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수업은 안되고, 6.25 홍보 만화는 된다?

6.15와 6.25에 대한 교육 당국의 이중본색

검토 완료

김행수(hs1578)등록 2008.06.18 19:05

대한민국 대통령이 합의한 6.15 공동수업은 안 된다?

며칠 전 6월 15일은 이 남북 최고 지도자들의 정상회담에 이은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 8주년이었다. 현 MB 정부가 6.15 공동선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가운데 해마다 계속되던 교사들의 6.15 공동수업이 예고되었다.

 

이에 서울교육청은 6.15 공동 수업을 문제삼고 나왔다. 직접적으로 하지 말라는 금지 공문은 아니지만 사실상 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6월 8일 각 학교로 내려보낸 것이다.

서울교육청의 6.15 공동수업을 사실상 금지시키는 공문 ⓒ 김행수

6.15 공동선언에 대한 계기 수업을 하려면 “학교교육과정위원회와 학교운영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치고, 학년 및 교과 협의회를 거쳐서 교수 학습 과정안 및 수업 자료를 만들고, 학교장의 승인을 득한 후에, 학교장의 수업 장학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사회 수업 한 시간 하는데 영어, 수학, 과학, 기술가정, 예체능 과목의 교사로 이루어진 학교교육과정 위원회에서 심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적인가?

 

수업 한 시간을 위해 학부모, 교사, 지역위원으로 이루어진 학교운영위원회를 소집하여 사전 심의 해야 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한 것인가?

 

수업 한 시간을 위해 그 수업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전 학년 담임들과 교과 교사들을 모아놓고 수업 지도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정상적인가? 그리고, 전공도 아닌 교장에게 수업 자료를 일일이 승인받고 교장이 교실에 들어와서 수업 장학을 하는 것은 교육적인가?

 

학교운영위원회가 계기수업 한 시간을 위해 소집될 리도 없고, 교과협의회가 열리지도 않는다. 학교장이 이를 동의해 줄 리도 없고, 학교장이 수업에 들어와서 감독을 하는데 수업을 하는 장면도 상상이 어렵다. 이 과정을 거쳐서 수업을 하라고 하면 어느 교사도 수업을 할 수가 없고, 이렇게 계기 수업을 하는 학교는 한 학교도 없을 것이다. 결국 이 지침은 사실상 6.15 공동선언에 대한 계기수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재향군인회의 오류 투성이 6.25 홍보만화

6.15 공동선언에 관한 계기 수업에는 이렇게 민감한 교육당국이 6.25 한국 전쟁에 대해서는 너무나 관대하다. 6.25 전쟁 기념일을 앞두고 지금 각 학교에는 재향군인회에서 만들었다는 ‘온가족이 함께 보는 6.25 전쟁 바로 알리기’라는 만화가 배포되고 있다.

 

기본적인 시각이 남북 화해 시대가 아니라 냉전시대의 대결 의식에 기본을 두고 있다는 문제뿐 아니라 욕설이 난무하는 것도 문제이다. 가장 큰 문제는 냉전시대 대결의식을 부추기다 보니 기본적인 역사 관계 조차도 엉터리가 많다는 점이다. (하단 박스기사 참조)

 

고종이 1905년 을사늑약을 조인했다고 기술하고, 3.1 운동과 33인의 민족대표에 대해서도 명백하게 잘못된 기술을 하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명예훼복에 나선 제주 4.3 사건과 여순 사건을 북한의 인민해방군이 일으킨 난동이라고 하고,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사실 관계를 잘못 기술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뜨린 핵무기에 대해서 아이들의 입을 통하여 “한방에 박살났네” 또는 “천벌을 받는구나!” 등으로 표현하여 생명의 가치를 무시하고 있는 것 또한 문제이다. 전쟁을 일으킨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잘못이지만 히로시마에서 핵폭탄에 맞아 죽은 34만의 일본인들이나 조선인들에게 천벌을 받았다고 할 수는 없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욕설이나 비속어 역시 학생들에게는 가려서 사용해야 할 것들이다.

 

뿐만 아니라 이책은 우리 대통령이 서명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 마저도 부정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당국은 객관적 역사 관계도 오류 투성이에, 70년대의 냉전 의식에 바탕을 두고 있고, 비교육적인 표현까지 난무하는 재향군인회의 6.25 만화에 대해서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고 그냥 학교에서 배포되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

 

교육적이지도, 공평하지도 못한 교육당국의 6.15와 6.25에 대한 이중잣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서명하고 남북이 공인한 6.15 공동선언에 대한 계기수업이나 자료 배포에 대해서는 사실상 금지시키고 있는 교육 당국이 역사적 오류와 선입견으로 가득찬 재향군인회의 6.25 홍보 만화의 학교 배포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교장들은 이를 적극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가지 자료의 차이점은 어느 정부와 관련된 것이냐는 것과 어느 집단에서 시행하는 것이냐 하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 정부가 한 것이면 부정적인 것이고 현 정부의 시각이면 옳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전교조가 하면 잘못이고 재향군인회가 하는 것이면 옳은 것이라는 시각 역시 잘못된 선입견이다.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교육의 본연이다. 6.15 공동선언이든, 6.25 한국 전쟁에 관한 것이든 교육의 근본은 여기에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느 정부가 하는 일이냐에 따라서 달라지고, 어느 조직이 하는 것이냐에 따라서 달라진다면 이는 교육적이지도 않고 공평하지도 않은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잣대가 현재 6.15 계기수업과 6.25 홍보만화에 대한 교육 당국의 일관성 없는 대응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교육 당국의 각성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6.15 계기수업에 대한 금지 공문은 철회하고 6.25 홍보만화는 수거부터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재향군인회의 <6.25 전쟁 바로 알리기>의 역사적 오류

 

-과연 초등학교 선생님이 6.15를 북침이라고 가르치는 교사가 있나?

첫 시작이 ‘초등학교 학생에게 선생님이 “6.25는 대한민국이 먼저 북쪽으로 쳐들어가서 일어난 전쟁이고, 미국은 우리 나라를 도와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통일을 방해했다.”는 내용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제향군인회는 이런 선생님이 정말 있으면 제발 국가정보원이나 경찰, 그것도 아니면 교육부에라도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종이 정말 을사늑약에 서명했나?

통설은 고종 황제가 을사늑약에 조인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 만화에서는 “힘이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구나.”라면서 조정대신들의 강요에 의하여 조인했다고 쓰고 있다.

 

-민족대표 33인은 3.1운동 시에 파고다 공원에 가지도 않았다?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인 3.1 운동 시 파고다 공원에서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서를 제창하였다고 기술하고 있으나 사실은 민족대표 33인은 파고다 공원에 나타나지도 않았고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대한독립만세를 제창하였다. 이 시각 민족대표 33인은 태화관이라는 음식점에 모여 있다가 아무 저항없이 일본 경찰에 잡혀갔다.

 

-대한민국 정부가 인정한 4.3과 여순 사건에 대한 왜곡

이 책은 “북한이 남쪽에 비밀리에 조직한 인민해방군이 저지른 대표적인 두 가지 사건이 제주 4.3 사건과 여순 10.19 사건”이라고 기술하고 있는데 이는 제주도민과 전남도민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다. 이미 대한민국 정부는 해방공간에서 일어났던 4.3 사건 등에 대해서 기존의 공산당의 사주에 의한 폭동이라는 잘못된 규정에 대해서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고 특별법을 통하여 명예 회복을 해준 상황이다.

 

-마음에 안 들지만..... 소련의 대일 선전포고에 대한 부정적 기술

소련이 가만 있다가 원자폭탄으로 일제가 망하는 것이 확실해지자 세계 공산화를 위하여 뒤늦게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고 만주와 한반도로 진격하였다고 쓰고 있다. 소련은 2차 대전에서 연합국의 일원으로 유럽전선에서 독일과 가장 열심히 싸운 나라 중의 하나로 가장 많은 국민들이 목숨을 잃은 국가이고, 가장 많은 경제적 피해를 본 나라라는 객관적인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소련이 뒤늦게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고 아시아 전선에 투입된 것 역시 유럽전선에서 독일, 이탈리아와의 전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소련이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런 객관적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밉지만..... 북한의 핵개발 시기는 6.25 직후?

전쟁에 끝나자 말자 김일성은 “핵무기를 개발하자. 그러면 미국놈들도 꼼짝 못하겠지.”라고 하여 핵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당시에는 전세계에서 미국만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었으며 소련도, 중국도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시기였는데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김일성과 그의 핵무기 개발이 아무리 미워도 객관적인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교육적이지 못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중의소리에도 송고하였습니다.

2008.06.18 18:52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중의소리에도 송고하였습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