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물에 젖은 슬픈 나비

격렬했던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두 20대 여성들의 메신저 이야기

검토 완료

김혜미(stet21)등록 2008.06.30 15:31

<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모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힌 나비는 도모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무우밭인가 해서 나려 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저러서

공주처럼 지처서 도라온다.

 

삼월 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어서 서거푼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 [여성](1939년 4월) -

 

그 많은 사람들이 모인걸 보면 참 슬퍼

그 소화전 끌어다 물 쏘는데

어찌나 초라한지

전경이 때리면 도망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인데...

 

6월의 마지막 날.

10시 가 좀 못 된 시간.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화면이 뜨고, 메신저 자동 로그인 하는 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대화창이 뜬다.

 

메신저 기자의 컴퓨터에 떠 있는 메신저 창 ⓒ 김혜미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무사한거냐?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ㅇㅇ 너는?

 

두 사람은 친구다. 한 사람은 취업 3년 차. 또 다른 한 사람은 백수 3년 차.

지난 28일 격렬했던 촛불집회 현장에서 두 사람은 약속도 없이 우연히 만났다.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응 나 집에 가고 나서 바로 그렇게 된듯해

아슬아슬하다 정말;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난 11시에 나왔거덩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나도 11시좀 넘어서 나왔어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어제는 집에서 좀 쉬었는데 암튼 또 조만간 나가야 할 듯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오늘 나가려고

어제는 나도 쉬었어

오늘은 천주교에서 시국미사 있으니까 강경진압안하겠지?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기국미사고 뭐고 애 안고 있는 사람들도 안 봐주고 폭행하는 판국에  안 하겠냥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시국미사ㅋ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흥분해서 오타가;;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그래도 신부님 수녀님 있는데 함부로 못하겠지

교황청에서도 가만 안 있을 거고;

솔직히 함부로 해주면 고맙지 꺼진 불에 기름 붓는 격인데

우리나라엔 멍청한 국민들이 많아서 강한 자극이 있어야 각성이 되나봐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방구석에 쳐박혀 있는 남동생도

친구들 만나서 놀러 쳐 다니느라 바쁜 여동생도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너무 피곤해서 집회 나올 시간 없다는 친구도

첨에만 반짝 관심 보이던 친구도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남자얘기, 비싸고 맛있는 식당에만 관심 많은 내 중학교친구들도

명박이 찍어놓고 지켜보자고 하더니 지금은 조용한 우리회사 사람도...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정말 다 싫다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근데 지금 같아선 뭔 사단이 나도 관심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관심 없을 거 같아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자기만 아는 멍청한 인간들

그 행동이 나중에 자기 발등을 찍을지 모르다니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지나고 나서 후회만 하더라도 괜찮은 거지

후회할 줄조차 모를 수도 있으니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나중에 발버둥 치면 늦지...

자기가 억울한 상황에 되서 소리쳐봤자

그때 누가 관심이나 갖겠어?

자기 이익만 챙길수록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걸 왜 모를까

요즘은 아주 살기가 싫어 이런 더럽고 멍청한  세상에

이렇게 멍청한 사람이 많아서야 이 나라엔 희망이 없어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갈수록 심해 질 텐데 걱정이오

오늘도 회사 끝나고 바로 가는 거야? 남자친구랑?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남자친구는 잘 모르겠고

난 갈꺼야

이제 다른 사람 설득하기도 지쳤어

신념 없는 자는 오지 말라고 했어

신념없는 자는 오지마

-_-;

올지 안 올지 모르겠네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당신도 지치는군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걔는 나 지키느라 온거니까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나도 누가 지켜줬음 좋겠다ㅋㅋ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지친다 지쳐

변함없는 당국에 지치는게 아니라

그러면 오히려 기운이 솟아나는데

관심 없는 사람들 멍청한 사람들

귀찮아하는 사람들 때문에 지친다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장기전으로 갈 때 일수록 그런 피로감을 이겨야 되는데 말이지

너무 오래 끌고 있어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그걸 노린 걸 수 도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대책위진짜 하는 게 없어요

만날 앞줄에서 차 끌면 뭐하는데

무장한 전경들이 앞에 있는데 뚫고 갈수 있겠어?

진짜 너무 소모전이야

만날 지루하게 앉아 있다가

한 8~9시 되면 행진시작

당연히 막히고  뚫으려고 하다가 12시 넘어서 강제해산

차라리 각 지역 한나라당 당사 앞에 가서 시위를 해야지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내 생각에도 너무 큰 걸 노리지 말고 작은 것을 하나하나 공략해 나가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청와대 절대 못  간다 지금처럼 전경이 막으면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애초에 불가능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버스 끌어내면 기계 차 동원해서 땡기고

끌어낸 다해도 그 안에 무장한 전경들

장난 없는데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서로 흥분만 시키고 다치고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비무장에 여성, 노인, 아이까지 섞인

시위대가 도망가는 거 말고 뭘 할 수 있냐고

청와대가자고 하는 거는 처음 몇 번 해서 안 되면 끝냈어야 돼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다른 대책을 마련했어야 되는데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대책위는 첨에는 해산 시키다가 청와대가자고 주장하는 사람들 따라서

가자고 하는데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청와대 공략론(?)에 너무 기를 소진했어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만날 앞에서 방송만 하면 뭐해

대책위 없는 게 나아

뒷수습이나 하고

대책위는 시위에 너무 앞장서지 않았으면 해

차라리 어제 같은 게릴라전이 훨씬 낫다고 봐

매번 사람들 기운 빠지게 이게 뭐냥

게릴라 시위하다가

정말 중요한 날에만

반짝 모여야 하는데

이건 다들 지쳐서....

중요한 날에도 잘 안 나오고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아무튼 그날 시청 도착하자마자 딱! 만나서 어지나 놀랐는지ㅋㅋㅋ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그러게ㅋㅋ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우린 뭔가로 연결되어 있는게 아닐까?ㅋㅋ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그 많은 사람들 있는데 막 만나

전번에도 그랬던 것 같은데

ㅋㅋ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암튼 또 나가서 봅시다~

너무 지치지 마시고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지치긴 했는데 아직 꿈틀할 기운은 있어...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힘내삼~~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당신도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근데 우리 나비 같지 않냐? 주말에 집회 나갔다가 지쳐 돌아온 나비 같은 20대 여성ㅋㅋ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물에 젖은 나비던가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ㅇㅇ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그 많은 사람들이 모인걸 보면 참 슬퍼

그 소화전 끌어다 물 쏘는데

어찌나 초라한지

전경이 때리면 도망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인데...

/태극/원투 원투!!!/촛불/ 님의 말 :

정말 시리다. 지금 이 현실이 너무 시려...새파랗게..

 

/촛불/신공안정국 님의 말 :

나비는 오늘도 어쩌구ㅋㅋㅋㅋㅋ

우리 진짜 물에 젖은 슬픈 나비다

 

2008.06.30 15:37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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