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대지진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네티즌운동을 하자

일부 중국인들의 잘못으로 쓰촨의 희생을 조롱하던 우리의 악플을 반성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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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묵(simonhwang)등록 2008.05.31 17:49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이 짧은 시간에 함부로 중국인들이 어떻다고 말을 할 처지는 아니지만 나의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하고 지금도 일을 꼬이게 하는 일부 중국인들을 보면서 한마디로 "개념없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여기 중국, 특히 남방에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이 종종 생기더군요. 광동지방 장사꾼들을 예로부터 흑상(黑商)이라고 부른답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나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해서 붙은 명칭입니다. 중국인들이 유태인과 함께 세계적인 장사꾼이라고 하는 데 신용을 중시해야 할 장사에서 제가 겪어본 많은 중국인 사장들은 결정을 하고도 다시 뒷말을 자주하여 아주 피곤할 정도입니다.

한번은 거래하는 공장사장이 지금 공급하는 가격이 너무 낮아서 손해를 본다고 하더군요. 저도 거래처의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그러면 당신이 손해를 보면서 할 수는 없을 것이니까 그럼 이 물건의 주문을  다른 공장으로 옮기겠다” 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런 뜻으로 이야기한 것은 아니라면서 주문을 놓지를 않았습니다.

"간을 본다" 는 속어처럼 우리에게 납품하는 물건의 값이 안 맞아 지금까지 돈을 손해 보았다고 종종 말하거나 작업을 정지시키고는 가격조정을 하거나 기존제품과 비슷한 물건인데 가격을 휠씬 비싸게 말하거나 수시로 건드려 봐서 넘어가길 기다립니다.

저와 같이 무역업에 종사하는 다른 한국인 사장은 중국공장에 오면 중국사장에게 윗사람처럼 큰소리로 윽박지르고 문제가 생기면 중국공장 탓으로 떠넘깁니다. 저도 한국인이지만 그런 식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아 중국인 사장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는 데 중국인 사장도 제게 그 한국사장 욕을 많이 합니다. 그러던 중 그 한국 사장과 거래가 중단되자 생산능력도 안되면서 그 한국 사장과 다시 거래를 하려고 그 한국인 사장이 중국에 들어오면 전에보다도 더 친하게 잘해 줍니다.

가끔 생각을 합니다. 이들과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합리적으로 거래를 하는 것이 맞는지(지금처럼 계속 건드림을 당하면서) 아니면 힘으로 눌러서 다른 한국인 사장처럼 거래를 이 공장, 저 공장으로 옮기면서 중국 거래처들을 흔드는 것이 맞는지를요.

짧은 개방 역사 속의 젊은 중국 공장들을 보면서 잘못된 작업방식 때문에 답답한 생각이 많이 들고는 합니다. 그래서 맞는 작업방식을 말로 설명을 했는데 그것도 안되어서 사진으로 어떻게 작업하는 것도 보여주고 그래도 듣지를 않아 그렇게 작업을 안 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하자 사진까지 들고 와서 보여주면 그제서야 마지 못해서 방법을 바꿉니다. 그나마 나하고 거래하는 공장은 제 주문때문이라도 제 말을 따라 주는 데 거래를 아직 시작하지 않은 공장은 잘못된 방식을 지적해 주어도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고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듣지도 않습니다.
제가 본 중국인들의 잘못된 행동중 하나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남의 손해를 무시하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것입니다. 그 예가 교통질서입니다. 제가 있는 지역은 교통혼잡이 최악의 수준인데 차는 물론 사람까지 교통신호를 무시하기 때문입니다. 사거리 교차로에서 서로 자신의 차 앞쪽을 집어넣고는 반대편 차선으로 역으로 끼어 든 상태에서 그 사이를 사람들이 지나 갑니다. 그리고는 1-2시간 정도 차들이 꼼짝 못합니다. 고속도로 역 주행이나 사거리에서 반대편차선타기, 인도로 달리기, 화단을 넘어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가기, 그리고 상향등 은 기본이고 도로가운데에서 차를 멈추고 길가던 친구랑 떠들면서 길을 막는 것까지 답답할 정도입니다. 거기에 좋은 대학 나오고 배웠다는 내 중국인친구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운전을 합니다. 남들도 그러는 데 나만 똑바로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면서요.

이 정도의 일을 겪어 보면서 나도 쓰촨지진 이후에 잘되었다고 고소하다던 일부 네티즌들처럼 중국인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개념이 없는 일부 중국인들 때문에 고생을 하지만 그 개념이라는 것이 이미 발전된 나라와 아직 발전 중에 있는 나라와의 차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도 80년대에 반대편차선으로도 달리고 인도로도 그리고 화단도 넘어 보았습니다. 물론 상향등도 기본으로 켰었습니다. 홍보도 많이 되고 단속이 심해지고 사람들의 사고가 바뀌면서 그런 일들이 없어지게 되더군요.
1960,70년대 코리안타임이라는 말을 많이 하고 저 역시 코리안타임을 외치며 약속시간 안 지키면서도 미안한 마음없이 살았습니다. 지금 이런 말 안 쓴지 정말 오래 되었을 것입니다.
10년 이상씩 변화도 없이 라면 한가지종류로, 치약 한가지종류로 돈을 벌 수 있었던 과거 우리기업들처럼 중국도 고도성장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돈을 버는 시절에 있다 보니 우리가 개념이 없었던 그 시절처럼 중국도 많은 사람들이 원칙과 개념이 없이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념이 없는 일부 중국인들에 대해서 말했지만 이번 쓰촨지진에 대한 우리 네티즌들의 악플은 우리 역시 개념이 없는 행동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중국인을 좋아하던 싫어하던 간에 쓰촨지진은 비극이고 슬픔입니다.
사람이 6만명이상이 죽고 수많은 실종자와 이재민까지, 그냥 단순히 우리가 그들처럼 가족을 잃고 내 자식을 잃고 친구를 잃었다고 생각을 한다면 직접 겪은 당사자들에게는 그 이상의 슬픔은 없을 것입니다.
또한 쓰촨지진은 감동과 사랑의 드라마입니다. 저도 중국에서 TV를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원자바오총리가 지진이 난 후 2시간 만에 현장에 가서 핸드마이크로 "총리가 왔다. 조금만 참으라" 고 외치면서 눈물을 흘리며 현장을 지켰을 때, 쇠고기협상이 타결되었다고 박수쳤다가 국민들의 반발이 심하니까 농림부장관 뒤로 숨어버린 이명박대통령과는 다른 인간적인 중국지도자에게서 감동을 받습니다.
당장에 쓰촨으로 달려가서 구호활동을 하고 싶었는 데 교통이 폐쇄되어 못 갔다는 거래처의 수출담당자를 보면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옴을 느꼈습니다. 월급 3,000원 받는 친구들이 구호성금으로 저보다 많은 2,000원을 내고 모두들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구원성금에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고 IMF 때 금모으기운동을 하던 우리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양부모를 자처하고 돌더미에 갇힌 친구의 링겔을 들고 서 있는 고등학생의 모습을 보면서 한없은 인간애를 느낍니다.
중국인들에게서 우리보다는 그래도 조금이나마 인간적이고 순수한 면을 그 전부터 느껴 온 것이지만 이번처럼 감동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지금도 솔직히 개념없는 일부 중국인들은 싫지만 우리보다 순수한 이들을 사랑합니다.
이명박대통령이 쓰촨지진현장에 얼굴을 조금 비치고 온 쇼보다는 진정한 마음으로 이들을 슬픔을 우리도 위로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쓰촨지진발생 후 잘못된 악플로 그들에게 더 상처를 주었다면 지금이라도 쓰촨지진을 위로하는 네티즌운동을 하는 것이 우리들의 처음에 잘못된 행동을 사과하는 길이고 함께 사는 세계인의 자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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