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연대”라고 불리는 논산으로 입대하여 어디로 갈 것인가 일주일을 기다리다 비로소 “따블빽” 받아들고 밤새 열차를 달려 찾아든 곳이 강원도 같은 경기도 어디쯤에 있는 하사관 학교였다.
이곳에서 반년동안 훈련받으며 지내야 한다는 말에 “이젠 죽었구나." 낙담도 잠시, 그런대로 지낼만하다 생각했던 것은 노상 걷고 뛰고 기는, 그런 생활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책과 노트는 물론 필기도구까지 갖춰주고서는 교실 같은 막사에 앉혀놓고 마치 학생들처럼 이런 저런 교육으로 일과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군인으로써 지켜야 할 예절 두 가지를 배웠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자와 함께 길을 걸을 때는 차도에 인접한 쪽으로 걸어라.
즉 여자의 왼쪽에 서서 걸어가라는 이야긴데 이유는 혹여 지나가던 차가 불시에 인도를 침범할 경우에 여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결혼 전 지금의 아내와 길을 걷다가 그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차도 쪽으로 바꾸어 걷자 아내는 아주 흡족해 했었다.
이후로 여자와 같이 길을 걸을 때면 언제나 차도에 인접해서 길을 걷는다. 여자 쪽에서 여간 고마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한다 고해서 지나가던 차량이 덮쳐오는 경우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악수에 대한 예절이었다.
상대의 계급이나 신분이 아무리 높을지라도 먼저 손을 내밀거나 내민 상대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아서는 안 된다. 허리를 숙여서도 안 되며 한 손으로 가볍게 상대의 손을 잡고 상대가 의도하는 대로 두세 번 자연스럽게 흔들되 시선은 상대방의 눈을 향해야 한다.
이렇게 배운 고로 악수를 하게 될 경우에 난 이 방식대로 한다. 이로 인해 건방지다거나 무례하다는 지적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항간에 꼿꼿장수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지난번 남북 정상회담에 평양에 갔던 전 국방장관이 김정일 위원장과 악수하면서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꼿꼿한 자세로 악수를 했다해서 화제가 된 모양이다.
요즘 그 꼿꼿장수가 여당의 비례대표로 들어가면서 또 다시 평양에서 악수하는 장면이 티뷔에 나온다. 아무리 봐도 내가 군에서 교육받던 그 자세고 나도 평소에 하던 그 자세인데 왜 저 모습이 화제가 될까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총선을 앞둔 요즘, 공천문제로 이런 저런 얘기가 많이 오가면서 티뷔에 정치인들이 모습이 자주 나온다. “자리”가 아무리 간절하기로서니 황송이 잔뜩 넘치는 얼굴로 허리를 굽혀가며 상대의 손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흔들어 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비로소 납득이 간다.
“약자를 위해 스스로 위험에 처하고 강자 앞에 이유 없이 허리를 굽히지 마라.”
삼십 여년 전 군에서도 이리 가르쳤거늘…….
나라위해 큰일하겠다는 사람들이 이유없이 허리 굽히는 것을 보면서 정작 허리 굽혀야 할 자리에서 꼿꼿하게 서서 군림하려하면 어떡하나?
생각느니, 참 씁쓸하다.
조강.
덧붙이는 글 | 위 글은 인터넷 한겨레신문 개인 블로그에 같이 게재하였습니다.
2008.03.20 18: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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