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품점에 잠입하다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검토 완료

류천석(soon6702)등록 2008.06.01 20:42
 차를 타고 지나가다 몇 번 보기는 했다. 그런데 내가 그곳에 들어가게 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우선 그 입구 분위기가 괜히 주눅이 들게 만든다. 조금은 음침하고 비밀스럽고 변두리에 밀려난 부실한 사람이나 드나드는 곳이라는 선입관. 성인 용품점들은 대개가 차들이 한산한 으쓱한 곳에 들어서 있다. 그곳에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민망하고 쑥스러울 거다. 아니 서로의 고민을 상담하면서 친근감이 더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딸아이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감히 그곳을 갈 엄두도 내지 않았던 소심한 남자였다.

  아침에 변기를 올리고 소변을 보고 손을 씻는데 중1된 딸아이가 지나가면서 한마디 한다. “아빠, 웅이 소변 누는 소리는 힘이 넘치는 데 아빠는 왜 그리 약해.”

“뭐, 뭐라고. 애가 별소리를 다하네.”

“할머니가 지난번에 복분자주도 담아주셨는데 별 효과가 없어요?” “………….”

이럴 때 뭐라고 해야 하나 참 난감했다.

  20대까지만 해도 나의 오줌줄기는 거침없었다. 담벼락에 볼 일이라도 볼라치면 “야! 이놈들아 담벼락 무너지면 책임질 거여.”하며 연탄집개를 들고 달려오시는 이웃 할머니를 피하지 못할 정도로 그 양과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불자동차 호스는 못되어도 발 밑에만 떨어지지 않아도 다행이니 이 일을 어쩌란 말인가! 맥이 빠진다.

  초등학교 아들 녀석이 볼일을 보고 있다. 슬쩍 다가가서 훔쳐본다.

하얀 변기가 깨질까 겁이 날 정도로 맹렬하다. 아들이 나를 보더니 씨익 웃는다.

요즘 아내 잔소리가 부쩍 심해졌다. 내가 아내의 목욕하는 소리를 듣고 겁먹기에는 너무

살아갈 날이 많지 않은가!

  전후좌우를 살펴보다가 가늘고 허약해진 오른발로 브레이크를 밟는다. 차가 슬그머니 성인용품가게 앞에 멈춘다. 백미러로 다시 주변을 둘러본다. 마치 007 영화의 첩보원이

다른 비밀요원을 접선하는 긴장감으로 성인용품점의 문을 연다. 심장맥박 같은 북소리가 난다. 안에 아무도 안 보인다. “어 주인이 어디 갔나?”

내가 눈을 두리번 거리며 성인 용품점 안을 둘러보고 있는데 작은 문이 열리면서 40대의 아저씨가 나온다.

“뭐 특별히 필요하신 거 있으신가요?”

“지나가다 뭐 하는 곳인지 궁금해서 한 번 들어왔어요.”

“말 그대로 성인들이 필요한 물건을 갖다놨으니 천천히 둘러보세요.”

  매장은 4평정도의 공간 벽면에 각종 물품들을 진열해 놓고 있었다. 우선 한 면은

온갖 종류의 모형들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여성의 신체 일부를 실리콘으로

축소해서 만든 것과 상반신, 하반신, 그리고 실제 인체 사이즈의 여성인형이 있었다.

나는 전시용으로 포장을 뜯어놓은 제품에 손을 대 보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지나갔는지 특정부위가 까맣게 변색되어 있었다.

느낌이 싸늘하다. 얼음 같은 온도는 아니지만 온기가 없는 물체다.

“이 제품은 전원을 연결하면 온도조절도 가능하고 진동기능도 부착되어 있습니다.

독일제인데 총각들이나 이혼남들이 좋아하는 타입이죠.“

“가격은요?”“보급형이고 세일기간이어서 100만원 정도합니다.”

“고급형은 더 비싸겠네요?” 나는 물어보나 한 질문을 하고 아차 싶었는데

그 아저씨는 싱글싱글 거리면서 눈웃음을 친다.

“사람과 거의 비슷한 제품은 1000만원은 주셔야 합니다.”

“많이들 사러 와요?”“본업으로는 못하고 부업삼아 하지요. 이 업도 우후죽숙처럼 늘어나 요즘 고민입니다.

장사 잘되는 곳은 부부끼리 와서 서로 의논하면서 사간다고 하는데 저희 집은 대개 남자 고객이 많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많이들 사는 모양입니다.“

  손님이 없어서인지 아저씨는 친절하게 시범도 보여주고 인생상담도 해주셨다.

“저야 물건을 팔이 팔면 좋지만 이런 물건으로 쓴다고 부부 정이 깊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먼저 등산도 다니고 꾸준하게 운동해서 기초체력을 길러야 더 효과가 있습니다.

마음이 콩밭에 있으면 천하장사가 와도 별로 재미가 없죠.“

  너무 고마운 말씀이 가슴에 와 닫는다. 아내에게 이 경험담을 이야기 해주고 싶어

그곳에 있는 것 중에 귀엽고 재미있게 생긴 물건(콘돔의 일종)을 하나 구입했다.

아내에게 배드민턴이나 등산을 같이 다니자고 권해야겠다. 오늘 밤이 은근슬쩍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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