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者기피증후군 = 당선된 놈과 당선된 사람

'당선자X, 당선인O' 라는 희대의 코미디를 완성하자

검토 완료

이병철(cheori27)등록 2008.02.20 08:27

내가 설레설레 듣고 말던 소식들을 전해 주던 수많은 언론사의 '기자'들은 이참에 '기인'으로 고쳐불려야 마땅할 것이다. 기'자'라니, 나름대로 명함 하나 내밀면 대단한 권력을 구가하는 '사람'들인데, '놈'으로 불려서야 이거 체면이 서냔 말이다. '기자'들은 앞으로 '기인'이 되어, 위대한 기인열전을 써나가 주기 바란다. 자신들을 '놈'이라 시덥잖게 낮추면서 대통령만 '사람'으로 열쉼히 적어대지들 말고 말이다.

 

'기인'들이 전해주시는 뉴스가 재미없어 채널을 돌리면 이러저러한 방송의 '진행인'들께서 또 눈앞에 납신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해주시는 분들을 '진행자'라 부르다니, 이런 싸가지가 있을쏘냐... 앞으로, 모든 방송의 MC님들은 '진행인'으로 불러드려야 마땅하다. 우리는 '진행인'들 덕분에 '기인'들의 뉴스보다 재미있는 방송을 보면서 살고 있으니 감사할 일 아니냔 말이다.

 

먹고사니즘이 각박하야 하루하루 일터를 오가다 보면 무수한 좋으신 분들을 만난다. 버스'운전인', 택시'운전인', 그리고 나름 기름이며 차로 인해 세금 많이 내시는 자가'운전인'들을 넘치도록 만난다. 이 얼마나 좋으신 '사람'들인가. 그들을 그동안 '놈'으로 불렀다니, 우리가 너무 무심하고 야박한 것 아니었나?

 

물건 사러 매장까지 오고가기 힘들어 인터넷 쇼핑을 이용하다 보면, 정말 싸고 좋은 물건을 잡아다 내놓으시는 좋은 '판매인'들을 만난다. 나는 운이 좋았는지 대체로 인터넷에서 산 물건들이 맘에 들었기 때문에 이 좋으신 '판매인'들을 '판매자'로 폄하하는 사이트 운영자들의 마인드가 이참에 확실히 존중하는 마음으로 개선되었으면 한다. 동시에, 나 역시 내 피같은 돈 지불하고 물건 사서 이인저인 마진 먹여줬는데 '구매인'이라고 우러름받지는 못할 망정 기분나쁘게 '구매자'가 뭐냐?! 바꿔보자 이거다.

 

무심코 켜놓은 라디오에서 '범죄인'과 경찰의 쫓고 쫓기는 실황이 써머뤼되어 흘러나온다. 그러나, 실제 잡힌 다음 죄상을 낱낱히 밝히기 이전엔 '피의인'의 인권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고, 현재 도망다니고 있긴 하지만 어떤 억울한 상황이 있을지도 모르니 함부로 부를 것이 아니라, '도망인'으로 불러드려야 옳은 것 아니겠는가? 한편 애써서 '범죄인'을 잡아들이려 뛰어다니는 '추적인'들께도 그에 합당한 예우를 하여야 할 것이다.

 

엊그제는 소속돼 있는 모임에서 즐거운 번개를 가졌다. 그날 서로서로 즐거운 기억을 남겨준 고맙고 어여쁜 '참석인'들을 우리는 왜 그동안 '참석자'라고 막되게 불렀는지 반성이 된다. 이들의 자발적이고 정성스런 마음들이야말로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의 심성과 행동이다. 앞으로 절대 '참석자' 따위의 낱말로 욕되게 할 일이 아니다.

 

아, 그리고 주말이 되면 우리는 로또 추첨방송을 들으면서 우리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는 '진행인'은 물론 늘씬하고 아리따운 '보조진행인'을 만난다. 그리고, 가슴 졸이는 순간이 지나면 누군가 복받은 한 '사람'이 탄생하는데, 이 분을 우리는 그동안 '당첨자'라고, 샘나는지 욕나오는지 '놈'이라 불렀다. 앞으로는 '로또 당첨인'으로 정중하게 불러드려서, 그분이 쓰실 만큼은 빼서 쓰시고 나머지는 주위에 기부도 하시고 또 뭔지 모를 좋은 일을 하시도록 격려해 드리자꾸나.

 

또 불쌍한 것은, 아프신 분들을 우리는 '환자'라고 부른다는 거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아픈 '놈'이라고 불러왔다는 것은 어쩌면 빨리 돌아가시라는 욕일 수도 있는 거다. 이거 정말 고쳐야 한다. '환인'들을 정말 내 가족같이 사랑하고 정성껏 보살펴 드려야 한다. 쉽게 아프신 분들은 특히나 주로 '노약인'이시거나 '보균인'이신 분들이 많다는 점도 유의해야 하는 거다. 게다가 '환인'들의 가족 등 '보호인'들의 마음은 아플텐데 '간호인'들과 '의료인'들이 막말로 '보호자, 보호자' 불러대던 구악도 철폐돼야 마땅할 것이다.

 

요새 교육이 문제인데, 열심히 노력한 대학 '합격인'들이 천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에 고민하고 계신다. 이러한 문제를 '탈락인'들은 모르겠지만, 대학당국의 '관계인'들께서는 알면서도 모른척 하신다. 한편 그 모든 과정을 견뎌낸 '졸업인'들도 취업과 진로 문제로 고민중이다. 이러한 '미취업인'들의 말씀을 '당선인'이 귀기울여 들어주길 바란다.

 

이 나라에 살다 보면 주기적으로 '애국인'들의 삶과 의기와 행동들을 돌아볼 때가 많은데, 그 가운데 독립과 해방, 민주주의의 '선구인'들을 우리는 그동안 '선구자'로 못되게 기려 왔다. 이또한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아울러, 악독한 외세의 침탈로 수많은 '희생인'들이 나왔다는 점을 또한 잊어서는 안된다. 나아가 방식은 다르지만 인간의 평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인'들도 많고, 오늘날에도 공동체를 위해 시간과 돈을 쪼개어 나누는 수많은 '자원봉사인'들이 안타까운 사건의 현장마다에 출몰하고 계시다는 점을 감사히 여겨야 한다.

 

이렇게 수많은 케이스들을 돌아보건대, '사람'으로 불려 마땅하신 분들을 우리는 '놈'이라 폄하했던 것임을 반성해야 한다. '위장전입인'들도 대통령 '당선인'과 다를 것 하나 없는, 가슴 속에는 자식사랑에 충만한 분들 아닌가? 저 혼자 잘 살자고 그랬다는 분들은 한 분도 안계시니 말이다. 숭례문 '방화인'도 나름대로 억울하셨다는데, 알박기 땅투기에 고집불통이신 그분도 결국은 공경해야 할 '노인'이 아니신가 말이다. 게다가 '당선인'께 미안하다는데, '방화인'의 복잡한 속내를 '기인'들은 잘 받아적어서 오해없도록 보도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당선인'이 '통치인'이 되시면 이 나라에 '취업인'들도 많이 늘어서 '실직인'의 고통에 관한 뉴스를 애석한 표정의 '기인'들에게서 들을 필요가 없길 바라고, 나도 하는 일들 잘 되어서 당당한 '납세인'이 되어 이 나라의 '기여인'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이 글을 읽으신 '독인'들께서도 공감하시면 '관계인'들께 널리 알려 새로운 시대를 함께하는 '동참인'이 되시기를 바란다.

2008.02.20 08:31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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