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서 청계광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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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235st)등록 2008.05.27 09:38

대한민국에는 광장이 없다.

비록 서울 시청 앞에 있긴 하지만 그곳에는 잔디가 있다. 그리고 잔디를 보호해야 하기에 우린 그 안에 마음놓고 들어갈 수 없다. 더욱이 요즘 그 광장에서는 '포스트' 하이 서울 페스티발이 한창이다.

그래서 여러 시민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청계천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제 시민들이 모여 드는 청계천은 청계천이 아닌 청계'광장'이라 되었다.

동아 일보사를 옆에 끼고 광화문으로 통하는 길목에 무대를 설치했으며, 그 무대 뒤로 사람들은 줄지어 앉는다. 동아일보사 옆에 커다랗게 서 있는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시민들로 하여금 무대를 바라보지 못하게 할지라도, 시민들은 그 길목에서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며, 촛불을 높이 든다.

 

24일에는 제 17차 촛불문화제가 각 도시에서 열렸다.

서울은 여의도와 청계광장에서 촛불이 높이 들어 올려졌다.

그리고 서울 시청 앞에서는 저 '포스트' 하이 서울 페스티발이 계속되었다.

서울 시청 앞에서 아름다운 음악 소리와 여러 배우들의 퍼포먼스가 계속 될때, 청계 광장, 여의도, 그리고 각 도시에서 사람들은 종이컵에 감쌓인 초에 불을 붙이고, 생면 부지의 사람들에게 그 불을 나누어 주며 참여하는 시민의 모습을 만들어 갔다. 바람이 많이 불어 촛불이 계속 꺼지는 데도 시민들은 계속 초에 불을 붙이고, 그 불을 옆 사람 나눴다. 그래서 촛불은 꺼져도 꺼져도 다시 켜졌다. 풀이 눕지 않는 것 처럼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촛불 문화제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문화제의 힘은 자유발언대보다도, 여러 사람들의 공연보다도, 유명연예인의 출연보다도 그 초에 불을 나누는 시민들의 힘에 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이'에게 전해주는 이 촛불의 힘이 바로 촛불문화제의 힘이다. 그리고 이 힘에서 사람들은 '광장'을 형성했으며, 광장 안에서 서로 이야기 한다. 그 촛불을 켜놓음으로 인해 사람들은 더 이상 백성도 아니고, 국민도 아니고, 대중도 아닌 시민이 된다. 주인인 것이다.

 

이 주인들은 26일을 기준으로 18차례 직접민주주의를 하고 있다.

12월 14일 우리의 의견을 실천하게끔 선거를 통해 한 사람을 뽑았으나, 그가 우리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자, 주인들이 나선 것이다. 주인들은 '주'이기에 강하다. 그리고 그 강함에는 여느 세속적인 주인의 당연함에 대한 짜증 같은 분노와는 다른, 믿음에 대한 분노와 믿음에 배신감이 녹아 있다.

그래서 이 주인들의 강함은 세속적인 '주'의 힘보다 강하고 무섭다.

 

청계광장 동아일보사 맞은 편의 '톰앤 톰스'라는 커피 전문점 앞에서 사람들은 "탄핵"을 외쳤다.

아직 너그러운 주인들은 이 "탄핵"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탄핵은 이르다며, 반발한다. 이는 싸움으로 번지기도 하였다. 아마 대한민국에 살면서 대한민국을 위해 일한다는 자신에 대해 탄핵이라고 말하는 시민들이 그는 섭섭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 너그러운 주인들을 설득하려 할지도 모르겠다.

 

그는 과거 박정희나 전두환, 노태우 등과 같이 대한민국을 위해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나 저 시대에 유행했던 드리마 속 젊은이들이 '우리집'을 위해 열심히 일하셨던 엄한 아버지에게 따뜻함을 요구하며 반항하는 것 처럼, 우린 그들에게 대한민국 자체가 아닌 우리들을 보라고 이야기 했고, 그건 불행히도 진행 중이다.

더 불행한 것은 저 드라마 속 엔딩 처럼 엄한 아버지는 처량한 뒷모습 뒤 가족과 따뜻한 사랑을 이어갈 수 있지만, 그는 처량한 뒷모습에서 끝이라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지만 결단은 쉽지 않은가 보다.

여러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기업인 출신이니 기회비용 정도는 잘 따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자신에게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 누구인지 말이다.

 

 

 

2008.05.27 09:43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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