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은 국치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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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춘식(soam8801)등록 2008.02.22 10:27
2008년 2월은 국치월(國恥月)이다

고 춘 식(서울한성여중 교사)

2008년 2월 21일, 특검은 이명박 당선인이 완벽하게 혐의가 없음을 만천하에 발표했다. 그 발표에 대해 열광하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은 어처구니가 없어 앙앙불락하면서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 측은 자신이 완전히 깨끗해졌다고 자축하고 있는데 그 모습은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게다가 한나라당에서는 이제는 특검을 주장한 세력들에게 응징하여야 한다고 주먹을 움켜쥐고 있다. 도대체 이 나라에는 ‘하늘’이 있기는 있는 것인가? 하늘이 있다면 도대체 이 나라는 왜 이리 막돼먹은 하늘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세탁’이라는 말도 들린다. 돈세탁만 있는 줄 알았더니 대한민국에는 거짓말 세탁도 있구나. 아, 그런데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말이야말로 또 하나의 고백이 아닌가? 세탁을 한다는 것은 더럽기 때문인 것이니, 당선인의 마음은 더러웠는데 고맙게도 특검이 무료로 세탁까지 해 주었다는 것이다. 아, 제발 그만 좀 하라. 정말 조금이라도 깨끗해지고 싶다면, 당선인이 믿는 하나님 앞에서 온몸으로 참회를 하거나, 국민들에게 엎드려 사죄를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수많은 국민들은 오물을 뒤집어쓴 듯 집단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당선인은 지금 쾌재를 부르고 있다. 깊은 좌절감에 빠진 국민들은 죄 없는 대한민국까지 원망을 하고 있는데 당선인은 모든 의문으로 벗어났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2007년부터 이 당선인은 여러 번 국민을 죽이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청문회를 시작해서, 검찰 조사 과정, 김경준의 귀국, BBK 동영상 등등...그 때마다 국민은 속이 뒤집혔다.

지금 당선인은 기쁘다. 그런데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수많은 국민의 모욕감과 분노와 울분을 근거로 해서만 기쁨을 얻는 관계에 있다면 이건 악연도 보통의 악연이 아니다. 수많은 국민을 비참하게 하고 자괴감에 빠지게 하는 대통령을 우리의 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가? 비록 그가 우리의 월수입을 30% 더 늘려준다고 해도 이건 참을 수 없는 고통이다. 이런 모욕의 나날을 강요하는 사람을 우리의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대통령은 한 사람으로 족하다. 우리 국민은 지금까지 충분히 상처를 받았는데, 다시 또 들쑤신다는 것은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광운대 동영상 문제에 대한 특검의 발표문을 보자.

<<당선인의 광운대 강연 동영상과 관련해서 당선인이 “내가 BBK를 창업했다”고 말한 사실은 인정된다. 당선인은 특검팀 조사에서 김경준과 제휴해 인터넷 종합 금융 사업을 하기로 약정한 상태에서 제휴 업체인 BBK 대표 김경준을 홍보해 주려고 위와 같은 말을 한 것이지 자신이 BBK 실제 소유자라는 취지는 아니라고 진술(陳述)했다.>>

<“내가 BBK를 창업했다”고 말한 사실은 인정된다.> 도대체 이런 표현은 어느 나라의 어법인가? ‘사실은 인정된다’라니? ‘인정된다’는 말이 뭐냐 말이다. 이 무슨 해괴한 어법인가?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특검 나리가 백번 양보해서 인정을 하니 국민들은 고마워나 하면서 죽치고 앉아 있으라는 말이렷다. 한 범인이 누가 전혀 묻지도 않았는데도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했다가, 문제가 되니까 변명을 늘어놓았는데 그것을 근거로 죄가 없다고 하는 것 아닌가.

특검의 논리는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이명박 당선인께옵서 수라를 드옵시면서 BBK 대표 김경준을 홍보해 주려고 그리 하였노라 하고 하교를 하시었으니 혐의가 없다”는 것이다. 특검은 조사를 하는 척 국민을 완벽하게 속이고 이 당선인의 하문(下問)을 구하러 삼청각에 갔던 것이다. 도대체 우리가 지금 몇 세기에 살고 있는가? 설렁탕 냄새가 진동을 하지 않는가?

100% 완벽하게 혐의가 없다는 말은 BBK동영상 하나만으로도 국민에 대한 모욕이요, 폭력이다. 차라리 그 동영상이 없었다면 국민들은 속더라도 이처럼 비참하지는 않을 것이다.

좀 미안한 얘기지만 나는 이런 제안을 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에 당선된 것으로 만족했으면 한다. 대통령에 당선된 사실을 대한민국이 다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도 알고 온 세계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본인 자신은 물론이요, 가문의 영광도 만만세 영원할 것이다. 존재만으로 그냥 국민에게 모욕이 되고 폭력이 되는 관계라면 그것은 대통령이 아니다. 더 이상 국민을 처참하게 하지 말기 바란다. 더 이상 학대하지 말아 주기 바란다. 도대체 우리 국민이 무슨 죄를 그리 많이 졌단 말인가.

도대체 나라님이 따블로 있는 2월인데 나라가 왜 이지경이 되는가? 숭례문이 불타고, 죄 없는 군인들이 어처구니없이 죽어가고, 다시 정부종합청사가 불타고, 특검은 국민을 철저히 기만하고, 거짓말이 몸에 밴 사람이 대통령으로 취임을 한다고 한다.   

아, 2008년 2월은 국치월(國恥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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