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 밀린 처참한 재래시장

지자체는 지원이 아닌 보조만 하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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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호(marsun52)등록 2008.01.21 12:03

“정말 갈수록 먹고 살기가 힘들어져요. 다들 대형마트나 할인마트만 찾아다니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네요.”

 

수원 모 재래시장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는 한 상인의 말이다. 재래시장,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청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재래시장의 수는 2005년 1660개, 2006년 12월말 1610개. 전체 점포수로는 2005년 23만 9,200개, 2006년 22만 5,725개로 1만 3475개나 줄었으며 감소율은 13.2%를 보였다. 신설된 시장은 단 한개도 없다고 조사됐다.

 

대형마트에 밀려 결국 문닫는 상점들이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늘어만 가고 있다 ⓒ 선영호

 

전국 재래시장 상인의 57% 이상이 50세 이상의 노인이다. 한 평생 삻의 터전이 되었던 곳이 지금의 재래시장인 셈이다. 그렇기에 다른 곳에 갈 수도, 떠날 수도 없는 것이 현 상황이다. 대형마트에 밀려 손님이 오지 않아도 문을 열 수 밖에 없다.

텅빈 한 재래시장의 매장골목. 한창 바쁠 시간에도 썰렁하기만 하다. ⓒ 선영호

 

대형마트의 전국화

 

현재 대형 마트는 전국 400여가 넘고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현상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형마트가 계속해서 늘어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법 규제가 없기 때문. 미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일정 인구수가 되지 않으면 대형마트가 들어올 수 없도록 하는 규제법이 마련되어 있다.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한국은 그러한 법이 없다. 대형마트가 마음만 먹는다면 전국 어느 곳이나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마트 측 입장은 마트가 들어선다면 고용창출이 일어나고 저렴한 가격에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여기엔 모순이 숨겨져 있다. 마트가 들어서 지역 상권을 죽인 후에는 마음대로 가격을 조정할 수가 있다. 지금도 재래시장보다 가격이 비싼 경우가 더러 있다. 또한 재래시장은 해당 지역에 세금을 납부하여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만 마트의 경우 수입은 고스란히 본사로 들어가기 때문에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래시장의 고질병

 

그렇다면 왜 재래시장에 사람의 발길이 끊길까?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몇 가지 이유는 어느 재래시장이나 마찬가지로 본다. 첫째, 주차공간이 부족하다. 주차시설이 좋지 않다. 주차장이 부족하기에 어쩔 수 없이 불법주차를 하게 되면 주차단속에 걸려버린다. 만약 단속을 한번이라도 당하게 되면 그 시장에 다시는 가고 싶어 하지 않게 된다. 더러 판매 측에서 배달을 해주는 경우가 있기는 허나 그 한계는 있다. 둘째, 화장실의 부족이다.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간이 화장실을 만들지만, 간이 화장실의 경우 관리나 위생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장보기가 껄끄러워진다. 셋째, 가격표시가 잘 되어있지 않아 매번 가격을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재래시장 환경이 비위생적이다. 항상 많은 물품들을 포장 없이 쌓아두고 팔기 때문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비위생적으로 보이게 된다. 이러한 이유들은 자연스레 마트로 발길을 옮기게 한다.

 

한 재래시장의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입구. 단 한대의 차량만 통과 가능하다. ⓒ 선영호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

 

“그게 무슨 법인가요?” “우리도 해당 되는 건가요?” “시행되고 있기는 한가요?”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아래 ‘재래시장 특별법’)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아느냐는 질문에 상인 대부분이 모르고 있었다. 간혹 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나 거의 대부분 부정적인 시선이었다. “그거 말이 특별법이지 우리한테 도움 되는 건 하나도 없어요. 그거 받으려면 이것저것 서류도 많이 필요하고 우리도 돈을 내야 한데요” 모 재래시장 최진희(가명.36)씨의 말이다.

 

재래시장 특별법은 2004년 10월 재래시장의 현대화를 촉진하여 유통산업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함으로써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정되어진 법이다. 즉, 점점 낙후되어 가는 재래시장을 현대화시키고 존속시킴으로써 물가폭등을 막고 서민들의 생활을 안정시켜 경제 발전에 힘쓴다는 제도이다.

 

재래시장 특별법 제20조나 제33조를 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현대화 사업이 필요한 시장에 대해 그 비용을 지원하거나 보조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원이 아닌 보조만 하려고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지원금을 낮추려고 하는 것이다.

 

“말이 좋아 보조지, 갈취나 다름없어요. 누가 그렇게 내려고 합니까? 설사 보조를 받았다고 해도 정확한 내역을 알 수가 없으니 믿을 수가 없는 거죠” 모 재래시장 상인 유명진(가명.52)씨의 말이다.

 

수원시 같은 경우 시장을 개발하고 싶으면 총 개발비에서 10%를 시장상인이 부담하라고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장 개발에 100억이 필요하면 상인이 10억을 내야 하는 셈이다. 한 시장의 상인 수를 100명만 잡고 계산한다고 해도 개인당 1천만 원씩 내야하는데 대부분의 상인들로써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중소기업청의 조사에 따르면 법이 시행된 뒤 작년 말 기준으로 총 7,136억이 투입되었고, 562개의 재래시장에서만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법이 시행된 후 많이 발전 했다고는 하나 전체 재래시장 중 약 30% 시장만이 지원 또는 보조를 통해 발전을 한 셈이다. 나머지 70%는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 낙후된 시설 속에서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 재래시장의 모습. 사람도 없을 뿐더러, 장보는 사람보다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많다. 시설 또한 낙후되어 추운 겨울에도 비닐 하나에 의지해 장사하는 곳이 많다. ⓒ 선영호

 

알면서 안 되는 이유?

 

재래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안들이 있을까? 물론 대책은 이미 나와 있다. 한마디로 주차장, 화장실, 가격, 환경개선 등 단점을 고치면 된다. 이것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많은 상인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알면서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관심은 갖지 않는 것과 사람의 인식문제 그리고 법제도의 모순성이 그 이유다. 모 재래시장 운영위원회 부회장 한모(63)씨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어떻게 하던 상인들의 부담을 줄여줘야 합니다. 지원금을 높이고 상인 부담금은 낮춰 어떻게 해서라도 개발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죠”라며 “공영주차장과 화장실 등 가장 시급하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여 차츰차츰 활성화를 시켜야 할 것입니다. 일단은 사람이 시장을 찾아오는 것이 중요하니까요”라고 시에서 돈을 걷어 상인들에게 부담을 주기보다 시장이 스스로 살아날 수 있게끔 지원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하나 마트의 입점 문제이다. 현재 제도상 마트는 아무 곳이나 세워질 수 있다. 대한민국은 자유시장경제체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일정 인구수 이하의 지역에는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대형할인마트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관련법을 마련하여 지역 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도록 해야 한다.

 

“재래시장이 개발을 통해서 발전한다 해도 대형마트가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한 언젠가는 손님이 끊기고 말 것입니다. 시에서는 한 지역에 여러 개의 대형마트가 들어올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박숙자(가명.52)씨가 말하듯,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설수록 재래시장은 점점 더 축소, 쇠퇴하기 마련이다. 지난해 경남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소비자 48.9%, 상인 60.6%로 대형마트의 확산이 재래시장을 죽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역상권 발전이 곧 나라의 경제성장

 

무엇보다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가 재래시장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을 보여 시장 활성화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지역경제가 살아나면 정부의 세수 역시 증가한다. 나라의 경제를 살린다는 것은 지역상권의 성장이 그 토대가 된다는 걸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다. 지역상권이 살아나지 않는 한 경제발전은 불가능하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재래시장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재래시장이 스스로 살아 날 수 있게끔 해야 할 것이다. 시에서 외면하게 된다면 재래시장은 결국엔 무너지게 마련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1.21 12:02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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