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당선', 친박연대의 힘?

강기갑 의원 당선, 제대로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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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gonggam25)등록 2008.04.10 20:27

18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의원 당선이 화제다.

무엇보다도 아직 힘이 미력한 '진보대표' 민주노동당이 '보수원조' 한나라당의 '여당실세' 사무총장 텃밭에서 승리를 일궜다는 점은 역사에 남을 일이라고 평가 받기까지 한다. 노무현 정부 당시 진보라는 바운더리 안에서 동반 하락을 지속해온데다 지난 대통령 선거 이후 분당이라는 최악의 내홍까지 겪은 직후의 선거인지라 강기갑 의원의 승리는 어느 때보다 값지게 평가받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친박연대'로 대표되는 한나라당의 분열에 반사이익을 얻었다며 그 의미를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역사적 평가'라 치켜세우는 쪽은 소위 '보수언론'들이고, '악평'은 '같은 배'를 탔다고 봐야 할 진보진영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객관적 사실을 분석하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분명 오독이 존재할 수 있으며, 지금 진보진영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 새로운 기회일지 모를 오늘, '오독'은 불필요한 암초가 될 수 있다.

 

 강기갑 의원 득표를 들여다보니...

 

선거는 근거가 분명하다. 찍어준 사람이 있고, 집계된 결과가 존재한다. 그래서 올바른 이해와 평가를 위해 이번 총선에서 사천시민들의 표심을 들여다봤다.

 

사천시 지역구 득표 현황 18대 총선 지역구 투표 후보자 별 득표 현황 ⓒ 이종필

 

사천시 정당투표 현황 정당별 정당투표 득표현황 ⓒ 이종필

위의 두 표를 살펴보면, 각 후보별 득표 수와 소속 정당 별 득표 수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방호 후보와 강기갑 후보의 지역구 득표 수와 정당 수의 차이를 살펴보면 다음 표와 같다.

 

두 후보의 지역구 득표수와 정당 득표 수 차이 이 차이에 숨은 비밀은 무엇일까? ⓒ 이종필

 

실제 강기갑 후보의 득표 수와 민주노동당 득표 수의 차이는 상당하다. 반면, 이방호 후보는 겨우 1067표 차이가 날 뿐이다. 그렇다면 강기갑이라는 '인물'에게 쏠린 저 유권자들은 누구일까? 계속 추적해보자.

 

12275의 속 뜻

 

우선, 진보 혹은 반한나라당 성향의 유권자들, 즉 정당투표에서 '통합민주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한국사회당'에 표를 던진 사람들이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강기갑 후보에게 투표했을 것이라 짐작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이들의 수가 5202명이다. 그리고 나머지 후보가 없는 군소정당 지지자들의 합은 1106명이다. 이 둘을 더한 수가 6308명. 그렇다면 이들 모두가 강기갑 후보를 지지했다 가정해도, 5967명이 남는다.

 

이제 남은 곳은 '친박연대' 뿐이다. 그 숫자는 6111명. 딱 맞아 떨어진다. 어쩌면 실제로 친박연대를 지지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강기갑 후보에게 표를 던졌을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정말, 누군가의 주장대로 한나라당 분열과 친박연대의 도움이 강기갑 후보를 당선시켰다는 것인가? 이 주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 는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정확한 이해를 위한 핵심 사항은 강기갑 후보는 한나라당 실세 이방호 후보와 맞서 '거의 모든 성향의 지지자들에 의해 선택'되었다는 것이다. 속 뜻은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볼 때, 비로소 제대로 이해 할 수 있다.

 

강기갑의 승리, 진보정당의 미래

 

이렇듯 강기갑 후보는 인구 11만의 보수일색이었던 작은 농촌지역에서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정부를 연 여당의 실세를 맞아 한나라당이 아닌 모든 세력을 단결시킴으로서 승리를 일궜다. 신자유주의 최대 피해자인 농민들을 단결시켰고,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모든 유권자를 단결시켰으며, 사천-삼천포의 깊은 지역감정을 넘어섰다. 강기갑 후보는 그 자체로 반신자유주의 전선, 반한나라당 전선, 반지역주의 전선의 구심점으로서 역할을 한 것이다.

 

투표율 또한 사천은 57.6%로 지난 17대 총선에 비해 3.5% 정도 빠졌을 뿐, 전국적인 투표율 저조 경향에 비해 일정한 선을 유지했다. 이것은 '강기갑'이라는 다른 선택지. 찍을 만한 사람 '강기갑'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그동안 선거에서 진보진영은 '새로운 선택지'로 낙점받지 못하면서 무관심한 유권자들을 늘 아쉬워만 해왔다. '새로운 선택지'로서 인식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사천에서 분명히 확인 할 수 있었다.

 

바로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 전술로서의 정파간 연대연합, 합종연횡을 넘어선 국민적 단결에 기초한 반신자유주의 전선의 구축, 대안으로서 진보적 대중정당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풀어가는 소중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결과가 이러하기에 진보진영은 이번 강기갑 후보의 당선 앞에 근시안적인 정파적 이해를 넘어 국민적 메시지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읽어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의 승리를 준비해야 할 때

 

끝으로, 강기갑 후보를 물심양면으로 당선시킨 농민운동진영과 진보진영은 들떠 있을 일만은 아니다. 아직 절대적 지지세력이 다수가 아님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직은 객관적 현실을 뛰어넘었다고 볼 수 없다. '새로운 선택지'가 곧 '대안'임을 뜻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절호의 기회다. 주어진 4년, 새로운 부름에 새로운 응답을 보내야만 한다. 강기갑 후보가 당선 직후 말했듯, '깜짝 놀랄 새로운 정치'를 보여줘야만 한다. 진정한 '대안'임을 입증해야만 한다. 그러할 때, 오늘, 사천의 승리는 2년 후, 4년 후, 나아가 5년 후 대한민국의 승리가 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이스트플랫폼(www.eplatform.or.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4.10 18:45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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