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한국노총-정부 갈등 불씨

'정책연대'는 공공부문 구조조정 막아낼 수 있을까?

등록 2008.05.21 08:41수정 2008.05.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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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이던 지난 1월 23일 한국노총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이던 지난 1월 23일 한국노총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임박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시작으로 한 공기업 민영화 움직임은 기획재정부가 5월 초에 각 공기업별로 지시했다는 구조조정 방안이 알려지면서 그 세부적인 내용이 드러났다.

 

민주노총이 '6말7초 대규모 투쟁'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공공부문 구조조정 계획이 '공기업 민영화'를 첫 제물로 정조준하고 있음이 드러남에 따라 이해 당사자들이 밀집되어 있는 한국노총의 움직임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경고성' 대책위원회가 '투쟁'으로 선회하기까지

 

한국노총은 지난 4월 2일 '사회공공성 강화와 공공부문 구조개악 저지 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발족했다. 한국노총으로서는 4명의 한국노총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한 것이 정책연대의 '양지'였다면, 정책연대 방침에도 아직까지 정책협의회 한번 열리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는 공공부문 구조조정 논의는 정책연대의 '음지'였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시도한다면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말해왔고, 공대위의 발족은 이명박 정부의 일방통행에 대한 경고 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지난 20일, 공대위의 분위기는 분주했다. 정책연대가 정부에 배신당했다는 격앙된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졌다. 지난 15일에 있었던 한국노총과 청와대 수석진 조찬 간담회에서 "5월19일 예정된 (구조조정 방안) 대통령 보고를 연기하겠다"던 청와대가 5월 17일에 "공기업 민영화 방안을 가능한 한 빨리 확정할 것이며 민영화 방식에 따라 공기업 1차 분류가 완료됐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탓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구조조정은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대위는 ▲완전 민영화 ▲경영권 민영화 ▲자산 부분매각을 통한 민영화 ▲통폐합 등 4가지로 보고된 것으로 알려진 정부의 민영화 계획에 대해 "완전히 국민에 대한 범죄행위"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제 구실 하지 못한 정책연대 협의 채널

 

현재 정책연대의 채널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고위정책협의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장석춘 위원장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참여하면서 목소리를 내고 있고, 한국노총은 대선 직후부터 정부와 고위정책협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지난 5월 10일 '공공부문 구조개혁'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장석춘 위원장은 "그동안 일방적인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너무 급박하게 검토도 없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주공과 토공의 합병 문제다. 국회에서 용역을 줘 만든 보고서도 문제가 많다고 결론 낸 문제를 왜 또 거론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공대위 관계자는 그동안 민영화 문제에 관해 정부가 언론에 발표하기 전에 먼저 연락이라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말했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5월23일에 첫 본 회의를 연다.

 

대선 직후부터 시작된 고위정책협의회 구성 노력은 "청와대의 내부사정"으로 계속 연기돼 왔다. 고위정책협의회는 한국노총에서 백헌기 사무총장과 장대익 부위원장 등의 임원진과 한나라당의 새 정책위원장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참여하고 여기에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등의 관련부처가 참여하는 모양새를 띨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5월 26일로 예정되어 있는 첫 회의도 한나라당의 원내선거가 5월 23일로 연기되면서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의 자기배신"이라는 비판까지 감수하며 대선에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한 한국노총으로서는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청와대 수석진이 한국노총과의 간담회에서 "6월 말에 확정될 것"이라고 했던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 최종안이 빠르면 5월 22일에 나올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나 고위정책협의회 모두 그 직후에나 첫 회의를 가지게 된다.

 

공대위의 한 관계자는 만일 최종안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나오게 된다면 정책연대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이때까지는 '잽'이었다. 사실 우리가 당장 정책연대 포기를 말할 수는 없지만, 장석춘 위원장은 정책연대의 첫 사업이 공공부문이라고 생각한다. 잘 안 되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우리만 신사였다. 우리들의 생존권과 국민의 공공서비스가 달린 문제다"고도 했다.

 

"지식경제부 장관이 공기업 민영화 추진 때 최대한 노동계와 협의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한 장석춘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이윤호 장관의 말은) 립서비스였다"고 성토했다. 실무진 채널조차도 아직 공식라인이 개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22일에 정부가 개편안을 발표한다고 하니 두고 볼 것"이라며 "(계속해서 한국노총을 배제한다면) 싸울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책연대로 안 되면 싸울 수밖에...

 

공대위는 정부가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하나는 쇠고기 파동으로 급락한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벌들을 살찌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정부가 집권하고 나더니 국민들 생활에 밀접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공공기관을 전리품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정부가 계속 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국민 전체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공기업 민영화의 '부작용'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알려낸다는 계획이다. 공대위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일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국민들이 공기업 민영화의 폐해를 알기 시작하고 있고 인터넷 토론을 중심으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대위 관계자는 "IMF 때와는 다르다. 이 부분을 강하게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연대 틀에서 안 되면 치고 나올 수밖에 없지 않느냐. 구체적인 일정과 같은 세부사항은 6월 말쯤 되면 정해질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가 계속 가변적이라 일정을 정확히 잡기가 힘들다. 하지만 구체적인 (투쟁의) 틀은 잡아놓았다. 일정과 같은 세부적 내용들은 6월 말쯤 되면 정해질 것이다"는 말이 엄포로 들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투쟁' 기조로의 선회가 어느 정도의 폭발력이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공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산하 연맹들 사이의 '온도차'도 여전하고 무엇보다 23일과 26일에 각각 예정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고위정책협의회라는 정책연대의 '끈'이 가져올 결과를 두고 봐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 흐름이 결정될 다음 주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의 최종안 수위에 따라 양대 노총의 연대 투쟁이 가시화 될 가능성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지섭 기자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간하는 월간 <노동사회>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홈페이지 www.klsi.org 에도 실렸습니다.

2008.05.21 08:41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지섭 기자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간하는 월간 <노동사회>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홈페이지 www.klsi.org 에도 실렸습니다.
#정책연대 #한국노총 #공기업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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