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물로 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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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dambawo)등록 2008.03.30 11:14
지난 해 10월, 국회 건설교통위 수자원공사 국정감사 시, ‘충주의 도심지 위치가 해발 70~73m다. (바지선 운항을 위해서는 해발) 65.1m로 (수위를) 상시 유지해야 한다. 그러면 (상시 해발 65.1m로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가, 갑자기 홍수가 질 경우 (해발) 70m까지 넘을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충주는 전체가 물로 잠기게 된다’고 지적된 바가 있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원 박사도 올 1월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충주, 원주, 여주, 대구 지역의 강둑이 홍수 시 범람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경부운하가 건설된 뒤 홍수가 나면 남한강 14㎞, 낙동강 84㎞ 등 모두 98㎞ 구간에서 홍수위가 3~4m 상승해 기존 둑을 넘어 범람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김종욱 서울대 지리교육과 교수도 “대운하 계획에는 댐이나 보를 설치해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고 하지만 이 경우 물에 잠기는 지역이 늘어나고 집중 호우 시에 침수 피해가 늘어날 것이다”라며 운하 건설에 따른 홍수 피해를 경고했습니다. 홍수 피해에 대한 우려는 이전에도 지적된 바가 있습니다.
수자원공사가 2002년 작성한 ‘한강권역 댐 비상대처계획’과 ‘충주댐 비상대처계획’ 등의 관련 자료에 따르면 충주댐은 설계 당시인 1975년 일일 260mm 강수량을 기준으로 설계되었으나 2002년 홍수 예측량은 설계 당시보다 87.1% 증가했다고 합니다. 2002년 최대 홍수량의 경우 충주댐 최고 수위가 150.31m로 최고 설계 수위인 148m보다 2m 이상 넘어섰습니다. 그로 인해 2002년 태풍 루사가 발생했을 때 일부가 충주댐을 월류했습니다.
2003년 감사원도 충주, 소양강, 안동, 섬진강, 사연, 영천, 수어 등 7개 댐은 기상이변을 고려하지 않고, 용수공급 부족만 고려해 건설됨으로써 홍수량 증가 시 붕괴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2006년 7월 충주댐은 제한수위 138m를 넘어 최고 수위 145m까지 올라갔고, 2007년에는 거의 석 달 동안 홍수 제한수위를 넘어섰습니다.
현재 충주 인근 지역은 지진으로부터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은 “24㎞ 조령 터널에 물을 채우고 선박이 운행되면 암석이 새로운 응력을 받기 때문에 암석파열이 터널 내에 생성된다. 이로 인해 터널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선박이 계속해서 운행되면 배의 항적 때문에 제방과 터널 암석에 침식이 증가된다”는 지적과 함께 지진 발생으로 인한 피해도 경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에는 충주, 괴산, 문경, 단양, 제천 지역에서 75건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충주지진 22건’ ‘괴산지진 16건’ ‘문경지진 14건’ ‘단양지진 13건’ ‘제천지진 10건’ 등 총 75건입니다. 1년 전인 2007년 1월 충주 인근 지역인 평창군 도암면에서 진도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진앙지는 평창군 도암면과 진부면 경계지역으로 경북 문경, 충북 영동으로 이어지는 옥천단층대 위로 지진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지각이 압력을 받아 쌓였던 스트레스가 순간적으로 폭발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령터널내 암석 파열과 지진이 발생할 경우 조령터널은 붕괴될 수 있습니다. 조령터널 담수량은 양방향 2개일 경우, 터널 갱구와 갑문 중간의 저수량을 합쳐 10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조령터널이 붕괴되면 직접적인 피해 지역은 그 하류인 바로 충주입니다.
또한 조령터널에 필요한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달천댐 건설이 불가피합니다. 조령터널 입구가 될 괴산군 장연면 방곡리 일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달천댐 건설 적지는 ‘충북의 자연환경 명소’로 지정된 ‘싯계구간’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이곳이 수몰됨은 물론 싯계 하류인 노로목부터 탄금대 합수머리까지 수심 6~9m를 유지하려면 충주시가 내세우는 “전국 제일의 충주 수돗물 안심하고 드세요”라는 달천강물도 결국 영영 물에 잠기게 되고, ‘단월강수욕장’도 사라져버립니다.
충주시는 이미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달천댐 건설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습니다. 충주시가 달천댐 건설을 반대한 이유는 충주댐으로 인하여 충주가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달천댐을 또 건설하면 더 많은 피해를 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충주시는 경부운하가 충주에 전혀 피해를 입히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실제 충주댐으로 인해 평균기온은 11.50(이전 11.00)도로 0.50도 높아졌고, 강수량은 1350mm(이전 1100mm)로 250mm 이상 많아 졌으며, 안개일수는 연간 평균 81(이전 39) 일로 2배 이상 늘어났고, 일조량은 2050(이전 2290)시간으로 240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농작물과 주민 건강에도 악영향을 초래했습니다. 결국 경부운하 건설 시, 충주가 더 많은 피해를 입게 되며 충주 전체가 물에 갇히는 형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홍수가 날 경우 충주는 그야말로 물바다가 됩니다.
홍수에 대비해서 물을 미리 빼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난해에는 미리 물을 빼놓지 않아서 조정지댐 하류 지역이 홍수 피해를 본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홍수에 대비해서 미리 물을 빼놓는다면 물 빠진 운하에 언제 바지선이 다니고 언제 관광선이 다닐 수 있을까요? 바지선은 항상 수심 6~9m 이상을 유지해야 운항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지도자는 미래에 대한 예견을 정확히 해야 합니다. 지도자가 내린 미래에 대한 판단이 빗나갔을 경우, 나중에 그 빚은 몽땅 해당 주민과 국민의 몫이 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5년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지 천년만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대운하,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미명 아래 충주시민과 대한민국 국민을 현혹시켜서는 안 됩니다.
홍수가 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까?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습니까? 홍수는 예고 없이 발생합니다. 지진도 예고 없이 발생합니다. 홍수와 지진이 언제 일어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단정합니다. ‘경부운하가 충주를 흥하게 만들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충주는 끝내 물로 망할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혹자는 ‘아니다’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숭례문에 불이 났습니다. 600년만입니다. 경부운하가 건설된 뒤, 대홍수로 인해 충주가 600년 안에 물바다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아니 60년 안에 물바다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지구온난화는 이제 기후 변화를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100년도 살지 못하다 죽습니다. 현재 우리가 이 땅에 살고 있다 해서 이 땅이 우리 것은 아닙니다. 우리 후손들의 것입니다. 정녕 ‘우리 후손들을 물로 망하게 만드는 것이 현재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일까’를 냉정하게 생각할 때입니다.
한반도대운하로 충주가 가장 많은 수혜를 볼 것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수혜를 본다는 것은 역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희생치고는 너무 가혹합니다. 충주가 물로 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나우리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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