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의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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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du2yy2)등록 2008.04.28 09:35

  막 버스에 오를 때였다. 내 뒤를 따라오시던 할머니가 다급하게 목소리를 높이셨다.

 

  “기사 아저씨, 조금만 기다려줘요. 지금 저쪽에서 이 버스 타려고 사람 뛰어오니까!”

  “타요, 그냥! 빨리 타라니까요!”

 

  대뜸 짜증을 내는 기사 아저씨. 할머니는 미안해하시면서도 문 앞에서 꿈쩍도 하지 않으셨다. 덩달아 기사아저씨의 험한 말도 거세졌다. 저러다가 할머니까지 못 타시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일행이 버스에 올랐다. 요금을 제대로 내라느니, 빨리 앉으라느니 기사아저씨의 험한 말은 계속 이어졌다.

 

  기사아저씨와 승객의 실랑이. 수년 동안 버스를 이용하면서 그리 뜸하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젠 익숙해질 만도 한데 항상 마음이 불편하다. ‘왜 기사아저씨는 꼭 저렇게 말을 할까? 좀 좋게 말하면 안 되나?’ ‘저러다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싸움이 번지는 거 아냐?’ 갖가지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히면 이내 마음이 돌아선다. ‘그래, 기사아저씨도 매일같이 사람들이랑 실랑이 하는 것에 지쳤겠지. 짜증부터 내는 것도 일리가 있어.’ 그러다 버스가 무리하게 속력을 낸다 싶으면 사고라도 날까봐 마음이 조마조마 해진다.

 

  유난히 기억에 남는 기사아저씨가 있다. 그 아저씨는 내가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먼저 인사를 건네며 “환영합니다!”라는 멘트까지 덧붙였다. 얼떨떨한 기분에 잠시 할 말을 잊었지만 이내 기분이 좋아졌다. 아저씨는 자신을 보는 둥 마는 둥, 돈만 내고 지나쳐버리는 한명 한명의 승객들에게 끝까지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단순한 대중교통 이용이 유쾌한 버스 여행으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고나 할까?

 

  분명 ‘일상적인 것들의 반복’은 사람의 감정을 무디게 만든다. 매일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무미건조한 얼굴로 한마디 인사도 없이 버스를 탄다. 매일 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체되면 인정사정없이 경적을 울리거나 쉽게 화를 낸다. 삶을 더욱 더 황폐하게 만드는 모습들일 뿐이다. 한 마디의 인사가, 한 얼굴의 미소가, 한 사람의 배려가 이런 삶을 바꿀 수 있다면 시작하자, 버스 안에서 부터!  

2008.04.28 09:39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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