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극장 시스템 관객들의 영화 볼 기회를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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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상민(sedi0343)등록 2008.03.02 15:53

최근 극장가는 멀티플렉스 시스템이 완전 점령한 상태이다. 1998년 한국에 멀티플렉스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로 많은 극장들이 단관개봉에서 멀티플렉스 시스템의 영화관으로 바뀌었다. 단관개봉관으로 유명했던 대한극장, 피카다리 역시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러한 멀티플렉스 극장이 시대의 흐름이란 것을 생각하면 이런 변화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 접근하면 이런 멀티플렉스 시스템이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죽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왜 이런 비판이 존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현재 한국 극장의 멀티플렉스 시스템의 문제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 역시 한국 영화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으로 이 글을 적게 되었다.

 

1980년대 부산에 있었던 극장의 추억

 

이 글을 적고 있는 무비조이 운영자는 부산에서 태어났고 오랜 시간을 부산에서 지내왔다. 사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영화에 대한 관심이 지금 같이 높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부모님 용돈으로 근근이 버티는 학창시절 당시 극장 입장권 가격 역시 빈곤한 운영자의 주머니를 생각한다면 만만치 않은 고 가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시 분명 고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운영자가 정말 마음 편하게 영화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것은 개봉관과 재개봉관을 돌고 나서 당시 3류 극장이라 불리운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였다.

 

부산에서 1980년대와 90년대 초반 청춘을 보낸 분들이라면 지금 거론하는 극장들 대부분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시 극장은 가격 차이 그리고 개봉관이냐 재개봉관이냐에 따라 엄연한 등급이 존재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옛 추억을 더듬어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는 범위 내에서 극장을 분류하자면 다음과 같이 분류가 가능할 것 같다.(기억을 더듬었기에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봉관(1급)-부산극장,대영극장

 

재개봉관(2급)-대한극장

 

우선적으로 기억나는 것은 개봉관과 재개봉관으로 유명한 그래서 상당히 부산에서 이름 있었던 극장들이다. 당시 80년대 중반 가격으로 1급과 2급 정도로 분류되던 극장의 입장권은 2000원에서 2500원 정도였던 것 같다. 80년대의 물가를 생각한다면 정말 고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도저히 학생들 주머니 사정으로 개봉관과 재개봉관에서 관람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가 개봉관과 재개봉관에서 관람하지 못한다고 해서 전혀 실망할 필요가 없었다. 시간적으로 조금만 인내한다면 당시 3류 극장으로 불렸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2본 동시 상영으로 볼 수 있었던 극장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극장들 역시 시설과 가격에 따라서 3급에서 5급 정도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3급-삼일극장,삼성극장

 

4급-보림극장,신도극장,수영극장

 

5급-노동극장

 

3급 정도 되는 극장은 그래도 시설 면에서 생각한다면 1000석 이상의 좌석을 갖추고 있는 극장이었다. 완전한 재재개봉관이었지만 저렴한 가격과 괜찮은 시설에서 단관개봉한 영화를 혹은 2본 동시 상영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물론 당시 용돈으로 운영자에게 3급 정도의 극장도 상당히 부담되었다. 그래서 자주 이용한 극장들이 4,5급에 위치한 극장들이다.

 

4,5급 정도의 극장까지 개봉 영화가 순차적으로 내려오려면 상당기간 걸리지만 이 극장에 영화들이 개봉되면 정말 마음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당시 운영자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80년대 중반 정도에 2본 동시 상영으로 500원에서 800원 사이의 가격이면 볼만한 에로영화 한편에(?)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를 같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필름이 너무 많은 개봉관을 거치면서 스크린에 일명 비라고 불리는 하얀선이 주룩주룩 내리는 경우도 있었으며 간혹 필름이 돌아가다 멈추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은 즐거운 추억이 된 것 역시 사실이다. 그리고 저렇게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다면 저 정도의 불편은 당시 참을만한 고통이었다.

 

사족이 조금 길었지만 80년대와 90년대 초반 운영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부산의 극장들을 떠 올려 보았다. 도대체 왜 운영자가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오래전에 있었던 극장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혼자서 추억에 젖는지 이해 안가는 무비조이 식구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는 멀티플렉스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이해하기 위한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1998년 멀티플렉스의 도입과 단관개봉 극장들의 몰락

 

분명 산업이란 것은 부침이 있게 마련이다.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명 1998년 이후 극장의 멀티플렉스화는 새로운 시대의 대세이자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멀티플렉스화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한 극장에서 많은 수의 영화를 볼 수 있는 다양성의 기회를 관객들에게 제공하고 편리성을 제공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기타 극장의 부대시설 역시 다양하게 업그레이드되면서 극장 관람의 목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경험까지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런 멀티플렉스 극장의 장점 때문에 끝까지 단관개봉을 지켰던 수많은 극장들이 멀티플렉스화 되었고 멀티플렉스화 할 여력이 없는 나머지 극장들은 극장을 폐업하고 다른 업종으로 전환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00년대 접어들면 거의 모든 극장들이 멀티플렉스화 되었다.

 

생각해보면 분명 극장의 멀티플렉스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대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장점을 생각한다면 다수의 극장들이 시대의 대세를 따라는 것은 정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예전의 3류 극장들이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 것 역시 사실이기에 3류 극장들의 몰락 역시 소비자들의 외면에 따른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 생각해보면 극장의 멀티플렉스화와 재개봉관들의 완전한 몰락은 2007년 현재 한국 극장가에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숙제와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한국 멀티플렉스 극장 문제 1920년대 미국 거대 영화 제작사 독과점 문제와 닮은 꼴

 

영화 산업은 공공사업이 아니다. 분명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적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돈 벌이가 되는 영화를 많이 걸고 돈 벌이가 안 되는 영화는 걸지 않는 것이 사업적 측면에서 분명히 올바른 선택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업적 측면에서 올바른 선택이 한국 영화에 문제점을 가져 온다. 초기 극장이 멀티플렉스화 되면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을 것이란 낙관론이 우세했다. 최소한 멀티플렉스 극장을 통해 소자본이 투자된 한국 독립영화나 기타 소자본 영화들이 대자본이 투입되고 있는 한국영화 및 헐리우드 영화와 경쟁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현재 한국 극장을 주도하고 있는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모두 돈이 되는 영화들에게 과도한 스크린을 할당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극장입장에서 분명 이러한 선택은 사업적 측면에서 올바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방향에서 현재 한국 멀티플렉스 극장들에 대한 현상을 접근하면 다음과 같은 심각한 독과점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대규모 투자사와 배급사, 그리고 전국에 걸쳐 다양한 멀티플렉스 극장을 가지고 있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을 위주로 한 거대 자본에 의해 한국 영화판의 모든 것이 재편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이러한 한국의 영화판 재편은 마치 1920년대의 미국 영화 산업과 상당부분 닮아 있다. 미국 역시 이 시기에 거대 메이저 제작사들의 완전한 독점에 의해 미국 영화가 재편되면서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했고 이러한 부작용은 결국 독과점 규제를 받으면서 해체의 길을 걷게 된다. 결국 거대 제작사가 극장까지 총괄하게 되는 1920년대의 미국 영화계는 마치 1998년을 기점으로 모든 극장들이 멀티플렉스의 길을 걷고 영화 투자사 등으로 있는 대 기업 자본을 바탕으로 한 기업형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완전한 새로운 독과점 형태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920년대 미국의 거대 제작사들이 극장을 총괄 지배하던 독과점 형태와 현재 2000년대 한국 거대 기업 자본을 바탕으로 한 멀티플렉스 극장의 닮은 점은 무엇일가? 이 두 가지 현상의 닮은 점을 살펴보면 왜 미국이 거대 제작사들에게  독과점 규제를 하였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우선 거대 기업의 자본을 바탕으로 창업된 한국형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주로 투자에도 관여하게 된다. 이것은 1920년대 미국 거대 제작사들이 극장을 총괄 지배하던 시기와 비교해보면 명확하게 한국의 현재 극장 시스템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경쟁 투자사나 제작사 혹은 소규모 제작사 영화들에 대해 심각한 불법적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1920년대 거대 제작사가 극장을 총괄 지배하던 시절이나 한국의 2000년대 거대 기업 자본으로 창업된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현재 극장 시스템을 지배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나 별반 다름 점이 없다. 예를 들어 A란 멀티플렉스 극장을 소유한 회사와 B란 멀티플렉스 극장을 소유한 회사가 있다. 이 회사들은 한국의 대기업 자본을 바탕으로 한 기업들이다. 멀티플렉스 극장을 소유하고 있는 이 두 회사는 모 기업의 자본을 바탕으로 A회사가 “아리랑”이란 영화에 투자를 하고 B란 회사는 “쓰리랑”이란 영화에 투자를 했다 가정을 한다면 원칙적으로 멀티플렉스 시스템 극장에서는 투자사에 관계없이 “아리랑”,"쓰리랑“이 다 걸려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예전 1920년대의 미국 극장이나 2000년대의 한국 멀티플렉스 극장 모두 공정한 상태에서 경쟁을 하지 못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결국 자신들이 투자한 영화에 대해 암묵적으로 편법을 동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는 특정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상대 기업이 투자한 영화를 내려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사태는 힘 없는 소규모 제작사가 만든 영화가 당하게 되면 도저히 손 쓸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결국 이런 비열한 경쟁은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특정 영화를 보기 위해 특정 극장을 찾아야만 하는 사태를 발생시킨다. 결국 업체의 경쟁 때문에 좋은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던 관객들은 멀티플렉스 극장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두 업체의 경쟁에 의해 발생하는 모든 불편을 스스로 감수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극장 산업도 서비스업이 기본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런 사태는 기업 스스로 도덕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아야하지만 한국적 상황에서 이런 사태마저도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다. 결국 힘없는 관객이 힘 있는 극장의 횡포 앞에 벙어리 냉가슴 앓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극장 시스템이 독과점으로 흐르게 되면서 그 피해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만 할 시점이기도 하다.

 

멀티플렉스 극장 시스템의 또 다른 문제점

 

한국 멀티플렉스 시스템의 또 다른 문제점은 위에서 언급했던 80년대의 한국 극장 시스템과도 관련이 있다. 예전 한국 극장시스템은 개봉관, 재개봉관, 2본동시상연관등 다양한 형태의 상영관이 존재했다. 따라서 원하는 영화를 놓치게 되면 재개봉관이나 2본동시상영관을 찾아서 충분히 관람할 여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극장의 멀티플렉스 시스템에서는 관객들이 선택할 여지가 없어지고 있다. 분명 쾌적한 환경과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멀티플렉스 상영관이지만 좋은 영화나 괜찮은 영화들이 시기를 잘못 만나게 되면 극장에서 수식 간에 사라져 버리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먼 예를 찾을 필요도 없이 현재의 예를 살펴보면 그 사실이 극명하게 들어난다. 개인적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기담”,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지만 매니아층을 중심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리턴”, 거기에다 2007년 북미 최고의 상반기 영화 1위로 뽑힌 작품이자 운영자 개인적으로 극찬했던 “라따뚜이”등 충분히 극장 상영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영화들이 “화려한 휴가”와 “디 워”의 돌풍 앞에 개봉한지 짧게는 10일 많게는 15일 사이에 거의 1관 개봉이나 지역적 개봉 등으로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흥행이 잘되는 영화에 더 많은 극장관수를 배정하기 위해 충분히 100만에서 200만 정도의 관객이 관람할 가능성이 있는 영화들이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밀려나게 되면 실질적으로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선택의 여지없이 기존의 영화가 걸려있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히트 영화를 관람해야만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결국 다양한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들여온 멀티플렉스 시스템이 영화의 개봉 생명을 더 단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덧 붙여 멀티플렉스 극장 시스템에서 짧은 시기에 밀려버린 괜찮은 영화들은 재개봉관이 없는 한국 극장 시스템에서 DVD등이 나오지 않으면 실제적으로는 더 이상 합법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되고 만다.

 

한국 멀티플렉스 극장 시스템의 질적인 변화 일본 극장에서 찾아보자

 

위에서 충분히 한국 멀티플렉스 극장 시스템 문제를 짚어 보았다. 현재 한국의 멀티플렉스 극장 시스템 문제를 가볍게 생각하고 넘기게 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전국적으로 똑 같은 개봉 영화와 똑 같은 상영 시간을 가지고 있는 2-3개의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상영되는 소수의 영화들만 돈 내고 보는 그래서 관객들은 전혀 선택의 기회가 없는 그런 시절이 현실로 오게 될지 모른다. 영화 산업이 철저하게 자본주의 논리로 움직인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영화 산업을 주관하는 정부 부처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독과점의 병폐를 한국 멀티플렉스 극장을 통해 충분히 느껴 볼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다.

 

따라서 다른 나라의 극장 개봉 형태와 시스템을 살펴보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특히 1920년대 독과점 규제에 의해 다양한 상영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미국뿐만 아니라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충분히 배울만한 점이 있다.

 

일본은 상당히 독특한 배급방식과 영화 상영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본에서도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대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일본의 극장시스템은 완전한 이원화 구조로 현재가고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주로 와이드 릴리즈하는 작품들 위주로 상영을 하고 개봉관 수 역시 영화의 흥행력과 제작규모에 따라 극장 수가 정해지는 반면 와이드 릴리즈가 아닌 소규모 개봉하는 영화들의 경우 전국 각지에 있는 단관개봉 혹은 2개 정도의 스크린 수를 가지고 있는 상영관을 통해 장기 개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장기 개봉의 경우 상영 일수가 무려 1년에서 2년 정도에 해당하는 작품들도 존재한다. 결국 한 작품이 일본 전역을 돌면서 순차적으로 소규모 개봉하는 과정을 통해 일본 전역 상영이 종료되는 시점이 1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런 이원화 구조는 좋은 작품성 혹은 소규모 제작비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와이드 릴리즈가 아닌 소규모 개봉 방식을 선택하면서 순차적으로 각 지역을 순회하며 개봉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일본 전국에서 순차적 소규모 개봉을 통해 1년 이상 장기 상영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물론 각 지역별로 보았을 때 대도시와 소도시 사이에 상영 일수나 상영 시기 등이 현저하게 차이 나기는 하지만 지역별 개봉으로 1년 이상 일본 각지에서 좋은 영화들이 계속 상영하게 되면서 별도의 수익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화팬들까지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현재 일본 극장 시스템의 방식이기도 하다. 특히 와이드 릴리즈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단기 상영을 통해 사라져버린 좋은 영화들이 다시 발굴되어 소규모 개봉하는 경우도 많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 관객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시간적 인내만 약간 감수한다면 극장을 찾아 충분히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다양한 상영관과 개봉 방식을 시스템적으로 구축하면서 영화 인구의 저변을 확대시키고 다양한 방식의 영화를 영화팬들에게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도 일본의 소규모 개봉관 같은 예술 전용극장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수가 많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특정 대도시 근처에 몰려 있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특 없이 부족한 소규모 개봉관의 수도 문제인데 특정 대도시 근처에 이런 소규모 개봉관이 몰려 있으면서 타 지역 영화팬들은 이런 개봉관의 해택조차 받아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극장 시스템 이제 변해야만 한국 영화도 살아남을 수 있다

 

현재 한국 극장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를 짧은 시간이지만 나름대로 분석을 해보았다. 한국의 경우 자국 영화와 헐리우드 영화 외에 제3세계 영화나 하다못해 유럽의 영화 강국 작품들조차도 이제는 극장에서 제대로 만나볼 수 없는 시점이 되었다. 한해 한국 멀티플렉스 극장에 걸리는 작품들을 분석해보면 거의 대부분이 대규모 제작사와 배급사가 관여하고 있는 한국 영화와 미국 헐리우드 영화이다. 작품적으로 충분히 볼만한 유럽영화들이나 아시아 영화, 그리고 한국 소규모 제작사들이 관여하는 괜찮은 작품들조차도 상영관을 잡지 못해서 묻혀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한국 극장의 현 주소이기도 하다.

 

결국 현재 한국의 이런 극장 시스템은 돈 되는 영화에만 집중하게 되면서 다양한 플랫폼의 영화를 영화팬들에게 제대로 공급해주지 못하는 문제점 역시 나타나고 있다. 관객들의 기호를 대규모 영화나 오락 영화 위주로 재편하는 것은 제작사나 배급사 극장 모두 안정적인 수입을 올려준다는 점에서 사업적인 측면으로 보았을 때 분명 고려해볼만한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넓게 생각한다면 아무리 좋은 음식도 1년 2년 계속 먹으면 질리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영화 역시 아무리 돈 많이 투자된 블록버스터라 영화라 하더라도 같은 형식의 영화가 계속해서 공급되고 현재와 같은 극장시스템에서 비슷한 종류의 영화들이 계속해서 걸리게 된다면 안 그래도 기형적으로 성장해온 한국 영화가 그 취약점을 더 빨리 노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취약점이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결국 한국 음반처럼 한국 영화계 역시 한국 영화팬들의 외면을 받을 시기가 오게 될지 모른다.

 

관객들의 외면을 받지 않기 위해서도 지금과 같은 한국 극장의 시스템적 문제 한국 영화 전체의 문제점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해보고 개선 방안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 멀티플렉스 극장의 문제점은 현재 다양한 형태로 취약점을 나타내고 있다. 극장이 힘 있는 투자사와 대기업 자본을 바탕으로 한 기업에 의해 독과점 형태로 흐르고 있는 2007년 현재 과연 정부 부처나 영화팬들이 이런 독과점의 패해에 대해 어떠한 생각과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향후 한국 영화의 미래가 달려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30년 이상을 살아오면서 느낀 점은 독과점 형태의 기업들이 정부 부처의 규제나 소비자의 집단적 반발 없이 자신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잘못된 점을 바로 잡는 경우를 보지 못했기에 이제 극장 시스템 자체의 자율적인 정화를 기대하기는 힘든 시기가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자율적인 규제보다는 소비자들이 현재 멀티플렉스 극장의 문제점 인식을 통한 극장 시스템의 방향 개선 요구 혹은 정부의 강제적인 규제에 의한 극장 시스템의 방향 전환 외에는 영화인들과 극장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자율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어떠한 방향이 되었든 현재의 멀티플렉스 극장의 독과점 형태의 패해를 잡지 못한다면 한국 영화 위기와 영화 관람객들의 불편은 앞으로 계속 증가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3.02 15:53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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