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의 정치 위기

터키 정치를 통해 찾아보는 정치위기 해법

검토 완료

김상진(tkjohn)등록 2008.06.01 12:42

참으로 말도많고 탈도 많았던 노무현 참여정부는 무사히(?) 막을 내리고 경제우선, 기업프렌들리를 내세우는 이명박 후보가 예상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로 대통령 당선이 되었고  곧 이어 치뤄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는 쾌거를 이뤄 냄으로써, 역대 어느 정부도 받아보지 못한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듬뿍안고 이명박 실용정부는 괘조의 출발을 한 것이다.

 

강력한 추진력과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대통령을 배출 하였고  이미 절대 다수를 확보해 놓은 지방 자치단체장 및 지자체 의회, 최근 과반수 이상의 안정적 의석을 확보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자중지난에 빠진 듯한 야권의 상황을 볼때 더이상 대외적인 경쟁자가 없는 듯 하여, 친박연대 탈당자 복당문제 등으로 얽힌 박근혜 전대표 와의 내부 화합만 원만히 이뤄낸다면 10년만에 되찾은 집권 여당으로써의 프리미엄을 톡톡히 구가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경제우선주의 실용정부가 출발 백일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사상 유래가 없는 유가 인상, 세계적인 가뭄과 곡물값 인상 등은 물론, 지진 등 자연재해 소식과 같은 국내외적  온갖 악재와 고소영 강부자로 대변되는 본인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끊이지 않는 구설수, 더구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포함하여 또다시 수 많은 국민들이 거리로 쏱아져 나오게 된 촛불시위가 왠 말인가.     도대체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해외에서 보는 제약된 시야로  국내 문제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까지 알지 못해서 인지 궁금한 사항들이 참으로 많다.

 

1. 왜 아직까지도 박근혜 전대표측 인사들 과의 화합이 진전되지 않는 것인지

2. 이재오 의원의 출국으로 대변되는 대통령 주변인물들 간의 권력투쟁이 사실인지

3. 대운하는 강행 하는 것인지

4. 미국과 일본 심지어는 중국에 까지 실용외교를 표방한 굴욕외교가 사실인지

5.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여론에 따른 수입재협상은 안하는것인지 못하는것인지

6. 10대, 20대, 30대의 젊은 층들과 심지어 가정주부 들 조차 거리로 쏱아져 나오는 상황을 정부와 여당은 정말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  왜 그들의 구호가 쇠고기 뿐 아니라 정권의 퇴진까지 요청하게 되는지... 농수산식품부 및 기타 관련 부서의 소극적인 노력으로 인해 대통령 탄핵까지 요청되는 이 상황을 정말 공안장관회의를 통해 보고 받고 해결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등등..

 

이번 기회에 터키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치상황을 잠시 소개 해 보고자 한다.

 

현 집권 여당인 AKP (정의개발당)은 과거 친이슬람 정당을 표방하며 집권까지 한 바 있는 RP(복지당)이 개혁세력의 주도하에 법원판결에 의해 정부가 해산되었고 그 와중에 정치활동 금지를 판결 받았던 Tayip ELDOGAN 현 총리의 지도력으로 몇개 정당에서 총선을 위해 이합집산하여 급조된 정당이었으나,  한국의 집권 한나라당이 획득한 현재의 득표율 보다 더 높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및 국회의원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켜 40여년만에 단독집권의 위대한 성취를 이뤄 냈으며, 정치와 경제의 안정을 이뤄 냄으로써 개혁세력 및 군부의 강력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로 처음 보다 더 많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다시금 더욱 강력한 정부로써 정권을 잡게 된 것이다. 

 

집권 1기 당시에는 한지붕 세가족 같은 출신성분과 정체성 문제로 우려스럽게 보는 시각도 없지 않았으나, 타입 엘도안 수상의 카리스마와 지혜로운 지도력을 보여주었다.  당내의 파벌간 지분과 논공행상 분쟁도 일체 발생시키지 않았으며 각 계보들 간에 적절한 권한 위임을 통해 정권과 국가 발전의 미래를 보여 주었으며, 작은 이권들에 일체 개입하지 않는 큰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대중들의 지지도를 높여갔고 결과적으로 정당 내의 계보및 파벌을 넘어선 통합적 지도자로써 강력한 집권 2기를 성공적으로 출범하게 된 것이다.

 

터키 민중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주변 여건의 도움 등으로 안정적 권력 지반을 확보한 집권 AKP는  강력한 리더쉽을 갖추지 못하고 국민들의 지지도 마져 급감하여 사분 오열된 야당들은 물론, 전통적인 기득권 세력인 군부 조차도 표면적인 손을 쓸수 없는 상황으로 까지 전개되어, 집권 여당 AKP는 결국 국가 원수인 대통령 까지 배출함으로써 더이상 견제할 세력이 없는 듯 보였고, 마침내 정치적, 종교적으로 민감한 사항들에 대한 변혁을 추진할 헌법개정 작업에 착수 하는데 이르렀다.

 

야당들과 개혁진보 세력들은 거리 집회를 주선하고 수만 명의 인파들이 AKP 의 종교 보수회귀적 개헌에 반대하는 거리 시위를 수차례 벌이긴 했지만, 이미 권력과 정치 그리고 언론까지 장악한 상황이고 최후의 보루라고 판단되는 군부 마져도 전면에 나설 명분을 얻지 못해 노심 초사만 할 뿐인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최근들어 빈번히 발생하는 권력 실세 및 측근들의 경제적 이권 비리 사건들과 지난 5월 1일, 노동절 행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현 집권여당의 태도는 주변과 국민 여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안하무인 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상황에서 현 정국을 180도 뒤집게 되는 뜻밖의 사태는 사법부에서 터져 나게 된 것이다.

 

터키는 표면적으로는 2권 분립 체제이다.

대통령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중립을 지키며 의전상 국가의전서열 1위 이며,  의전서열 2위는 국회의장 이다.   이는 입법부가 행정부보다 우위에 있는 내각책임제 이기 때문이며, 실세인 수상 (집권당 당수)은 의전서열 3위 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사법부가 별도로 구분되어 있지 않기에 대법원장은 없고,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헌법재판소 및 최고행정법원 이 있고 국방부 소속으로 최고군사회의가 있다.

사법부는 2심제로 일선 검찰 및 법원이 1심을 하고 항소심으로 사안에 따라 헌법재판소, 최고행정재판소, 최고군사회의 로 구분되어 선고를 하는 제도이며, 검찰과 법원이 함께 구성되어 있다.

 

최고행정재판소의 검사장이 그동안 집권여당이 행해온 여러가지 사업 및 발언등에 대하여 헌법에 위반된 사항들을 수집하여 고발 함과 동시에 70여명의 정치인들에 대한 정치활동 금지에 대한 제소를 헌법제판소에 소송을 제기 한 것이다.   이 소송이 받아 들여졌고 현재 심사 중인데,  집권 AKP 당이 패소하게 되면, 정당과  정부의 해산은 물론, 현직 대통령, 수상 및 전 각료 및 여당 중진들 거의 대부분이 당분간 정치활동을 금지 당하게 될 것이 예상된다.

 

우리로써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긴 하지만, 터키의 구조 및 과거의 경험들을 볼때 이는 대단히 위력적이며 우려할 만한 상황이 것이다.

 

한동안 과연 사법부에서 국회 와 행정부 특히나 단독 집권한 여당의 당수인 수상과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전 내각에 대한 헌법재판소 재소가 타당하며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부 있긴 했지만, 진보 개혁 야당들은 물론, 군부, 그리고 언론 들 까지 이번 제소를 받아 들여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심지어 집권 AKP 당 내부에서도 이번 판결로 집권 여당의 해산, 핵심 인물들의 정치활동 금지, 곧바로 이어질 재선거 등에 대비하여 준비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이번 제소 및 결과에 대하여 더이상 어쩔 수 없다는 패색을 나타내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압도적인 지지율로 지방과 중앙의 정권을 획득한 터키의 집권여당도 뜻밖의 암초에 걸려 좌초될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을 보면서, 권력을 갖게되면 좀더 지혜롭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과 더욱 더 겸손하게 국민들의 여론에 귀 기울이고 자세를 낮춰 적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최근의 한국 정치 혼란상황을 보면서, 최근 출범한 이명박 실용정권도 한번 쯤 되돌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 까 해서 터키의 현 정치 상황을 소개 해 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월간조선 해외통신원 을 겸하고 있음.

2008.06.01 12:48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기자는 월간조선 해외통신원 을 겸하고 있음.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