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복합화력 ‘제2의 태안사태’

서해어장 황폐화·어민 생존권 박탈

검토 완료

허정균(huhjk)등록 2008.03.19 21:12
작년 12월 7일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삼성중공업기름유출사고는 태안반도를 중심으로 한 해양생태계를 일시에 궤멸시키고 그 영향은 전라남도의 도서지역과 제주도에까지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산물 생산이 중단되자 지역경제는 마비되었고 주민들의 자살이 이어졌다. 100만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태안을 방문하여 생태계 파괴가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오는지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환경파괴가 가져오는 재앙

이런 와중에 서해어장 형성의 중심축인 금강하구갯벌을 파괴하는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주)가 짓고 있는 군산복합화력발전소가 그것이다. 여기에서 배출되는 하루 60만 톤의 온배수로 인한 인근 연안생태계의 파괴는 많은 어민들의 삶을 옥죄는 ‘제2의 태안사태’로 다가오고 있다.
복합화력발전이란 천연가스나 경유 등의 연료를 사용하여 1차로 가스터빈을 돌려 발전하고, 가스터빈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열을 다시 배열회수 보일러(HRSG, Heat Recovery Steam Generator)로 보내 여기에서 생성된 증기를 이용한 증기 터빈(Steam Turbine) 발전으로 이루어진다.
금강하굿둑 바로 아래 군산시 경암동에 이러한 발전소가 2007년 6월에 착공하여 건설 중이다. 유연탄 화력발전소에 비해 건설 기간이 짧아 30개월 정도 후인 2009년 말 완공 예정이다. 발전용량은 가스터빈 25만kW 2기, 증기터빈 20만kW 1기로 총 70만kW이며 5400억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 완공 후 같은 용량의 2차분도 계획되어 있다.

하루 60만톤 온배수 배출

발전소가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이유는 바닷물을 끌어들여 터어빈을 돌린 증기를 식히고 난 더운 물(온배수)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이는 주변보다 8도 정도 온도가 높다. 금강하굿둑으로 내만형을 이룬 금강 하구에 이러한 온배수 60만 톤이 매일 쏟아진다. 하굿둑으로 막힌 금강 하구는 썰물 때가 되면 거의 바닥이 드러나 보인다. 이러한 곳에 배출된 온배수는 썰물 때 드러나는 갯골인 개야수로를 타고 북상하여 서천군의 연안습지로 확산될 것이다.
서천군의 어가 수는 총 1,298호이며 이 가운데 444호는 전업 어가이다. 2005년도 어획 총량은 1만414톤으로 어획고는 2,600억원을 웃돌았다. 어획량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금액으로는 2001년도의 1,632억원에 비하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위 수량은 계통 판매를 통한 집계자료이므로 실 어획고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쌀 생산량이 6만2천 톤에 1천억 원 정도임에 비추어 보면 서천 경제의 중심은 수산업이다.

수온에 민감한 김양식 치명타

서천군 어민들은 근해어업을 할 수 없다. 전라북도와의 도계가 서천군 해안선과 나란히 북상하여 어청도에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천군의 수산업은 연안어업 위주이고 김 양식, 조개류 양식과 금강하구의 실뱀장어잡이가 주종을 이루며 온배수의 영향을 직접 받을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비인면과 서면 연안에서는 3,600여 ha의 김양식장이 있다. 금강에서 공급받는 영양 염류와 너른 갯벌로 인해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 김생산의 12%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이러한 김양식이 가장 큰 타격을 입으로 것으로 예측된다.
정원문 서천군 김 유통조절위원회 위원장은 “발전소에서 금강에 온배수를 흘려버리면 그 단물을 영양분으로 하는 서천 김 작황에 매우 치명적이다”고 말했다. 김은 또한 수온에 매우 민감하다. “주변보다 0.5도만 높은 상태로 1주 정도 지나면 모두 썩는다”고 어민들은 말하고 있다.

산란장 파괴 서해 전체에 파급

금강 하구는 군산의 주정공장 폐쇄와 하수종말처리장 등의 건설로 갯벌이 살아나며 전어, 주꾸미, 도다리, 우럭, 광어 등의 산란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어와 멸치도 알을 낳고 간다고 어민들은 증언하고 있다. 서해 어장의 최대 산란지였던 새만금갯벌이 사라지며 금강 하구갯벌은 서해어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금강하구는 우리나라 최대의 실뱀장어 회귀지이기도 하다. 뱀장어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에서 어린 치어를 잡아 양식한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한 해에 잡는 실뱀장어는 8톤 가량이며 이가운데 2톤 정도가 금강하구에서 잡힌다. 양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 가격이 작년에 kg당 600만을 넘었으며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천과 군산의 어민들은 이를 잡아올려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금강하구 뿐만 아니라 서천군 연안의 갯벌 전체가 서해 어족자원의 산란장이다. 금강하구로 배출되는 온배수는 이러한 산란장을 파괴하고 갯벌의 플랭크톤이나 미세조류 등을 살 수 없게 만들어 서천군 연안 어업은 물론 서해어장 전체의 황폐화를 가져올 것이다. 태안 앞바다에 기름을 쏟아부어 바다를 망치고 어민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금강의 일부"

이러한 가운데 지난 군산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저지를 위한 서천 주민들의 투쟁선포식이 지난 달 2월 28일 아침 10시 군산시 장미동 개항100주년기념광장에서 있었다.
‘군산복합화력발전소 건립반대 서천군 대책위’(공동대표/김동일 양수철 정원문)가 개최한 이날 집회에서는 서천군 주민과 어민 등 2,000여명이 참석하여 서천군 경제의 근간이 되는 금강하구의 생태보전을 주장하며 군산경찰서에 이르는 2km 구간 거리행진을 하였다.
대책위는 결의문을 통해 “금강하구는 서천군, 군산시 어민들의 생존의 근간이 되는 어족자원의 산란장이며 한 해 수 천억 원의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는 김양식의 원천”이라고 밝혔다.
김동일(서천양조망협회 회장) 공동대표는 투쟁사를 통해 “우리는 금강의 일부이고 이곳에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를 퍼부어 금강하구를 파헤치는 것은 우리의 목숨과 아이들의 미래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금강하구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최초의 시위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서천>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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