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달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희비가 교차하는 달이다.
우선 3월 대학 입학을 앞둔 신입생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들은 새로운 학교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을 갖고 있을 것이요,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실망 혹은 재수 학원에서의 절치부심이 있을 것이다.
또한 대학을 졸업하는 이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취업에 성공한 이들에게는 졸업에 대한 아쉬움과 새로운 직장 그리고 첫 사회생활에 대한 기대가 높을 것이요,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다른 무엇을 다시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을 것이다.
각각의 전자의 경우에야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 시간이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겠지만 후자의 경우 자의에서건 타의에서건 자신을 떳떳하게 드러내는데 힘겹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또한 재수의 경험이 있고, 현재 미취업 상태이기에 누구보다도 저 시간이 가져다주는 가시방석 같은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취업 스트레스 속에서 좀 더 당당히 가족 저녁식사에 참여 할 수 있는 소재가 뉴스와 신문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명박 정부 장관 후보자 재산 내역'이다.
잠시 이를 소개를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 140억원 이상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57억원 이상
김경한 법무장관 57억원 이상
박은경 환경부 장관 49억원 이상
이춘호 여성부 장관 45억원 이상
이영희 노동부 장관 40억원 이상
남주홍 통일부 장관 32억원 이상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31억원 이상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31억원 이상
정운천 농수산부 장관 27억원 이상
유명환 외교부 장관 26억원 이상
김도연 교육부 장관 15억원 이상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15억원 이상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 11억원 이상
이상희 국방부 장관 8억원 이상
이런 와중에 오늘 소유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스스로 사임했다. 그녀는 “자신은 이런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으나 새 정부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임한다.”고 말하면서 “평생을 바르게 살아왔고, 공익을 위해 일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이런 태도는 다른 장관들에 비하면 아주 여린 소녀의 마음임을 알 수 있다.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땅을 사랑할 뿐 투기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였으며,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아들의 영주권을 포기 시킨다고 했잖소. 근데 남은 박사학위는 받아야 할 거 아니요." 라고 말하면서 "딸은 내가 유학 중에 나온 아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국 시민권 자가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은 같은 논문을 제목만 바꿔 다섯 군데나 게재 하고서 이를 "학구적인 열정"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이런 이들의 재산 내용과 사실인지 아닌지 아직 알 수 없는 변명들은 여러 사람들에게 상대적 빈곤을 그리고 박탈감을 안겨준다. 이런 상대적 빈곤 속에서 또 박탈감 속에서 저들과 같은 환경을 자식들에게 제공해 주지 못했던 우리 부모들은 미안하다.
저들처럼 되지 못한 우리 부모, 저들처럼 자식을 밀어 주지 못한 우리 부모. 이도 저도 아니라면 선진국에서 우릴 낳아주지 못한 우리 부모들은 작아진다. 그리고 아무리 저들의 돈은 투기였다고 말해봤자, 잔소리 밖에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던 우리 부모의 마음은 위로 되지 않는다.
이런 고개 숙임 속에서 부모와 미취업생 혹은 실업자 자식의 식사 자리는 상대적 빈곤 혹은 절대적 빈곤에 대한 미안함과 미취업 혹은 실직에 대한 미안함이 상쇄되어 과거와는 달라진 식사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자식아 성공해라" 그리고 "부모님은 뭘 하셨나요?"가 만들어 내는 상쇄가 가족애를 만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월간 말, 시사 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2.25 19:45 |
ⓒ 2008 OhmyNews |
|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