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는 왜 고양이를 두려워할까?

‘고양이 공포증’에 시달린 독재자와 ‘검은 고양이’의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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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석(gseog)등록 2008.06.06 05:55
온 나라에 쥐잡기 소동이 벌어졌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선 시민들의 구호는 셋으로 압축된다. "쥐 를 잡 자, 쥐 를 잡 자!" "이 명 박 은, 물 러 나 라!" "쥐 새 끼 를, 때 려 잡 자!" 반면에 이제, 고 시 철 회, 협 상 무 효”라는 구호는 사라져 가는 추세에 있다.

대통령을 ‘쥐’에 빗대어 말하는 것에 대해 초기에는 네티즌들 사이에도 찬반이 있었다. 아무리 싫더라도 외모를 가지고 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대 측에서는, 외모도 음흉하거니와 그보다는 하는 짓마다 정도를 걷지 않고 쥐구멍만 넘나드는 소인배 같아서라고 반박한다. 그러다가 농심의 생쥐깡 사건을 전후한 시기에 ‘대통령=쥐새끼’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다. 초기의 ‘맹바기’ ‘땅바기’라는 ‘애칭’도 이시기에 ‘쥐바기’ 또는 '미키 멍박'으로 바뀌었다.

정부 여당에서도 이를 의식한 듯, 포털사이트 <다음>의 댓글에 ‘쥐새끼’라는 단어는 입력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경찰청, 맥도널드, 한나라당 등의 홈페이지를 해킹하여 쥐잡기에 나섰다. 특히 한나라당 홈피는 여러 마리의 고양이의 습격으로 다운되고 말았다.

독재자의 ‘고양이 공포증’ - 블론디 vs 넬슨

독재자와 고양이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고양이는 예부터 영적인 능력을 가진 동물로 알려져 왔다. 그래서 점성술사나 예언가들은 늘 수정구슬과 함께 고양이를 품에 안고 등장한다. 또 고양이는 복수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학대하는 주인에게는 반드시 앙갚음을 하고야 만다.

나폴레옹은 아일루로포비아(illurophobia: 고양이 공포증)에 시달린 것으로 유명하다. 민중의 손에 참살된 독재자 무솔리니도 고양이를 아주 싫어했다. 한편, 레닌은 늘 고양이를 무릎 위에 앉혀 쓰다듬으며 토론하였으나, 독재자 스탈린은 개를 좋아했다. 히틀러 역시 ‘블론디’란 이름의 독일산 셰퍼드를 늘 가까이 하였다. 히틀러가 런던 공습을 감행할 때, 처칠은 흔들리는 테이블 위에서 ‘넬슨’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넬슨은 처칠의 애완 고양이다.

왜 독재자는 고양이를 싫어할까? 처칠은 이렇게 답한다. “개는 우리를 올려다보지만, 고양이는 내려다본다.” 충견처럼 복종하지 않고 늘 위에서 감시하는 듯한 고양이의 번뜩이는 눈빛이 독재자는 싫었던 것이다.

독재자의 범죄심리 - 에드거 앨런 포 <블랙 캐츠>

애드거 앨런 포의 <블랙 캐츠>(1843년)는 또 다른 답을 준다. 주인공은 ‘플루토’(Pluto: 冥界의 왕)’라는 이름의 검은 고양이를 기르고 있었다. 술버릇이 나쁜 그는 발작적으로 그 고양이의 한쪽 눈을 도려내고, 며칠 후에는 나무에 매달아 죽여 버린다. 그는 양심의 가책 때문에 다른 애꾸눈의 검은 고양이를 기르지만, 목의 흰 반점이 차차 교수대를 연상하게 한다. 그것이 보기 싫어 고양이를 죽이려 드나, 실수로 자신의 아내를 죽여 버린다. 부인의 시체를 지하실 벽 속에 숨기는데, 모르고 고양이도 함께 넣고 벽을 바른다. 마침내 고양이의 비명으로 그의 범죄가 발각되고 만다.

이 작품은 인간의 병적인 범죄심리를 묘사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한국현대사의 아픔으로 다가온다. ‘검은 고양이’는 곧, 독재자의 최루탄이 눈알에 박혀 죽어간 17살의 김주열 군이 아니겠는가! 독재자의 만행을 세상에 알려 뜨거운 6월의 불을 지핀 이한열, 박종철 열사가 아니겠는가! 

다시 6월을 맞아, 평화적인 시위를 견지하는 시민들에게 이명박 정권은 유혈진압으로 맞서고 있다. ‘미친소 협상’ 이후 벌써 세 사람의 축산농이 목숨을 끊었다. 두 사람의 시민이 분신을 시도해 죽음의 문턱에 서 있다. 언론 길들이기도 모자라 이제는, 국민들을 군화발로 짓밟고, 물대포로 고막을 찢고 실명의 위기로 내몰고 있다.

적묘청묘 -  아일루로포비아를 극복하는 방법

사태가 이 지경인데 정부는 언제까지 고양이를 죽이고 멀리하기만 할 것인가? 아일루로포비아(고양이 공포증)을 극복하는 해법으로, ‘적묘청묘’(赤猫靑猫)론을 권한다. 사이비 실용주의를 당장 치우고, 떵샤오핑(鄧小平)에게 배워라. 그가 사회주의 중국에서 흑묘백묘론을 주창하는 것은 목숨을 건 투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나라 위해 목숨까지 요구하진 않겠다. 사이비 말고 진짜 실용을 하면 모든 것은 다 해결된다.

실용주의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사상해방. 빨간 고양이를 찾아 언제까지 이념 투쟁을 할 것인가? 설혹 좌빨이 존재하더라도 끌어안아라. 그 것이 실용의 첫 번째다. 둘째, 실사구시. 거짓말 좀 하지 마라. 잘못된 협정은 잘못된 것이다. 무조건 파기하여 2007년 상태로 되돌리고 미국이 재협상을 원한다면 그때 응해 주면 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관련기사 <투우사여, 미친소의 심장을 겨눠라! - 빨간 색 천을 향해 달려드는 미친소 매카시즘의 메커니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914448&PAGE_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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