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자 아니, 이명박 장로께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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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winwan)등록 2007.12.28 16:49

우선 대통령 선거에서의 승리를 축하합니다. 당선 후, 본격적인 업무 준비에 여념이 없으실 텐데 아무쪼록 차질없이 인수인계가 이뤄지길 기원합니다.

오늘 이렇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신문 기사 한 편을 읽은 까닭입니다.

 

<이명박 당선자는 부인 김윤옥씨와 함께 27일 저녁 7시30분께 자신이 장로로 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망교회를 찾아 ‘제17대 대통령 당선 감사예배’에 참석했다. 30여분 전부터 모여든 2천여 신도들은 환호와 박수로 당선자를 맞았다.

설교 뒤 강단에 오른 이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 대해 “솔직히 제가 얼마나 시달렸냐. 국내외 역사상 그렇게 시달렸던 사람이 있냐”며 “젊었을 때는 먹고 살기도 힘들었지만 이번에는 그것과는 다르지만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당선자는 “절대 대응하지 말자고 아침마다 기도했다”며 “내가 이렇게 참을성 있는지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가장 괴로웠던 순간은 내가 부정직하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라며 “고민이 많지만 여러가지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당선자가 “대통령에게 고맙다. 특검을 받아줘서”라며 웃자, 신도들이 박수를 치기도 했다. ...나머지 생략 - 한겨레신문>

 

저 역시 예수의 가르침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기독교인입니다. 그렇기에 당선자의 27일 저녁 예배의 감회가 어떠할지 조금은 가늠하게 됩니다. 그런데  기사를 읽는 동안 맘이 편치가 않았습니다. 당선자께서 하신 말씀 중에 한 대목이 유독 짙은 잔영처럼 머리 속에서 아니 가슴 속에서 가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가장 괴로웠던 순간은 내가 부정직하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렇습니다. 누구든 내가 거짓되고 진실되지 못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 괴롭습니다. 특히나

예수처럼 진실과 사랑이 충만하고 가득한 분을 닮아가려는 삶을 사는 기독인에게는 더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하지만 당선자의 괴로움이 진정성 있게 제게 와 닿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아마도 당선자의 과오가 선혈의 선명함으로 제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1996년 선거법 위반, 위장전입, 그리고 자녀위장취업 의혹. . .

 

얼마전 이문열 작가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생각이 납니다.

" 자녀 위장 취업은 요즘 중소기업 사장들도 하지 않습니다. " 이문열 씨는 BBK 사건 보다 위장취업 등의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이라 했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이건 정말이지 도덕성에 깊은 흠집을 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제가 모르는 어떤 이면의 사연들이 있는지...  그러나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맘에 씁쓸함이 가득했습니다.

 

저는 이제 당선자이자 장로님께 감히 몇 마디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국민을 섬기겠다는 훌륭한 말씀처럼 진정한 섬김의 자세를 보여주십시오.  성경에 나오는 마르다와 마리아 자매를 잘 아실 겁니다. 예수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했던 마르다 보다는 조용히 예수 곁을 지키다 향유를 모두 예수의 발에 부은 마리아를 높게 평가하셨던 예수님... 이제 장로님께서도 예수를 섬겼던 마리아와 아리마데 요셉, 그 밖의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헌신 봉사하던 많은 인물들 처럼 국민들을 묵묵히 섬겨주십시오. 진정한 섬김은 많은 말이 필요치 않습니다. 내 억울함을 누가 알아줄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시면 됩니다.

 

둘째,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당선이 되셨습니다. 선거 결과에 대한 원인 분석이야 전문가들이 잘 했을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그러한 국민의 압도적 지지는 자칫 부메랑처럼 당선자께 돌아갈 수 있습니다. 경제 살려달라고, 나 먹고 살게 해달라는 그 간절함들이 당선자의 과오를 눈감고 애써 외면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훨씬 강한 국민적 분노와 실망감에 직면하게 되실 겁니다.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이 점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이 몸소 보여주셨던 사랑의 실천을 장로님께서도 보여주셔서 작금의 기독교계의 위기를 해소해 나가는데 다리가 되어 주십시오. 또한 서민들이 따뜻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소외된 이웃을 위해 봉사해주십시오. 절대로 재벌이나 가진 자들을 위한 대통령이라는 비아냥이 회자 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그래서 부디... 제 마음에 쌓여 있는 당선자에 대한 앙금이 감사가 될 수 있도록 힘써주십시오.

 

5년 후 퇴임예배를 드릴 때, 성전에서 이런 감회는 어떠신지요?

 

" 제가 대통령 하면서 가장 괴로웠을 때는, 국민들의 얼굴에서 행복한 웃음이 보이지 않았을 때 입니다. 반대로 제가 대통령 하면서 가장 행복했을 때는, 국민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을 때입니다. 제 존재의 이유가 바로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니까요."

 

 

2007.12.28 16:39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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