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정국, 내각총사퇴는 함량미달이다 :

촛불은 적극적으로 정치구조 개혁을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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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환(hanjoguk)등록 2008.06.02 12:57

촛불정국, 내각총사퇴는 정답이 아니다.

 

촛불정국에 대해 야3당 연합 측에서는 내각총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는 정답이 아니다. 사태의 최고 책임자는 MB인데 그가 내각 명단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야3당의 제의는 궁지에 몰린 MB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데는 일조하겠지만, 지금 거리를 메운 군중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에는 역부족일 것 같다.

 

MB가 중국에서 귀국하여 촛불사태를 보고받고 버럭 화를 내면서 “촛불의 돈을 누가 지원했나도 모르는가”라며 버럭 화를 냈다고 한다. (조선일보 보도). 촛불에 배후를 캐야한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촛불 든 대중은 “MB가 촛불의 배후다”라고 외치고 있는데, MB 자신은 그 배후에 있는 검은 손을 색출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보면 사태는 점점 파국을 향해 치닫는 것이 아닌지 염려된다.

 

우리의 헌정사는 4.19와 5.16, 6.10항쟁 그리고 5.18 광주사태 등 쓰라린 유혈사태들을 거쳤다. 이번에는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유혈사태는 아무도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정치적 해결책들을 촛불쪽과 정치권이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해결책은 사태를 정확하게 진단해야 설득력을 갖는다. 내각총사퇴와 같은 응급처방으로 성난 촛불이 꺼진다고 보기 어렵게 보인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MB가 범야권의 요구대로 내각총사퇴를 결행하고,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 쇠고기 수입 고시를 백지화하는 등 특단의 조치들을 모두 수용해도 지금의 성난 민심을 돌려세우는 데는 이미 시기적으로 때를 놓친 것이 아닌지. 그만큼 MB에 대한 불신은 깊고 거세다. 수많은 시민들이 구속되고 부상자들이 속출한 상황에서, 시민들은 MB의 실체를 몸으로 체험했고, 촛불의 돈의 배후를 색출할 것을 지시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민주 헌법의 수호자이기는 이미 글렀다는 인상을 갖게 된 것이 아닐지 염려된다.

 

지금 사태는 48년 전의 4.19 때와 20년 전의 6.10항쟁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이런 때에 범여권이 무엇인가 시국 수습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충정은 이해되지만, 내각총사퇴 요구는 정답이 아닌 듯하다. 내각총사퇴로 내각의 면면을 바꾼다 한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비아냥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 같다. MB의 적극 지지자인 조중동이 이런 수숩책을 내놓는 것쯤이야 이해가 가지만, 이런 요구를 범여3당이 내세운다는 것은 들끓는 국민의 여론에 부응하기에는 턱없이 함량미달이다.

 

구체제의 유물인 국회의원들에게 시국수습을 맡길 수 있을까?

 

국회의원들은 이미 기득권을 확보한 상태임으로 ‘내각총사퇴’ 이후 예컨대 ‘거국내각’ 구성 같은 것이 실현되면, 자기들의 권력을 확대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거리를 누비는 촛불의 대중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지금 촛불 대중들은 단순히 절차적 민주주의만의 실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현행 헌법에 나와 있는 대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주권을 확보함으로써 실질적 민주주의가 실현되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촛불 대중들은 현재의 국회의원들마저 자기들의 주권행사를 가로막는 존재들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자기들의 권한 확대를 보장하는 ‘내각총사퇴’ 카드를 뽑아든 것은 결코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는 것 같다. 가장 야당답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민노당 조차 이런 기득권자들의 대열에 동참했으니, 그들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87년 6.10민주화투쟁 때의 ‘배반의 역사’와 그 교훈

 

촛불을 든 대중들은 87년의 6.10 민주화투쟁 때의 쓰라린 경험을 이번에는 꼭 살려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때에는 직선제 헌법 개정이 군중들의 구호였고 그것을 관철시켰지만 김영삼-노태우-김종필에 의한 소위 3당합당으로 노태우 정권을 탄생시켜 대중의 욕구는 군사정권 잔재들의 집권으로 왜곡되었다. 이로써 과거 20년간 어느 정도 절차적 민주주의는 실현되었지만, 실질적 민주주의는 사실상 배반당했다. ‘죽 쑤어 무엇에게 바쳤다’는 식의 냉소적 평가마저 없지 않다. 이런 우를 이번에는 다시 범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의를 지금 촛불 대중들은 다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사태를 투시하는 슬기가 아쉽다.

 

문제의 핵심은 촛불집회로 분출하고 있는 현재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정치적 장치가 현행 헌법에 구비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100일도 안 된 대통령 MB에 대해 벌써부터 퇴출 요구가 분출하고 있지만 이런 요구를 현 정치제도가 수용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점이 내각책임제의 장점을 떠오르게 한다.

 

MB정권의 비민주성과 함량미달의 민족주체성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라는 현행 헌법 제1조의 규정과 헌법 전문에 나와 있는 민족정기와 민주주의 기본원칙에 비추어보면, MB정권의 과거 100일간의 행적은 헌법 위반의 요소를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이 MB에 대한 탄핵을 공공연히 외치고 있는 데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간에 그의 함량미달의 민족주체성, 있는 자만을 우선시하는 듯한 각종 정책들, 자기 식구 위주의 밥그릇 챙기기만을 우선시한 인사상의 난맥상, 밀어붙이기식 저돌적 비민주성 등이 분명히 들어났기 때문이다.

 

MB는 대미 소고기 대미협상에서 주권자인 국민 대다수의 뜻을 무시한 결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왔을 뿐만 아니라, 대운하계획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물밑에서 은밀히 이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우선 지적되고 있다.

 

법에 엄연히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언론사와 각 국책기관장들을 임기 전에 퇴임할 것을 압박하고, 언론을 자기 입맛에 맞게 장악하려고 한 것도 군사정권의 작태를 계승하는 듯한 행위다.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이른바 뉴라이트 쪽의 반민주적 반민족적 역사관을 담아낸 ‘근현대사 대안교과서’를 극구 찬양하면서, 현행헌법 아래서 정부승인을 받아 발간된 역사 및 사회 교과서의 전면 개편작업에 착수하겠다고 공언한 비역사학자인 문교장관의 망언과 한나라당의 태도도 MB정권의 함량미달의 민족정체성과 민주주의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행 헌법에 명시되어있는 평화통일과 남북간 민족 동질성 원칙을 계승한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성명을 존중하지 않는 일련의 대북정책들도 현행 헌법의 정신을 위반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신임 권철현 주일대사가 부임하자마자 앞으로 독도문제는 거론하지 않겠다면서 대사관 홈페이지에서 관련문건을 삭제한 일도 묵과할 수 없는 반민족적 행위였다. 이를 시험이라도 하듯이 독도를 자기 영도라고 명시한 교과서 발행방침을 밝힌 일본정부에 외교장관이 일본대사를 불러 강력 항의했지만, 이는 사실상 원인을 제공한 후 땜질한 굴욕외교의 산물이다.

한미일동맹을 강조했다가 중국으로부터 “과거의 냉전적 사고”라고 호되게 비판받은 것도 외교적으로 크나큰 실책이며, 창피스러운 일이다. 이는 모든 주변국들과의 친선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동북아 평화체제의 구축을 통해 한국 안보의 새로운 돌파구를 창출해 가야 하는 우리나라의 시대적 요구와 국민적 여망을 역행한 것이다.

 

내각제 개헌-대통령 재선출 등으로 돌파구 마련

 

100일밖에 안 된 대통령을 탄핵으로 끌어내릴 것을 바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5년 내내 지금과 같은 헌법 위반 행위들을 보면서 아무 일도 못하는 것도 주권자의 도리가 아니다. 현 상황에서의 ‘내각의 총사퇴’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일 터이니 함량미달이다. 그렇다면 국가권력을 주권자인 국민이 되찾아오는 길은 그 권력을 국민이 통제할 수 있는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끌어내리는 방법 밖에 없다. 그 방법은 현행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불가능하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회 2/3 이상의 결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의 정치지형 아래서는 이를 실현할 가능성이 꽉 막혀있다.

 

촛불로 불타오르는 국민의 여망과 정치지형 사이의 모순과 간극을 메워줄 방법은 없을까? 6.10항쟁 때와 같이 개헌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정당민주화를 강화하는 조건에서 비례대표의 비중을 대폭 늘리고, 국회의원 선출제도를 철저하게 민주적인 것으로 바꾸고, 권력구조를 내각책임제로 바꾸면서, 국회의원 선거를 다시 실시하고, 새로이 구성된 국회에서 현직대통령을 새로 선출하고,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각 정당과 정파의 합의 또는 다수결로 내각총리를 선출하는 구상도 생각해 볼 대상이다.

 

내각책임제라 해도 현재의 국회의원들을 그대로 앉혀 놓은 상태에서는 제도가 바뀌어도 도로아미타불이다. 내각책임제 개헌을 할 경우, 새로운 헌법 아래서 국회의원 선거를 다시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현행 선거법 상 기득권자들에게 유리한 조항들은 당연히 대폭 손질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아야한다.

 

현재의 정치지형 아래서는 종교계 학계 전문직 노동계 농민 서민 등의 국정참여의 길이 거의 봉쇄되어 있다. 이들의 지혜들을 국정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상하 양원제의 채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방 인구 비례로 국회의원수를 배정하는 현행 방식에도 모순이 있어 보인다. 각 도 단위로 선출한 상원의 비례대표수를 각 지방에 되도록 균등하게 배분하여 국회의원들의 지방색을 최대한 탈색시키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지혜를 모으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현재의 정치지형과 촛불의 대안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현실 가능성이 없으면 공염불이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지형은 의외로 개헌에 찬성하는 세력이 많을 것 같이 보인다. MB가 개헌에 찬성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촛불의 힘이 더욱 강해지고 이에 밀린다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4.19 때도 6.10항쟁 시에도 그런 전례가 있다.

 

MB가 개헌을 거부하면 국민의 요구를 받드는 형식으로 현행 헌법 규정에 따라 국회의원 2/3 이상 발의로 개헌안을 발의하도록 촛불 대중이 요구하여 관철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촛불이 더욱 위세를 발휘하면 현 국회와 시민대표들이 개헌국민회의를 구성하고 그 결의에 따라, 현 국회가 개헌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킬 가능성은 열려있고, 과거의 전례도 있다.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고 국회의원들에게 국무출리와 내각구성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라면 현재의 18대 국회의원들도 동참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 계열 정치세력 안에서도 친박연대 등 비주류는 내각책임제를 자기들의 권력 장악의 기회를 넓히는 것으로 보고 내각제 개헌에 찬성할 가능성도 있다. 권력에서 거의 소외된 야3당들은 물론 내각제 개헌에 찬성할 것이다.

 

위와 같은 분석은 현정세가 내각제 개헌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통령의 권한을 그대로 놓아 둔 상태에서 내각총사퇴와 내각의 전면 개편을 요구한 범여권3당의 요구는 촛불로 타오르는 민의에게 지극히 함량미달이다. 촛불이 일치단결해서 보다 철저한 국정쇄신을 밀어붙이고 있는 현 상황 아래서는 특단의 조치로써 위기를 모면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실현하려는 의지와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현 범여권이 주장하는 내각총사퇴가 실현된다 한들 대통령책임제이기에 MB가 ‘그 사람이 그 사람’인 면면으로 새 내각을 구성하면 촛불집회에 집결된 들끓는 민의는 또다시 배반을 당하면서 곪아 터질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대중이 촛불집회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MB 주변의 모사꾼들은 촛불집회의 이런 약점을 잘 알고 있다. 촛불의 기가 꺾이는 것만 기다리는 전술로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불순세력의 배후 조종 물증을 억지로 찾아내고 이를 미끼로 촛불집회의 위력을 일거에 잠재울 가능성도 없지 않다. 보다 큰 유혈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도 이 점에 고민이 있을 것이다. 촛불집회가 지속되고, 사회가 계속 불안해지면, 생활안정을 우선시하는 민심이 등을 돌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촛불 세력들은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확실한 평화적 시국대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관철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촛불의 위력을 현실정치에 반영시킬 수 있다. 슬기롭고 지혜로운 판단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평화만들기', '한림온라인' , ''통일뉴스' '참말로' 등에도 송고합니다.

2008.06.02 08:32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평화만들기', '한림온라인' , ''통일뉴스' '참말로' 등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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