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노동자의 파업은 진행 중

교섭은 뒷전, 불법개조차를 동원해서 물량반출까지....

검토 완료

오민택(dbrdlfdh)등록 2008.06.22 06:54
전국운수노조 화물연대 본부의 총파업 철회가 결정된 지 2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파업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화물노동자들이 있다.

 

광주광역시 소재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완성차를 운송하는 광주지부 1지회의 카캐리어 노동자들이다. 총파업에 돌입했던 지난 13일 보다 하루 빠른 12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카캐리어 노동자들의 요구는 과연 무엇이길래 본부에서도 철회한 파업을 지회에서 이어가는 것일까.

 

화물연대 천막농성장 광주시 서구 기아로의 인도에 설치한 화물연대 광주지부 1지회의 농성장, 담벼락 너머는 기아차 노동조합이다. 화물연대의 파업농성에 큰 보탬을 주고 있다. ⓒ 오창두

파업 10일째를 맞지만 파업대오에서 이탈하는 노동자는 하나도 없을 정도로 파업투쟁의 대오는 강고하기만 하다.

 

광주공장에는 79대의 카캐리어가 운송을 맡고 있고, 화물연대 조합원은 69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화물연대에 가입하지 않은 탁송회사의 직송노동자들도 회사의 무책임한 대응에 배신감을 느껴 전원이 파업대오에 결합을 해서, 현재 1일 평균 99%의 참가율을 보이고 있다. 나머지 1%도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노동자라고 하니, 가히 100% 참여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무엇이 화물노동자들을 이렇게도 강하게 만들었을까.

 

우선, 광주공장 카캐리어 노동자들에게 운송이 맡겨지기까지는 화주(기아차)  > 주선사(글로비스) > 탁송사 (5개업체)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주선사에 수수료를 10%, 탁송사에 10~20%를 제하고 남은 것이 카캐리어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수입이다. 하부 단위로 내려올수록 운송료나, 계약에 대한 결정권이 약해진다는 것을 생각할 때, 마땅히 화물노동자들의 요구 대상은 화주인 기아차와 주선사인 글로비스가 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글로비스는 탁송사에 책임을 넘기며 교섭에 응하지 않을뿐더러 불법행위까지 저지르고 있다.

 

겉으로는 대화를 하는 척 하면서, 뒤로는 불법개조한 5톤 카캐리어에 완성차를 실어 내보내는 일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1지회에서는 “합법적인 틀에서 반출을 하는 것을 누가 막는가?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불법으로 개조한 차에 과적해서 운송을 하다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불법개조차에 실려 운송을 시도하는 것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10명의 조합원이 연행이 됐고, 6시간 동안의 농성을 통해 전원이 복귀했다.

 

멈춰선 카캐리어 다닥다닥 붙은 카캐리어에서 강고한 파업대오를 엿볼 수 있다. 서로 자리를 지키겠다는 결의로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붙여서 주차를 했다고 한다. ⓒ 오창두

1지회 김재식 총무차장은 말한다.

 

“우리가 무리한 것을 요구합니까? 생각해보십시오. 수수료로 많게는 30%까지 떼입니다. 게다가 기름값은 숨도 못 쉬게 올랐어요. 광주에서 목포까지 왕복을 3회 하면 딱 2만 원이 남습니다. 심지어는 경산을 가는 것을 거려하는데요, 그 이유는 경산엘 다녀오면 갈 때는 화물을 싣고 가지만 올 때는 거의 빈차로 옵니다. 그러면 오히려 165,000원이 마이너스에요.”

 

카캐리어 노동자들이 속한 1지회는 화주인 기아차와 주선사인 글로비스와의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적자운행이라도 하지 않으면, 그나마 나머지 구간의 화물도 떼이는 판이라 울며겨자먹기로 하는 상황이다. 이 모든 것이 주선사에서 탁송사에게 일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화물노동자들은 파업이 장기화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글로비스에서는 ‘타 지역의 카캐리어를 동원해서 물량을 반출하려고 한다’며, ‘교섭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개탄의 소리를 높인다.

 

세상이여 우리는 달리고 싶다. 카캐리어에 번호판이 걸려 있다. 파업투쟁을 승리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실제 번호판이 없으면 운행을 하지 못한다. ⓒ 오창두

화물노동자들의 요구는 너무도 현실적이다. 3년 동안 단 한 번도 인상되지 않은 운송료를 현실화하는 것, 그리고 유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할 겁니다. 지금까지 하루 6시간 자며 운전했어요. 목포항에 가면 시간에 쫓겨서 뛰어야 했습니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서 소변기를 가지고 다닐 정도에요. 이렇게 열악하게 일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존의 문제가 됐습니다.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모두 굶어 죽을 판입니다. 끝장을 보고야 말겠습니다.”

 

김재식 총무차장은 잠깐의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곧 촛불집회장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화물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생존의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화주인 기아차와 주선사인 글로비스는 더 이상 탁송사에 책임을 넘기면서 파국으로 몰아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08.06.22 06:56 ⓒ 2008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