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평상시 같지 않았습니다. 콜라와 커피 그리고 아드레날린(흥분됨)으로 겨우 버티며, 저의 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지난 36시간 동안 3시간 반을 채 못자고 이번 취재에 임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희는 광범위한 지역을 다뤘고, 이곳 시간 새벽 3시의 방송을 멈추지 않고 진행하려 무진장 애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전 아주 솔직히 말해서 눈만이라도 감기지 않기 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적어도 내일 반이면 공군 기지 내 침낭에서 잠을 잘 수는 있을 테니까요.
(6월 12일, NBC Nightline의 진행자인 Brian Williams 블로그에서)
아프간 전쟁이 쉽지 이라크를 닮아가고 있다는 미국 내 진단에 따라, 위기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다양한 접근과 노력을 진행 중이다. 미국 언론도 아프간의 중요성이 파키스탄과 중앙 아시아의 상황과 맞물려, 이란-이라크 못지 않게 중요해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NBC 간판 앵커인 “브라이언 윌리암스”가 현지시각 새벽 3시를 알리며 검게 그을린 얼굴로 TV화면에 나타나자, 그의 블로그엔 찬사를 넘어 한결같이 그에게 “아주 많이 감사하다”는 답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번 ‘광우병 사태’에서 난 개인적으로 MBC에게 “아주 많이 감사한다”. MBC는 광우병의 위험에 대해 본격적으로 그리고 심각하게 접근한 첫 공중파 방송이었고, 그 이후로 MBC의 9시 뉴스에서는 끈질기게 후속보도를 내 보냈었다.
아마도 MBC의 이런 보도(특히, PD수첩의 첫 방송)가 없었다면, 지금의 ‘광우병 정국’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을지 모른다. 30개월 이상 소고기가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그대로 수입되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쯤 우리 식탁에 30개월 넘는 소고기를 올려 놓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끔찍하지 않은가?
개인 미디어가 놀라운 속도와 영향력으로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언론매체의 존재감은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다. 특히, 정보의 접근력이나 전문성 그리고 신뢰도 면에서 상대적 우위가 아직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그렇다.
오히려 개인 미디어를 비롯해 첨단 기술에 기반 한 매체들이 주로 각종 이슈를 능동적이고 엄청난 양으로 생산하고, 기존 메이저 언론들은 심층 분석과 검증 그리고 평가를 담당하는 역할로 방향이 재편되어 강화될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
또 한편으론 기존 미디어가 방향을 잘못 잡았을 때, 이를 매섭게 바로 잡는 견제자의 역할도 새로운 미디어들이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때문에 중요한 보도를 놓칠 경우, 새로운 미디어들은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런 행태를 보인 메이저 언론은 새로운 미디어에 의해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리고 이건 벌써 현실이 되었다.
언론은 이제 기존 언론이든, 새로운 매체이든 점잔 빼고 누군가를 계몽하듯 접근하던 시절은 끝났다. (비유로 말하자면)잠을 못자는 것은 기본이고, 생명을 담보로 진실을 밝힐 각오와 사명 없이는 함부로 덤벼들어서는 안 될 ‘성스러운 일(?!)’이 되었다.
오늘 NBC Nightline 보도를 보면서 미국의 현실과 과제를 알리기 위해서라면 수면부족은 물론이고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는 탈레반의 공격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에 뛰어드는 언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칸다하르(아프간에서 현재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된 곳)”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기 전에 현지인들에게 기자가 이렇게 묻는다.
“이곳에 들어가면 난 어떻게 될까요?”
이에 대한 현지인의 답변은 ‘기자의 목을 향해 칼로 베는 시늉’을 하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화면을 통해서 보는 나조차도 모골이 서늘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 기자는 칸다하르 방향 고속도로를 달리며 아프간 현지의 치안과 상황을 알린다 (사실 위험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사안과 연결되어 설명하지 않은 이유가 하나 더 있긴 하다).
그리고 다시 한국의 방송과, 특히 MBC를 떠올린다. 미국의 NBC 못지 않은 활약과 용기 있는 보도가 이번 ‘광우병 정국’에서 있었다고 평가한다. 그럼 만족할 만한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을 필요로 한다.
질문을 바꿔보자. 이젠 “한국의 방송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MBC 9시 뉴스 앵커는 짐을 싸고 캔사스의 소 똥 냄새 지독한 어는 농장에서 보도를 준비해야 한다. 검역소를 여기저기 들쑤시며 한국 시청자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미국 농무부와 소위 쇠고기 벨트 출신 상하 의원들과 인터뷰해야 한다. 그들의 속내와 입장을 우리의 시각으로 들어야 한다.
광우병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을 내 놓으면 그 사람이 미국의 고위 정치인이라 할지라도 한국 언론으로써 의문을 강력하고도 남김 없이 제기해야 한다. 그 장면도 역시 한국에서 스크린으로 생생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이젠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다시 한번 말한다. 이번 광우병 사태를 통해 MBC를 비롯한 공중파에 아주 많이 감사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방송들의 역할은 정말 중요했고, 훌륭했다. 물론 주도한 매체는 새로운 것이었다는 평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젠 더 나가야 한다.
캔사스나 텍사스의 농장에 있어야 한다. 검역 과정을 치밀하게 추적해야 한다. 정치인들과 만나야 한다. 한국 협상단이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도 관찰해야 한다. 이제 주요 언론들이 아직 새로운 매체들이 할 수 없는 영역에서 몸을 던져야 한다.
국회 의원들을 추궁해야 한다. 우리나라 법 체계를 물고 늘어져서 개정과 보완의 필요성을 알려야 한다. 새로운 미디어에 생존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자문해 보아야만 한다.
“Sustained only by Coke, coffee and adrenaline, 콜라와 커피 그리고 (진실을 알릴 수 있다는) 흥분된 감정으로 겨우 버티면서…”
오늘 이 말이 너무 멋지게 다가온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본인의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krakory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6.13 18: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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