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애들은 어디 갔었니?

여고생 시위 참여에 대한 남고생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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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doisland)등록 2008.05.28 09:24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녀들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나 춤을 추며 "텔미~ 텔미~ 미국 쇠고기 수입 않겠다고 말해줘요~"라고 노래하며 선봉에 서서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 문화재를 이끌었다. '원더걸스'라는 별명을 얻은 이들은 우리 주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던 평범한 여중고생들이었다.

갑작스러운, 이채로운 사회현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마이뉴스에 실린 시위참여 여학생들의 인터뷰에서 보듯이 그녀들은 이미 사회 문제에 대한 충분한 관심과 인터넷, 핸드폰이라는 그들만의 강력한 연결고리를 갖추고 있었다. 놀거리가 없어서, 친구 따라, 연예인 따라 왔다는 일부 언론의 말들이 무색할 정도로 그녀들은 성숙한 사회의식을 가지고 평화적인 절차에 따라 그녀들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했고, 시민들을 선도했다.

그런데, 시위 사진마다 해맑고 애띤 모습으로 촛불을 밝히는 여학생들이 뉴스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고 있었을 때, 남학생들은 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길래 보이질 않는걸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여의도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고2 남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여학생들이 촛불 집회 참여한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해?
철이 없어서 그래요.

철이 없다고? 왜?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제 주위 몇 명도 그냥 친구 따라 갔대요.

넌 그런데 관심 없어? 여자 애들이 자기 먹을꺼 지키겠다고 직접 거리에 나가서 자기 목소리 내는게 기특하잖아.
저도 관심은 있어요. 인터넷으로도 보고 학교에서 신문 가져와서 애들이랑 같이 보고 그래요. 그래도 그렇게 나가는건 별로에요.

근데 왜 하필 여자애들만 나갔을까? 남자 애들은 뭐하고.
여자애들은 원래 잘 몰려다니잖아요. 한명이 하자 그러면 우르르 몰려가고. 화장실도 같이 가잖아요.

남자애들은 안그래?
남자애들은 안그래요. 남들 한다고 하면 창피해요. 그런데 나서는 거도 창피하고...남자들이 패거리로 몰려다니는건 날라리들이나 그러죠. 다들 각자 자기 할 일 해요.

요즘 알파걸이다 골드미스다 해서 능력있는 여성들이 부각되고 있는데 학생들도 남학생들 보다 여학생들이 더 성숙하고 똑똑해서 그런거 아니야? 그래서 시사적인데도 더 밝고.
(발끈하며)아니에요! 절대 안그래요! 저도 알 건 다 알고 다른 남자 애들도 다 알고 있어요. 여자 애들보다 몰라서 그러는게 절대 아니에요. 근데 남자들이 끼면 시위가 되요. 남자애들이 촛불 들고 몇시간씩 그냥 앉아 있겠어요? 돌이라도 던지죠.

남자들은 폭력적이기 때문이라는 거구나. 하긴 여학생들이 주도 할 땐 촛불 들고 평화적이었지. 그래서 평화를 위해 일부러 안나가는 거야?
지금도 결국 폭력 사태 벌어졌잖아요. 근데 왜 자꾸 남자가 안좋은 쪽으로 단정지을려 그래요? 사실 전혀 관심 없는 애들도 있고 대부분 귀찮아해요. 솔직히 귀찮은게 제일 클거에요. 그래도 멍청해서 그런건 아니에요. 그리고 여자애들 보면 더 생각 없는 애들도 많아요. 요즘엔 남자들이 정신적으로 더 차별 받아요.

그럼 그냥 남학생과 여학생의 심리적 차이인가?
네! 맞아요! 남자애들은 그런거 싫어해요. 그냥 그런거에요.

맨날 학교 마치고 축구하느라 피곤해서 그런거 아니고?
뭐 그럴수도 있겠네요.

공부 열심히 해. 요즘 여자들 정말 똑똑해
네. 열심히 할께요

이 학생이 왜 집단 행동을 거부하는지 사실 완전히 이해 할 수는 없었다. 나름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이번 촛불 집회로 여학생들이 자신의 의견과 권리를 당당히 밝히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앞날을 보여준 일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왜 여학생이었는지, 성별의 구분이 어떤 차이로 비춰지는 건 바람직 하지 않다. 그들 가슴을 뜨겁게 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남학생들도 곧 무언가 보여줄 것이다. 남학생, 여학생 모두 자랑스러운 우리 청소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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