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쇠고기, 미국의 이라크에서 교훈을 얻어라

다르지만 너무나 닮은 한국과 미국의 골치 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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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진(gragory)등록 2008.06.24 08:47

이것에 관해 이제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유익할 듯하다. (6월 18일, 프리드먼, 뉴욕타임즈)

 

6월 21일 토요일, 쇠고기 수입에 대한 한미간 추가협상 내용이 발표됐다. 이를 지켜본 일개 블로거의 결론은 뉴욕타임즈의 “토마스 프리드먼”이 이라크 전쟁을 통해 지켜본 부시 행정부 7년 집권의 미국과 한국이 같은 처지에 놓였다는 평을 할 수 밖에 없어졌다는 것이다.

 

미국에 ‘이라크’가 있다면, 한국엔 ‘쇠고기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이라크 전쟁이 종결되면 모든 문제는 손쉽게 해결될 것이라 여겨졌지만, 이라크 문제는 지난 부시 행정부 7년간 미국과 미 국민들의 발목을 점점 더 쓰라리게 잡아오고 있다.

 

반면 한국은 미국과의 이번 쇠고기 추가협상으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길 현정부와 관료들은 희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지금 보는 한국의 미래는, 7년간 수십 조를 쏟아 붙고도 끝이 보이지 않는 현재 미국의 이라크가 보일 뿐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미국은 ‘2009년 1월 20일’이면 새로운 리더가 새로운 해법으로 새로운 접근을 통해 해결에 대한 기대를 품을 수 있다는 것이고, 한국은 ‘2013년 2월 말’까지는 해결을 끝을 알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쇠고기 문제’는 촉매가 되어 현정부 정책의 거의 모든 영역에 대해 불신과 저항의 씨앗을 심어 놓고 말았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미국의 교훈을 통해, 앞으로 험난한 여정을 기다리는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는 것은 지금 이 시점에서 의미가 있으리라 믿는다.

 

3개의 등불

 

결론적으로, 이라크에서 다음에 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가 – 어떻게 그리고 왜 – 라는 주제로 토론하는 것은 기껏해야 대통령 선거 운동에서나 들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유는 이런 주제가 현실적으로 아주 어려운 요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이는 충돌하는 3가지 정치적 실체들을 아우를 것을 요구할 것이다.

(6월 18일, 프리드먼, 뉴욕타임즈)

 

현재 미국은 이라크에서 ‘철군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이라크에서 미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what we do next in Iraq)?’이다. 이런 논의의 밑바탕에서 출발해야 철군이든 주둔이든 올바른 방향이 세워질 수 있지만, 너무나 첨예한 정치적 실체들이 이를 어렵게 한다고 프리드먼은 보고 있다.

 

프리드먼은 이 ‘3가지 정치적 실체’를 이렇게 분석하고 있다.

 

첫번째 정치적 실체는 ‘미국 대중의 정서’다. 막대한 전쟁비용과 질질 끌고 있다는 지겨움, 여기에 더해져 계속되는 미국과 이라크 시민의 희생 소식은 대부분의 미국인들을 이라크 전쟁에 적어도 정서적으로는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미 국민들은 이제 인내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 참지 못하겠다는 것.

 

둘째는 ‘이라크 상황’이라는 실체다. 이는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맥케인이 미군 주둔을 강력히 주장하는 근거다. 실제로 이라크의 상황은 최근 들어 의미 있는 안정을 보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라크군의 치안유지 임무도 점점 나아져 가고 있다.

 

셋째는 ‘분파주의 이라크’라는 실체다. 바그다드에서는 아직도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꼴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한다. 시아파에 대한 수니파, 수니파에 대한 시아파의 보복의 악순환이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각 정파를 대표하는 정당들은 미래 이라크의 안정을 담보할 어떤 정치적 타협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 등은 미국이 속히 철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3가지 정치적 실체’들은 “미국이 이라크 정책은 이렇게 저렇게 수립해야만 한다”고 정책 입안자들 얼굴에 들이대고 소리치고 있다. 나름 각기 설득력을 갖고는 있지만, 타협을 모르는 이들 입장은 미국의 리더들이 정작 핵심적 논의와 행동을 머뭇거리게 만들고 있다.

 

‘3개의 등불’이 갈 길을 혼란스럽게 비추고 있다.

 

발상의 전환,  장기적 안목 그리고 비전

 

그러나 이라크를 향해 발상의 전환을 이루는 시선과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면 이 또한 커다란 실수가 될 것이다. 즉 “이라크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용납할 수준의 비용에서 되살려낼 수 있을까? – 그 ‘무언가’는 이라크에서의 성과가 미국의 이익에 아직 부합할 수 있을까? 이라크 사람들이 옳은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곳에 장기적으로 궁극적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할 열린 사회의 씨앗을 심을 수도 있을까?”라는 질문과 시선으로 발상을 전환해야만 한다.

(6월 18일, 프리드먼, 뉴욕타임즈)

 

프리드먼이 이런 주장을 하는 데에는 특별한 배경이 있다. 새로운 책을 집필하기 위해 거의 일년간 타임즈를 떠나 있던 그가 돌아와 컬럼을 기고하면서 그가 집중적으로 다룬 주제는 ‘민주주의’와 ‘개방사회’ 였다.

 

특히, 그는 ‘아랍-이슬람’ 사회에 집중했다. 심각하게 폐쇄된 중동사회가 예를 들면 “과연 여성에게 자유와 기회를 줄 수 있는 민주주의와 개방사회로의 이행 가능성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끊임없이 해답을 얻으려 했다.

 

예를 들어 “Obama on the Nile”이란 제목의 6월 11일자 컬럼의 경우,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가 중동 국가들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분석했었다. 이 컬럼에서 중동 국가들, 특히 “이집트에서도 ‘이집트판 오바마’가 나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콥트파 기독교인(이집트 인구에 약 15%정도 되는 것으로 평가한다)이, 여성이, 시아파 이슬람 교도가 이집트 주요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도발적 질문을 던졌다. 이를 통해 과연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사회의 민주주의와 개방사회 가능성이 있는지를 점검했었다.

 

‘이라크’ 역시 프리드먼은 ‘이라크와 석유 그리고 미국’에 한정해 사고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그의 컬럼에 높은 가치를 두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역사의 현장에서 진정한 역사의 흐름과 미래를 전체적으로 통찰하려는 몇 안 되는 언론인이다. 비록 그의 의견이 옳은지 그른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라크’를 중동사회가 ‘민주주의와 개방사회’라는 도전에 직면하도록 유도하고 설득하는 통로로 미국이 ‘전혀 다른 발상’의 정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석유와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구시대적 발상을 집어치우고 정작 중요한 ‘장기적 안목’으로 이라크를 다시 들여다보라고 충고하고 있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쇠고기 문제, 이라크를 보라!

 

이번 추가협상을 통해 실질적으로 미국산 쇠고기는 곧 수입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한국에도 ‘3가지 정치적 실체’가 스스로의 불빛을 들이대고 있다는 진실이 드러났다.

 

첫째 실체는 깨어나기 시작한 ‘대중의 역동성’이다. 이번 촛불집회를 주도한 자발적이고 역동적인 일반 대중들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정부정책을 좌절 시키고 성급하게 결정하지 못하도록 힘을 발휘했다.

 

둘째는 ‘무능한 자유주의 정치 세력들’이다. 현재 야당들과 스스로를 진보진영 혹은 개혁적 세력이라고 지칭하는 정치 집단들이다. 이들은 이번 쇠고기 파동에서 어떤 생산적인 역할도 정책적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셋째는 ‘부패한 얼치기 보수주의자들’이다. 부패하고 무능함을 숨기기 위해 보수주의라는 이념을 지나치게 신봉하기 시작한 세력들이 만만치 않게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이번 쇠고기 파동을 통해서 분명히 드러났다.

 

미국이 ‘3가지 정치적 실체들’ 앞에서 이라크의 진짜 중요한 핵심을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대중’의 정당한 요구를 ‘야당’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고 여기에 ‘얼치기 보수주의자들’이 반대와 훼방을 놓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해결의 실마리는 없는 것인가?

 

프리드먼이 ‘이라크’ 문제에 발상의 전환을 주문하듯, 한국의 ‘쇠고기’ 문제도 신선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쇠고기’가 한국 민주주의, 더 나아가 ‘동아시아’ 민주주의와 개방사회로의 진행과정에서 결정적 통로와 모범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오히려 이런 시각과 자문이 쇠고기 문제를 푸는 결정적 열쇠와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상호 이익과 존중에 기반한 21세기식 한-미 동맹, 실생활 밀착의 민주주의, 진정한 번영의 체질 강화 등이 이번 쇠고기 문제를 통해 한국이 중국, 일본 등에 보여줄 수 있는 도전이다. 마치 이라크가 중동사회에 던지는 질문처럼 말이다.

 

진짜 대화를 시작할 때

 

“이라크에 대해선,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진정으로 철군을 원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아직 이라크를 포기하고 싶어하지도 않습니다.” 마이클 만델바움의 주장이다. 그는 “민주주의의 선한 이름”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라크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런 투쟁적 분위기와 경향들을 파악하는 일들은 후임 대통령이 전임자로부터 넘겨 받은 역사상 가장 고통스러운 도전 중 하나가 될 것이다.

(6월 18일, 프리드먼, 뉴욕타임즈)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조금이라도 찜찜한 쇠고기가 수입되는 걸 결코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과의 동맹이 유지되는 것도 원한다.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저질의 협상이 오히려 미국과 한국의 동맹을 위기에 몰아넣었다는 측면만 보면, 논리적으론 이번 쇠고기 협상의 주역들이 ‘진짜 빨갱이’일지 모른다.

 

이제 무능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지도자와 관료들이 저질러놓은 이 상황을 정상으로 돌려놓으려는 노력은, 국민들이 극복하기엔 역사상 가장 고통스러운 도전이 될지 모르겠다.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지역감정을 쓰레기통에 확실히 처박아야 한다. 정책을 따지고 토론하는 것을 터부시하는 문화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그리고 이제 이런 일련의 모든 노력이 더 크고 위대한 비전에 수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동아시아의 모델, 동아시아 평화의 진정한 씨앗을 뿌릴 수 있는 국가, 진정한 번형의 확고한 구축이라는 비전 말이다.

 

이를 이제부터 토론해야 한다. 대화해야 한다.

 

이것에 관해 이제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유익할 듯하다. (6월 18일, 프리드먼, 뉴욕타임즈)

 

한국의 쇠고기, 미국의 이라크가 교훈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본인의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krakory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6.24 08:52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본인의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krakory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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