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촛불집회 - 보수단체의 반란

유인물 찢고 시비 걸고 욕하고... 울려퍼진 '비폭력'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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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민(bagoomy)등록 2008.06.17 09:53
6월 10일. 사전에 촛불집회 장소로 예고된 시청앞 광장에서는 보수단체의 집회가 열렸다. 뉴라이트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의 집회에서는 태극기가 출렁였고, 간간이 찬송가도 울려퍼졌다. 충돌의 우려로 장소가 청계광장으로 변경되었고 촛불을 든 시민들은 발걸음을 옮겼다.

시청역 5번 출구 옆에는 사회당(http://sp.or.kr) 천막 앞에 가판이 설치되어 있었고, 나도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함께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우리가 제작한 손피켓의 '이명박, 넌 아무것도 하지마'라는 문구가 많은 시민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었다.

(보수 단체 회원으로 보이는) 시민 한 명이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아니, 한 나라의 대통령이면 옛날로 치면 임금이고, 가정으로 치면 아버지 격인데 기껏 뽑아놓고 아무 것도 하지말라는 게 무슨 소리야?"
처음엔 무대응으로 일관했더니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가판을 어지럽혀 놓았다. 주변 시민들이 둥글게 모여들었다. 우리 당원도 화가 나서 한마디 했다.

"아버지 모욕하지 마쇼. 어느 집에서 5년마다 한번씩 아버지를 바꿉니까?"
시비를 걸던 노인은 어느새 사라지는가 싶더니 몇분 뒤에 다른 분이 와서 똑같은 논리를 폈다. 몰려든 사람끼리 시비가 붙었다. 큰소리로 욕을 하며 적반하장이다.

어디선가 "비폭력"이라는 단어의 뇌까림이 들렸다. 모두 합창하듯 외쳤다.
"비폭력, 비폭력, 비폭력..."

여기서 사건이 마무리 지어지나 싶었는데 보수단체 집회가 마무리 될 즈음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사회당 가판 주변을 왔다갔다 하며 손피켓을 뭉텅이로 집어갔다. '여럿이서 쓰시나보다' 했더니, 그걸 찢으며 지하철 입구에 뿌리고 있었다. 분명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려는 행동임이 보였다. 말려들 수는 없었다. 화난 시민들을 달래고 손피켓을 숨겨두고 한 장씩만 나눠주었다. 계속 여럿의 노인들이 와서 가판을 가리고 욕을 해댔지만 우리는 그저 웃으며, "예, 알겠습니다. 어르신. 집에 조심해서 들어가세요."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큰 충돌 없이 유인물 배포가 끝나서 행진하는 본대오에 합류했다.

덧붙이는 글 너무 바빠서 이제야 사진 올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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