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비리 그까짓 거~

논문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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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복(songyb)등록 2008.03.03 14:35
  교수들의 논문비리 라는 단어를 대중매체에서 접하는 것이 일상이 된 듯 한 느낌이다. 전에는 그저 어쩌다 이상한 교수가 한명 있나보다 생각이 되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아주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분위기다. 제자논문 베끼기, 자기논문 살짝 바꾸어 새로 내놓기, 외국논문 무작정 번역해 놓기, 이런 것 저런 것 모아서 짜깁기하기 등의 유형도 다양하다.

그러다보니 대학교수들의 논문비리-다른 비리에 대하여는 아예 말을 꺼내지도 말고-가 터져 나올 때마다 이제는 별로 놀라울 것이 없다. 항상 그래왔던 것이고, 유명한 교수다 싶으면 저 정도 논문작성 기술이야 기본이려니 생각하게까지 된다. 문제가 될 때마다 정작 당사자들도,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왜 이런 것 가지고 문제를 삼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이렇게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까지 느껴지는 논문관련 비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이다. 논문이라는 것이 현재의 서양식 교육과 대학제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학문적인 지표이고, 역시 대학교수로서의 가치와 능력 그리고 존재이유를 가늠하는 중심이 된다. 그렇기에 이런 논문관련 중대한 문제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것은 바로 한국의 대학과 학문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비리로 문제가 된 교수들이 보통의 일반 교수들도 아니다. 다들 대학교 내에서 교무위원, 학장, 총장 등을 거치며 그야말로 교수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문제는 더더욱 심각한 것이 아닌가. 도대체 우리나라 대학의 상태가 어떠하기에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지 다양한 질문을 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인 도덕성의 문제는 일단 차치하고 말이다.

어떻게 논문 베끼는 것이 이렇게 다반사로 가능할까?
도대체 이런 논문을 학술지에 실어주는 학회는 뭔가? 학회의 구조는 뭔가?
도대체 이런 논문을 쓰는 사람을 교무위원, 학장, 총장을 시키는 대학의 구조는 뭔가?
도대체 이런 교수들을 용납하고 부추겨서 능력 있는 교수로 대우해 주는 교수사회는 뭔가?
도대체 이런 비리 속에서도 내부비판이 거의 없는 대학교의 분위기는 뭔가?

좀 더 생각을 해 보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교수들의, 연구의 그리고 대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논문에서 상황이 이렇다면 다른 부분의 비리와 문제는 도대체 얼마나 클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어야 한다.

또한 이렇게 유명인이 되어서 잘 알려진 사람이 되어야나 논문표절을 했나 안했나 검증을 해주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그렇다면 이런 검증을 거치지 않은 나머지 교수들의 비리는 또 얼마나 되겠나 하는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런 교수들이 다른 일반교수들을 관리하는 학장과 총장을 하는데 다른 교수들의 도덕성을 문제나 삼겠는가?

차분히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이 모든 것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로도 설명이 힘들다 라는 점을 느끼게 된다.

한발자국 더 나아가서 생각해 보면, 거의 대 놓고 티 나게 표절을 한 사람들이 이 정도라면, 좀 더 신중하게 정성을 들여서, 티도 덜나고 표절인지 아닌지 애매할 수 있게 한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표절이 아닐지라도 내용상 문제가 많은 엉터리 논문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여기에까지 이르면... 심호흡 한 번 깊이 해주고 ~~

사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좀 우습다. 극히 상식적인 수준의 논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좌우간 위에서 한 기본적인 질문들을 가지고 생각해 보아도 우리나라의 대학사회가 심각할 정도로 부패해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기에 어렵지 않다.

그런대도 이러한 문제들의 당사자격인 대학사회의 인식은 비리와 연루된 사람들의 표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즉 왜 이렇게 난리를 치는지 이해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그러다보니 대학에 대한 고질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말이 나오면 항상 “일부의 문제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대학을 매도하고 있다”로 일관을 하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렇게 떠들어 봐야 우리는 꿈적도 안한다.”로 결론이 나는 것이 보통이다. 이걸 보통 학술적인 용어로 “배 째~~”라고 하지 않던가. 도무지 상황인식에 대한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요즘 많이 이야기 되고 있는 종교집단의 부패와도 어쩜 그렇게 똑같은지 모르겠다. 하기야 어디 종교만 그런가, 사회전체에 상식이 통하지 않는 비정상이 판치고 있다.

좌우간 비리교수들은, 대학사회의 다들 그렇게 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제까지 아무 문제없이 승승장구하며 각종 보직에 학장에 총장까지 능력을 인정받으며 성장했는데 이제 와서 문제를 삼으니 황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대학사회는 대학사회대로 자각을 할 수 있을 만한 필연적인 동기도 없고, 비록 일말의 자각이 있다 한들 이제까지 월급 잘 받고 편안하게 지내면서 있는데 반성을 하면서까지 골치 아픈 변화의 의지를 가질 이유가 없다. 하기야 역설적으로 생각해보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대학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겠는가. 결국 이런 일련의 사건들의 단면을 통해서 우리나라 대학사회가 얼마나 병들어 있고, 그런 병에 대한 자각이 각 구성원들에게 없으며, 이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느끼지도 못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변화의 주축이 되어야할 내부적인 움직임을 기대하기도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결국 필자가 이런 글을 쓰는 목적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사회가 최소한의 상식적인 수준에서 더욱 지독해져가는 관행적 비리를 극복하고 정상을 찾아가는 희망을 가지기 위해서는 집단의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각 개별구성원들이 나서서 생난리라도 쳐야 하기 않겠는가.

그런다고 바뀌지도 않을 텐데 왜 그리 난리냐고 묻는다. 맞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그렇지만 되묻겠다. 그럼 그냥 가만히 있으란 말인가... 오해하지 마시라,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거창한 말을 꺼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굳이 궁색한 이유를 붙이자면 내 자식이 커서 비싼 등록금 내고 그가 태어난 한국의 대학에서 말도 안 되는 교육을 받으며 사는 것이 나는 싫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겨레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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