부터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때문에 고2 인턴쉽도 영화제작사에서 하게 되었고, 진로도 대학진학보다는 현장에서 배우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사회 체험활동으로 NGO활동을 하게 되었다. 비록 열성적인 회원은 아니었지만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등과 관계하면서 이런 국제적인 이슈들에 크게 흥미를 느꼈고, 그것들을 영상으로 담아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전에 잡아놨던 영화관련 진로를 접고 크게 미디어 산업 쪽으로 진로를 다시 잡은 뒤, 해외로 대학을 가게 되었다.”라며 체험학습활동의 경험으로 진로를 바꾸게 되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우학교의 학습활동은 굉장히 다양하고 범위가 넓다. 때문인지 여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전부 좋을 수는 없듯이 위의 경우와는 다른 측면도 들어볼 수 있었다. 장대환 군은 “나는 이우학교에 온 뒤, 공동체라는 것에 많은 관심이 생겼다. 그것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고, 인턴쉽 때는 다른 대안학교에 방문했었다. 그런데 고3이 되면 이우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을 준비하게 된다. 그때부턴 계속 수능준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진로에 대한 탐색과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라고 말하며, “입시 준비하고 결국은 점수에 맞춰서 대학에 가는 아이들도 있다. 다들 많이 아쉬워하면서도 적응을 한다.”라고 뒤이어 말했다. 양미숙(18)양은 “고2말에 대학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진로를 정하고 대학진학을 결정했다. 그 뒤에 가고 싶은 과를 정해서 수능 공부를 시작했는데, 수능을 준비하는 약 9개월 동안 모든 목표의식이 사라져버렸다. 다른 것은 없고, ‘대학에 가야한다’라는 생각만이 남았다. 생각했던 과에도 미련이 없고, 하려던 공부에 대한 열망도 사라져서 다시 방황 중이다.“라며 힘든 수능준비를 거치는 동안 진로의 방향을 잃어버린 자신의 이야기를 해줬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은 뭘까? 대안학교에서는 흔하게 이런 고민을 많이 한다. 그러나 가고 싶은 길이 어떻든 간에,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는 자신의 진로에 대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은 그 필요성을 상실할 만큼 힘들다. 때문에 가겠다고 생각을 굳혔던 길마저도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다시 이리저리 방황을 계속하게 된다. 어쩌면 그 이유는 너무 높은 수능의 벽, 그 벽을 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자신이 정한 진로, 찾고 있던 길은 미처 돌아볼 틈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우학교의 일부 학생들은 위와 같은 딜레마를 겪고 있다. 그리고 그 딜레마는 비단 이우학교의 학생들만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런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은 없는 걸까? 한 가지 예로 성공회대학교를 이야기할 수 있다. 성공회대에는 특별전형으로 수시를 통해 대안학교 학생을 따로 선발하는 제도가 있다. 성공회대뿐만 아니라, 몇몇 대학에서도 위와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대안’이기보다는 여러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대학이 필요한 학생들 그리고 높은 수능의 벽. 그것에 대한 대안을 찾는 일은 아직도 고민해야할 숙제로 남아있고,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하는 사항이다. 앞으로도 그 고민은 계속 될 것이다. 모든 학생들이 즐겁게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날. 부디 그때가 빨리 오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사진배치는 첨부한 한글 파일대로 해주시면 감사합니다.

2007.12.14 17:3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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