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실망한 우리에게

-국민은, 믿음이 갈 때 선택한다.-

검토 완료

유기창(chang54)등록 2007.12.24 08:43
 대선 결과 이상은 없었다. ‘혹시나’에서 ‘역시나’로 끝난 대선이었다. 이명박 동영상이 돌출되어 대선 판도가 또 한 번 요동칠 것이라는 기대는 기대로 끝났을 뿐이다. 대선 예비 경선부터 ‘한 방’에 날아갈 수 있는 불안한 후보로 비판받은 후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투표자의 50%에 가까운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흠집 많다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노무현 정권의 5년 실정에 대한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이란 표현은 선거 패인의 보편적 언어가 되어 버렸다. 비정규직의 눈물을 씻어주겠다고 했던 노무현 정권이었고, 약자의 아픔을 감쌀 것으로 기대했던 노무현 정권이었다. 5년 전 바보 노무현을 찍은 국민은 5년이 지난 지금 정말 바보 노무현을 찍은 결과가 되었다. 기득권 층, 어느 누구에게도 빚지지 않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노무현이었다. 수구 세력에 의해 탄핵 위기에서 구한 것도 국민이었고 과반수의 국회의원 의석까지 만들어주면서 힘을 실어 주었던 국민이었다. 그렇게 힘을 실어주었던 소박한 국민들에게 노무현 정권은 오히려 없는 사람을, 소외받는 약자를 더욱 깔아뭉갰다. 있는 사람들은 덕을 보면서도 대통령에 대한 권위조차 인정하지 않았고 바보 노무현 대통령을 비아냥 거렸다. 노무현 정권은 보수 언론과 늘 대립하면서도 보수가 지향하는 정책을 국정의 중심과제로 삼았다. 일을 하면서도 욕을 먹었고, 국민과 교감을 나누지 못해 욕을 먹었다.

비록 말은 솔직하고 단순명쾌한 듯했지만 거칠었고 국민 다수의 동의를 구하지는 못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미국은 가지 않겠다.’는 말을 했을 때는 너무도 당당했지만 미국에 가서는 굴종적이었다. 국민들에게 민족자존의 자주 외교를 펼칠 것처럼 생각되었으나 비굴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노무현 정권 5년에 대한 국정 평가, ‘왼쪽 깜박이를 켜고 오른 쪽으로 가는’ 참 서툰 운전하듯 5년의 국정 운영은 좌충우돌했다. 노무현 세력이 결코 진보개혁 세력의 대표선수가 아니었음에도 국민에게 혹독한 평가를 받아 진보와 민주개혁 세력까지 함께 퇴출 위기에 몰렸다.

평화 민주개혁 세력을 자처했던 대통합신당은 후보 선출과정뿐만 아니라 선거운동 끝까지 명분도 잃었고 무기력했고 오락가락했다. 이름만 대통합신당이었을 뿐이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칠수록 ‘당해도 싸다.’는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버림 받았다. 그 때문에 동반 퇴출위기를 맞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참패는 억울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진보 정당이 싹을 틔우고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할 텐데 그런 토양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민주노동당을 이끌었던 사람들의 안이한 자세가 그것을 자초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어쩌면 이는 이미 예고된 것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진보 정당에서조차 후보 선출 방식이 진보 정당답지 못한 방식으로 결정되었고, 후보 선출 과정도 마찬가지 흥행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왜 진보 정당인가?”에 대한 질문에 명쾌한 답변을 하지 못할 정도로 민노당 대선 후보 또한 적절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 민노당 대통령 후보를 결정한 이후 한 달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한 것은 집권에 대한 의지도 없을 뿐더러 민노당 후보 되는 것에 자족한 선거는 아니었는가를 반성해야 할 것이다. 진보든 보수든 기고만장하고 오만한 세력에게 국민은 언제나 정확한 평가를 내려왔다.

우리들 마음속에 "그래, 이명박 잘 되게끔 내버려 두나보자. 두고 보자." 이런 결기로는 또 국민들로부터 "역시 저 놈들은 어쩔 수 없어."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았던 수구세력처럼 당선된 이명박 후보에게 그리 큰 희망을 걸지 않는 대한민국의 진보 세력. 그 속에서 우리는 또 살아갈 것이다. 그러면서 또 희망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것이 이명박 정권의 퇴진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권력의 속성상 5년을 평탄하게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약점도 보일 것이고 악수도 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정 4년을 이끌었던 세력이다. 선거를 통해서 정권을 교체한 그들이다. 악수를 기다리는 것으로 반사이익을 얻겠다면 진보는 더 이상 진보일 수 없다. 그렇게 악수를 둘 정도로 어리석은 한나라당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노무현 정권을 반면교사로 삼아 정치를 펼칠 때 위기를 느껴야 할 것은 오히려 민주개혁을 자처했던 세력, 바로 우리가 될지 모를 일이다.

가까이 있는 총선이 분수령이 될 것이다. 사분오열된 모습일 때 국민은 진보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아예 접어 버릴 것이다. 끔찍스런 상상, 한나라당의 독주 또는 보수당의 양강 구도 그리고 민주개혁 세력의 군소정당 전락. 어떻게 총선을 넘어설 것인가? 정치권력을 다투는 사람들은 정치 생명을 계산 하지만 국민들은 그들의 속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의 선택 기준은 분명하다. 믿음이 갈 때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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