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학교 학생회를 들여다보다.>
우리 세대에게 ‘니트 족’, ‘코쿤 족’이라는 이름이 붙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 족, 외부 생활로부터 도피하는 ’나 홀로 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언론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입시위주의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 낳은 위기라고 말하고 그 대안으로, 많은 대안학교에서 학생들이 자율적, 주체적, 독립적, 창의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학생 중심(<->교과서 중심 수업)의 수업, 함께 만드는 수업 등을 통해 ‘회색 인간’이 아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기 학습을 결정할 수 있는 아이들을 기르고자 하는 것이다.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공간으로는 크게 학생회가 있다. 학생들이 자기 학습,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기구로, 하자작업장학교에는 ‘자치위원회’가, 간디학교에는 ‘학생총회’가 있고 이우에는 ‘학생회’가 있는 등 학교마다 조금씩 다른 이름으로 학생회가 운영 중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이우학교의 학생회를 찾았다.
2007년 학생회를 이끌었던 두 명의 친구와 하자작업장학교 자치위원회를 함께 했던 기자가 만나 이우학교 학생회와 하자작업장학교 자치위원회를 파헤쳐보기로 했다.
금강산 하자작업장학교 주니어과정 수료. 2007년 봄 학기 자치위원회(학생회)장
장대환 이우학교 고등과정 3학년. 2007년 학생회장
이소중 이우학교 고등과정 3학년. 2007년 학생회 임원
금강산/ 제도권학교에서의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 아니라 학생이 교육의 주체 중 하나로써 함께 학교를 꾸려나가는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좋겠다. 각 학교 학생회를 들여다보며 차이를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고, 편하게 궁금한 것을 묻고 대답하는 형식으로 가려 한다.
먼저 두 친구가 학생회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장대환/ 이우학교에서의 고 3은 수능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나도 대학을 갈 계획은 있었으나 대안학교에 입학한 만큼 입시 공부 외에 다른 것을 해보고 싶었다. 또 대안학교 치고는 이우학교가 큰 편인데, 크기가 커서 그런지 소통이나 네트워크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제도적이더라도 어떻게든 관계들을 엮어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2학년 때 총학생회에 있으며 학생회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어쩌다 보니 결국 학생회장 선거까지 출마하게 되었다.
이소중/ 처음 학생회에 들어오게 된 것은 장대환이 꼬시기도 했고......(찌릿) 선거 시기가 한참 동료의식 부족,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때였다. 아이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는 이야기들이 공론화 되지 않고 있었고 문득 그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겨났다. 그래서 내가 이런 것을 함께 도모하고 주도하는 역할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시작하게 되었다.
금강산/ 나도 비슷한 의미로 자치위원회를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다. 대안학교 뿐만 아니라 어떤 모임을 기획하고 만드는 것은 그에 대한 문제의식, 다르게 표현하면 어떤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지 않나 싶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하는 것 같다.
[학생회의 구조]
금강산/ 이우학교는 학생회가 굉장히 크다고 들었다. 구조도 복잡하던데 조금 설명을 하자면?
장대환/ 학생회에는 학년 학생회가 있고 그 안에 총 학생회가 있다. 학년 학생회는 각 반의 대표가 참석하는 것으로 약 28명 정도의 인원이 활동 중이고, 총 학생회의 구성은 회장, 부회장, 임원, 각 부장으로 구성, 15명의 임원이 있다.
부서로는 환경부, 생활부, 총무부, 사법부, 문화부, 학습부가 있고 각 부서 당 한두 명의 부장이 있다. 부서에 참여하려면 학생회에서만 뽑는다.
금강산/ 와, 정말 많다. 학생회 이름으로 묶인 사람들이 43명이나 되다니. 학교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친구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장대환/ 사실 그렇지도 않다. 학년 학생회 같은 경우 한 반당 두 명의 임원을 뽑으니 그렇게 많은 인원이 된 것이고, 실상 학생회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총학생회 정도다. 부장들이 담당 부서의 일을 기획해오면 학생회에서 원하는 친구들이 모여 함께 일을 벌이는 구조다.
[우리 당 이름은 ‘마주치당’.]
금강산/ 이우학교는 선거하는 과정이 남달리 재미있다고 들었다. 출마하기 전에 먼저 당을 만들고 그 당내에서 학교에 관한 문제들을 논의하고 의제, 정책을 만든다고. 그리고 그 당에서 학생회장을 내놓는다고.
장대환/ 그렇다. 내가 선거에 출마했을 때 우리 당 이름이 ‘마주치당’이었다. 선거에 출마 할 때는 학생회장을 필두로 원하는 친구들이 모여 당을 기획하고 학교의 사안,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그리고 정책을 만든다. 그 때 나온 정책을 가지고 선거에 출마하여 공략을 편다. 선거 운동을 당원이 모두 함께 하는 셈이다. 하지만 당원이라고 해서 모두 학생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선발을 통해 뽑힌 사람만이 학생회에 들어올 수 있다.
금강산/ 선발? 그 선발은 누가하나?
장대환/ 학생회를 함께하고 싶은 친구들은 자원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학생회장이 지명, 선출한다. 학생회의 팀워크가 중요한 만큼 학생회장과 마음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 학교 측의 입장이다. 그런 이유로 학생회장에게 그 위임을 넘긴다.
금강산/ 독특하다. 학생회장이 지명하는 것. 사실 다른 대안학교에서도 학생회장을 주축으로 아이들이 모여들거나, 학생회장이 마음이 맞는 친구들에게 학생회에 들어올 것을 권유하고는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추천, 선거 등을 통해 학생회를 뽑는다. 하자작업장학교에서는 학생 수가 적은 편이고 자치활동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많이 생긴 것이 얼마 되지 않은 터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 모두 다 ‘자치위원회’에 들어올 수 있다.
학생회장이 지명하는 경우라면 당 활동을 함께 한 사람들이 같이 학생회에 올라오는 경우가 많겠다.
장대환/ 그렇지 않다. 그래서 어려움이 있었다. 당 활동만 참가하고 선거에는 참가하지 않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당에서 학생회를 하게 된 것은 이우정 딱 한 명뿐이다. 아무래도 당을 함께 하며 토론하고 함께 의지를 냈던 친구들이 빠지니 학생회를 시작할 때 당에서 논의 된 이야기들을 다시 꺼내어 합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소중/ 아무래도 고 3이 다가오면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이 꺼려지는 것 같다. 게다가 학생회는 일이 많기 때문에 활동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친구들이 있다. 얼마 전 선거를 치루고 내년 학생회를 조직하는 후배들은 아예 당을 꾸린 사람들이 책임지고 통합하여 학생회를 가져가기로 합의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렇게 운영될 것이다.
[학생회를 함께 하는 사람들]
금강산/ 학생회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장대환/ 크게는 안건에 따른 제도를 마련하는 일과 행사 기획이다. 제도 마련에서는 공청회를 열기도 하고, 규율 같은 것을 정하기도 하고,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던 것이 있고 학교 행사에서는 봤다시피 축제, 체육대회, 졸업식, 입학식을 기획한다.
금강산/ 인원이 많은데다 학교생활이 바쁘니까 다들 일을 하기가 힘들겠다.
이소중/ 열심히 하는 편이다. 합당한 이유로 공부를 안 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웃음) 다들 즐거워하고 열심히 한다. 밤을 새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도 힘들어 하기는커녕 오히려 재미있어한다. 이우학교에서는 학생회가 사람을 만나는 핵심의 장이기도 하다.
하자작업장학교는 어떤가?
금강산/ 하자에서는 대개 모든 수업이 학생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학생들의 참여와 주도에 따라 운영된다.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뭔가를 하지 않으면 수업이 굴러 가지를 않는 거다. 하자작업장학교에서의 수업은 ‘자기주도적학습’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을 기획하고, 수업 방향을 함께 결정하는 등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그래서 학생회나 프로젝트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인지 학생회의 개념인 자치위원회에서는 활동이 지지부진한 경우가 있다. 자기 일이 바빠서 학생회 일을 미뤄둔다던가. 중도하차를 선언한다던가.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런 차이도 있는 것 같다.
혹시나 선생님, 부모님이 공부 때문에 걱정하시지는 않나?
장대환/ 걱정하시기는 한다. 그래서 애초에 학사 일정을 짤 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사이에, 혹은 연말 등 중간에 조리 있게 배치한다. 또 이우학교가 단순히 입시 공부만을 하는 학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이우학교의 교육철학에 동의하시기 때문에 많은 부분 이해해주시고, 지원해주시는 편이다. 그런데도 가끔 불화가 일어날 때도 있다. 공식적인 석상에서는 거의 드물고 집에서 일어나는 경우인데 다른 활동들 하느라고 공부에 소홀한 자녀들을 부모님께서 걱정하셔서 잔소리 하시는 것. 나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함께 문제를 푸는 법]
금강산/ 학생회에서 결정한 사안이 학교 운영에 어느 정도 반영되는지 궁금하다. 또 함께 결정하는 자리가 있는지.
장대환/ 학생들이 하는 것은 학생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초기 교사들의 생각이었다. 자치라는 이름이니만큼 학생들이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도난, 음주, 흡연 등 학교에 꽤나 큰 문제들이 발생했고 교장 선생님이 나서서 이러지 말자고 학교 뒷산에 올라갔다 오는 등 학교 전체의 각성이 있었다. 이를 통해 이들 스스로 자생력을 발휘하여 나아지리라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결국 선생님들이 나섰는데 곧 학생회 내부에서 학생회 일에 교사들이 너무 개입하는 것 아니냐, 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사법부가 생겼다. 학생들이 법정을 만들어서 우리의 일은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거였다.
금강산/ 정말 법정처럼 판결을 내리나?
장대환/ 그렇다. ‘민족사관고등학교’에 이런 게 있다고 해서 따왔다. 법조계에 관심 있는 선배를 주축으로 학생들이 문제가 일어났을 때 무작위로 뽑힌 배심원들과 판결을 내리기로 했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실행에서는 법정에 대한 비판들이 쏟아졌다. 같은 학생인데 내가 왜 너에게 옳고 그름을 선고받고 처벌(봉사활동)을 받아야하냐 등등의 이야기가 나왔고 ‘사법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친구들이 생겼다. 회의 자리에서 가끔 말다툼이 오가기도 했다. 이런 문제 (흡연, 절도)는 학생회에서 맡기가 버거운 측면이 있었다. 술 먹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 것도 뭔가 이상하고 말을 한다고 듣는 것도 아니고 해결이 나지 않았다. 결국 교사회 내에서 학생생활협의회라는 상설기구를 만들어 운영하기로 했다. 학생생활협의회는 기존 학교의 선도부를 이우학교 구조에 맞추어 만든 것이다. 교사회에서 이런 일들을 맡기로 합의를 하고 나니 학생회에서는 좀 더 학생들 간의 소통에 집중할 수 있었다.
금강산/ 우리 학교에서는 그런 음주, 흡연, 폭력 등 학교에서 발생하는 큰 문제들은 공론화 시키고 학교 구성원 전체가 모여 토론을 벌인다. 하자 뿐 아니라 어떤 대안학교들은 문제가 불거졌을 때 공청회나 학생들의 토론을 통해 문제를 푸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는 나름대로 잘 진행되는 편인데, 이우에서는 어떤 이유로 힘들었는지 궁금하다.
장대환/ 이우학교에서도 초반에는 학년 총회를 통해 해결했다. 그러나 뭐가 문제인지는 알겠는데 결론이 나지 않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판결을 내 보자고 만든 것이 사법부였고, 사법부에서 하기로 했던 것은 결국 학생생활협의회가 맡게 되었다. 학생생활협의회에서 진행되는 회의에 학생회장은 참여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학생들이 이야기를 풀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사안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분명 있는 것 같다.
금강산/ 우리 학교는 흡연, 음주를 금지하지 않고 있고 학교 구성원이 이우학교처럼 많지 않아 함께 모여 토론을 하기가 더 쉬웠을 것 같다. 게다가 전체회의에는 교사, 학부모 등이 참석해 방향잡기나 제안에 도움을 주신다. 학생들끼리의 토론이 가능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때에 따라 어려움이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학생회, 이래서 어렵다!]
금강산/ 학생회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점을 한 번 꼽아보면 어떨까
장대환/ 처음에 학생회를 조직하는 것이 힘들었다. 3월이 당장 개학인데 2월에도 학생회가 제대로 꾸려지지 않아 이 애, 저 애 만나면서 설득하러 다녀야 했다. 심지어 방학 때 반 친구들을 모두 모아 학생회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한 적도 있다. 2월 말 정도에 학생회를 꾸렸다.
금강산/ 지명이라기보다는 책임이구나. 하하.
장대환: 내세운 정책을 수행하는 것과 학생회 내부를 운영하는 것,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것도 힘들었다.
금강산/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 사안이나 안건들을 제안하는 것도 학생회, 학생회장의 중요한 일이지만 학생회 내부를 조율하고 함께 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나는 자치위원회와 함께 수다를 떨거나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거나 가끔 문자를 보내거나 하면서, 일을 한다기보다는 우리가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많이들 즐기면서 해 주었지만, 내가 실천한 것이 부족해 지금에 와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장대환/ 내가 부장이었을 때 학생회장을 했던 선배가 있는데 그 선배는 학생회 임원들 생일도 챙겨주고 자기 집에 초대해서 떡볶이를 만들어주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으나 잘 안 되더라.
이소중/ 우리가 임원을 하는 일 년 동안 어려움도 많았고 아쉬움도 많이 남지만 도망치지 않고 계속 노력했으니까,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면 교사,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어려움은 없었나?
장대환/ 학생회는 워낙 독자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도와줄 수는 있어도 외부적인 영향이 직접적으로 오지 않는다. 그러나 학교에 대한 아쉬움을 굳이 꼽아 보라면, 학생회는 교사회에 비해 회의비를 비롯한 활동비를 확보하기 어렵다. 또, 교사대표자회의, 학교운영위원회 등에 참석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나 설령 기회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그게 잘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물론 학생회에서 이러한 권리를 학생회에서 쟁취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실상 그것이 매우 어렵다. 교사회에서 더욱 동료의식을 갖고 학생회를 바라본다면 그동안 있었던 교사회-학생회 간의 잡음이 어느 정도는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학생회를 통해 자란 학생들]
금강산/ 이제껏 학생회 구조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임원으로써 있었던 두 사람의 이야기도 좀 듣고 싶다. 학생회가 단순 취미 생활이 아니라, 실은 자기 학습이지 않나. 학생회라는 학습을 통해서 얻은 것은 어떤 것?
이소중/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배운다. 사람들의 모임을 이끌어가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내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들이다. /
장대환/ 무엇보다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는 많은 친구들을 만난 것이 가장 큰 재산이라 생각한다. 특히 학생회가 아니었으면 후배들을 이렇게까지 깊이 있게 만나지 못했을 것 같다. 이우학교를 졸업하더라도 서로 돕고 의지 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 기쁘다. 또한 1년간의 회장 일을 통해 집단이 모두 소외받지 않고 다 같이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도.
금강산/ 사람이라는 말이 여러 번 등장한 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학습의 계기였던 것 같다. 관계를 이끌어 나가는 것, 소통하는 것 등등...... 그러면 이 경험이 각자의 삶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이우정/ 학생회는 나와 우리가 원하는 방향을 위해 일한다.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며, 소중한 경험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사회를 나가서 하게 될 일이기도 하다.
금강산/ 공동체, 나도 이 단어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자치위원회를 통해 공동체를 들여다보게 되었기 때문. 학교의 상황, 문제, 고민 등, 내가 알지 못했던 이면을 알게 되었다. 자치위원회를 하기 전에 내게 학교는 어떤 것을 배워가야 하고, 뭔가를 요구해야 할 공간이었는데 자치위원회를 통해 학교를 들여다보고 나니 학교가 함께 일궈야 할 마을이 되더라. 전에는 이해되지 않던 것들이 이해되기 시작하고, 전체 구조가 보이면서 나와 함께 해주고 있는 사람들, 공간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일었다. 자치위원회를 마친 이후에도 이런 경험이 토대가 되어 소속된 공간에 대해 애정을 갖게 되고,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뭔가를 함께 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긴 것 같고....
대환이는 회장으로써 남달랐을 것 같다.
장대환/ 태어나서 처음 회장이란 직책을 맡았다. 다시 이런 일을 해 볼 기회가 있을지 모
르겠지만 이 경험을 통해서 앞으로도 새로운 집단에서 회의를 하거나 모임을 가질 때 이야
기를 진행할 능력이 길러졌다 생각한다. 대중들 앞에서 말하는 것도 조금 더 자신감이 생겼다. (웃음)
금강산/ 마지막으로 학생회는 어떤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또 학생회를 위해 일하게 될 친구들에게 한마디씩 하고 인터뷰를 정리하도록 하자.
장대환/ 이우의 학생회는 이제 학생들 서로 간에 소통과 대화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하는 기구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소외받는 이 없이 모두가 하나 된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하는 학생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소중/ 잘 모르겠다. 친구 하나는 학생회가 학생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과 학교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하더라. 또, 우리 학교 교감 선생님은 학생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무얼 느끼는지 학생회가 세심하게 감지해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학생회에서 일하는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학생회가 어떤 의미인지, 또 왜 필요한 일인지를 생각하면서 1년을 보냈으면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그치지 않아야 한다.
금강산/ 인터뷰에 응해주어 고맙다.
한동안 “이야기를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이소중 친구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하자작업장학교는, 또 다른 대안학교의 학생 자치모임에서는 끊임없이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것일까? 학생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일까?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일까?
이우학교 학생회는 체계적인 구조 아래 열정적인 학생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학생회 전체가 책임감을 가지고 꾸준한 평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시도들을 계속 해나가고 있었다. 이런 이우의 학생회는 여느 대안학교들에게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학생회가 직접적으로 학교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지, 또는 학생회가 중요한 학습으로 인정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안교육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규모도, 구조도 성장했다면 이제는 그 내실을 다듬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대안학교에서는 학생회나 자치활동을 취미생활, 동아리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수능 공부, 자기 작업에만 몰두한 아이들만을 인정해주는 사회의 영향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공동체 의식, 자기 기획력을 갖출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겠다고 이야기하는 대안학교라면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참여 할 수 있는 장을 확보해야 한다. 또 이런 활동들을 잘 꾸린 뒤에는 학생들의 학생회 활동, 자치 활동이 자기의 학습으로 쌓일 수 있도록, 예를 들자면 대학 수시나 포트폴리오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어떤 일을 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학생회에서 활동하고 싶은 친구, 학생회 조직이 어려운 학교라면 열심히 활동 중인 다른 대안학교의 학생회를 눈 여겨 볼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회, 자치활동의 롤모델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2007.12.17 08: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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