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괴담이라고? 일본 학습해설서에 독도는 일본땅 명시

이명박 정부의 굴욕외교가 초래한 막대한 외교적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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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석(gseog)등록 2008.05.19 18:17
<요미우리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2012년부터 적용되는 중학교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일본명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명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확정되면 일본의 새로운 중학교 사회교과서에 반영된다. 한국 외교통상부는 관련 사실에 대해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공식적인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일본의 이런 방침은 오래 전부터 추진되어 왔다. 2005년 3월, 코이즈미 준이찌로(小泉純一郞) 정부의 나까야마 나리아끼(中山成彬) 문부과학상이 참의원 문교과학위원회에서 “차기 학습지도요령에서는 반드시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해 개정안이 준비돼 왔다. 또한 일본 외무성은 올 2월에도 독도는 자국 영토라는 주장을 보강하고 확대한 팸플릿을 영어·한글판까지 곁들여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독도괴담’은 괴담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한일신시대를 선포한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이게 무슨 짓인가. 이 대통령은, 반성과 사죄는 일본의 몫이고 한국은 더 이상 공식적인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며, 과거보다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하였다.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가 일본을 용서했는데 국내에서 과거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대통령은 자신의 이 발언의 외교적 의미를 모르는 것 같다. 

국민들은 진즉에 이러한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이명박 정부 독도포기설이 그것이다. 정부는 이를 ‘독도괴담’으로 몰아붙여 유포자를 처벌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괴담이 아니다.

이명박이 독도를 포기하였다는 괴담은 두 가지 의미에서 틀리지 않다. 첫째, 대통령이 일본을 용서하고 과거를 거론치 않겠다는 시점에서 독도는 포기했다고 봐야 한다. 국제사회는 이를, 지금까지의 한국외교가 잘못된 것이었음을 시인하고, 일본이 그동안 해온 노력들을 한국이 받아들였다는 메시지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둘째, 이처럼 일본의 역사왜곡을 방치한다면 실질적인 독도 포기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독도가 일깨우는 민족주의적인 정서의 파괴력을 직시해야

독도는 영토문제이기 때문에 역사왜곡문제와 별개라고 생각하는가? 천만에. 단언컨대 일본에게 있어 독도는 99% 역사문제이다. 일본에게 있어 독도는 역사적 상징일 뿐이다. 직접적으로는 러일전쟁, 나아가서는 일본의 침략전쟁 전반에 대한 역사적 해석을 독도를 통해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독도는 약탈한 섬이 아니며 따라서 러일전쟁은 아시아해방전쟁이라는 역사왜곡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독도 문제가 무서운 것은 일본 국내에서 반대세력을 용납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일본의 우익들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통해 민족문제를 건드리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큰지를 실감했다. 그래서 독도의 일본 영유권이 교과서에 실리는 날, 한일관계는 획기적인 변화를 맞게 되는 것이다.

90년대 중반이후 일본의 정치권은 역사문제에 대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했지만, 우익 교과서는 채택율 1%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러나 독도의 영유권에 반대를 제기할 수 있는 간 큰 일본인은 많지 않다. 독도의 영유권 교과서 기술을 기점으로 일본 국내의 역사왜곡은 대중적인 저변을 급속도로 넓혀 갈 것이며 과격해질 것이다. 예기치 못한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무력으로 한국이 독도를 지배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될까? 국제사회의 여론을 등에 업지 않고서는 한국의 독도 영유는 언제든 곤란에 처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개인의 종교적인 용서와 국가의 외교행위는 다르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서울시장 시절 하나님께 서울을 봉헌하더니 이제 대통령이 되어 왜왕에게 독도를 헌상하려는 것인가.

일본의 우경화는 한국에게는 외교적인 기회

이명박 정부의 이런 발언은 역사와 국제관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다. 경제를 말하지만 사실은 경제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짓이다. 현대의 외교관계는 소프트파워 외교로 규정된다. 경제전쟁이며 국격외교의 전쟁이다. 국가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높이는 일은 곧 그 나라의 상품 및 문화에 대한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외교적 통찰력이 있다면, 일본의 우경화가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90년대 중반이후 일본 정치권의 거세지는 우경화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우려가 크다. 쯔꾸바대학의 하타노 쓰미오 (波多野澄雄) 교수는, 심각한 역사왜곡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하는 우익들의 행위를 국익 손상 행위로 규정하여 법적제재를 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한일관계의 바람직한 발전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한국은 이를 이용해 외교적으로 유리한 성과를 올리려 노력해야 한다. 일본의 제품은 세계적으로 한국과 경쟁관계에 있다. 독도 동해문제, 역사왜곡 등, 일본의 우경화를 역으로 우리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은 적지 않다.

전반적인 외교관계를 통찰하지 못하고, 대통령 개인의 감정으로 과거를 스스로 부정하고 용서와 화해를 남발해서는 안 된다. 한미관계, 한일관계에서 보이는 정부의 총체적인 외교 전략의 부재가 심히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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