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어디나 꽃이 만개한다. 우리집에도 꽃들이 핀다. 무엇보다 먼저 서둘러 벙그러지는 것이 봄맞이다.봄맞이겨우내 지둘러서 이제야 낯 내밀어마당가 돌틈새에 뿌리를 내렸다가봄소식 좀 늦을세라 앞다투어 벙그네 ▲ 봄맞이 ⓒ 지누랑 노루귀산자락 잡목 틈새 그늘을 찾았다가물기도 머금고파 계곡에 노닐더니오늘은 다사론 햇볕 머금어서 벙그네 ▲ 분홍노루귀 둘 ⓒ 지누랑 ▲ 분홍노루귀 하나 ⓒ 지누랑 광대나물마당가 돌 틈새에 옹색히 뿌리내려죽은 듯 자리잡아 숨마저 죽이더니새 봄에 뉘 뒤질세라 붉은 자태 뽐내네 ▲ 광대나물 ⓒ 지누랑 산자고낙엽 새 삐쭉히 얼굴을 내밀더니밤 새워 달려왔나 숨 한 번 고르다가새초롬 피어났도다 줄무늬도 하얗게 ▲ 산자고 꽃망울 ⓒ 지누랑 ▲ 산자고 ⓒ 지누랑 홍매찬눈 속에 피어나서 설중매 되고잪아한 겨울 설한풍에 되짚어 그렸어도타고난 빙질옥골은 때가 되어 벙그네 ▲ 홍매 ⓒ 지누랑 백매찬매화야 어이타가 세월을 앞질러서눈 속에 피고자던 염원을 뒤로 두고이 봄에 양광 벗삼아 저렇게도 하얗나 ▲ 백매 ⓒ 지누랑 개나리어머니 무덤가에 저 홀로 앉아서는봉분 속 어머님이 행여나 외로우실까꽃 잎도 다 못 만들어 네 잎으로 피었네 ▲ 개나리 ⓒ 지누랑 보춘화다소곳 접은 날개 좌우로 내밀어서연황색 저 깊은 곳 조물주 염원 담아새 봄에 누구라 먼저 봄 소식을 알리네 ▲ 보춘화 춘란 ⓒ 지누랑 살구꽃살구꽃 핀 마을은 인정도 많다는데내 집 앞 대문가에 혼자서 버티다가오늘은 새하얀 꽃을 탐스럽게 얹었네 ▲ 살구꽃 ⓒ 지누랑 진달래뒷산에 오르다가 산자고 하나 보고돌아서 뜸한 새에 양지쪽 한눈 팔아얻은 게 꿈에 그리던 두견화가 맞는가 ▲ 진달래 ⓒ 지누랑 제비꽃누구는 흰제비꽃 꿈 속에 그리다가못잊을 죽마고우 한 많은 素望 담아저 여린 보라 꽃잎을 하나 둘둘 하얗네 ▲ 제비꽃 하나 ⓒ 지누랑 ▲ 흰제비꽃 ⓒ 지누랑 수선화연초록 꽃망울을 담았다 오래도록잎 사이 밀어오던 튼실한 꽃대궁을하마면 확 터트릴까 온 몸으로 버티네 ▲ 수선화 ⓒ 지누랑 현호색저런 꽃 어디가면 행여나 볼까 보아눈 들어 온 천지를 오늘도 해맸거늘내 뒷산 돌아다보니 저 놈들이 옹크려혼백이 아찔하여 잠깐새 정신들어되돌아 여기저기 그놈들 집을 찾아현호색 초대를 받아 행복 속에 빙그레 ▲ 청현호색 ⓒ 지누랑 ▲ 홍현호색 ⓒ 지누랑 ▲ 현호색 둘 ⓒ 지누랑 ▲ 현호색 ⓒ 지누랑 올해는 활빈당 진철 님을 따라 겨울부터 눈 속에서 병풍산엘 오르고, 영광 야산을 헤매고, 화순에도 가고, 담양 대덕리에도 가고 백암산에도 가고 장성호에도 가고 그렇게 봄꽃을 찾아 무던히도 다녔다. 병풍산에서는 쥐똥나무 열매가 수확이었고, 영광 야산에서는 토끼똥이 그나마 나를 반겼고, 눈 속에 찾아간 화순에서는 눈을 파헤치며 찾은 복수초 싹에도 행복해 했고, 불갑사에서 변산바람꽃과 노루귀와 꿩의 바람꽃을 찰칵하면서 비로소 접사의 즐거움을 몸으로 안았고, 장성호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호수를 건너 '시골풍경'에서 복수초를 렌즈를 통해 보고 땅 속을 파고 드는가 하면, 백암산에서 개감수 싹을 보며 신기해 했고, 남창골에서 얼레지 한 무더기를 보고는 감격하던 추억이 있다. 너무 서둘러 담양에서는 청색 노루귀를 보러 갔다가 눈 속에 새싹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기억도 새롭다. 복수초, 노루귀, 산자고, 꿩의 바람꽃. 이들이 내게 안겨다 준 행복은 적지가 않다. ▲ 진우찰칵 ⓒ 김진철 그런데 기적은 딴 곳에 있었다. 그렇게 여기저기를 헤매는 내가 불쌍턴지 하느님은 내게 크나큰 선물을 주셨다. 오늘은 그 조물주의 은총을 확인하는 날인가 보다. 오후 세 시. 카메라를 들고 혹시나 하고는 나는 우리집을 다 둘러보기로 했다. 앞마당에서 출발하여 돌아보는 내 눈에 들어오는 광대나물, 보라색 제비꽃, 흰색 제비꽃, 봄맞이, 수선화 꽃망울, 살구꽃, 산자고, 홍매, 백매, 분홍노루귀, 길마가지나무, 진달래, 개나리, 보춘화들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오늘 나를 놀라게 한 현호색이 내 산에서 그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어찌 내가 한 수의 단가를 부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봄맞이 #노루귀 #길마가지나무 #홍매 #개나리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