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자 조선일보 사설에서 김대중 고문의 충심(?)이 담긴 애원을 읽을 수 있었다. “아무리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한다고 해도 자기 국민이 병에 걸릴 수 있는 것을 먹게 내버려 둘 위정자가 어디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가져 보라고 한다. 현재 이명박 정권이 문제가 없지 않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이제 그만 ‘일단 위정자의 약속을 지켜보”자고 한다. 이쯤되면 이제 조선일보는 현재 쇠고기 정국에서 더 이상 할말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너무 순진한 것인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한때 한국 최고의 영향력있는 언론인이었던 김대중 고문의 시국에 대한 감이 이렇게 떨어졌다니 안타까울 뿐이며 과연 무엇이 김고문의 필봉을 무디게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벌써 몇몇 시민기자들이 조선일보 편향되고 수준이하의 사설을 지적하였지만, “이제 그만 우리도 좀 편안히 살자”며 뜬끔없이 불만불평만 늘어놓는 국민성까지 대뜸 지적을 하는 이번 사설 대목에선 그야말로 실소를 금치 못했다. 누가 과연 지금 우리 국민들을 편안하게 못 살도록 하고 있는가? 무엇때문에 연일 수만명의 사람들이 한달이 넘도록 개인과 가족의 편안함을 뒤로하고 거리로 나서고 있는지 과연 김고문은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의아할 따름이다.
신문에서 사설은 무엇인가? 객관적인 사실을 대중에게 전달해야 가장 기본적인 임무와 함께 (논)사설을 통한 정론 (定論) 제시는 신문 저널리즘의 핵심적인 기능이다. 그야말로 해당 신문사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이슈가 되는 사건관련해서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 기반을 한 방향 또는 대안 제시가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설에서 현 쇠고기 정국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도 없다. 다만 이제 먹고 살게 되니 조금 문제 있는 미국 쇠고기 꼬투리 잡아서 정부에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우리 국민들의 국민성을 나무라고 있다. 그리고 대안이라는 것이 이제 정부를 믿고 기다리자고 한다.
사랑에 눈이 멀면 상대방의 허물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아니 보여도 그 허물을 덮어주고 싶은 것이 술직한 심정일 것이다. 지난 대선 기간동안 조선일보는 지난 10년을 좌파정부 아래서 읽어버린 시간으로 규정을 하고 보수세력을 재집권을 위해 올인을 했다. 또 그렇게 해내었다. 언론사라고 자기들의 정치적 견해를 못 가질 것은 없지만 그래도 언론학 교과서에 또렷이 적혀있는 정부와 권력에 대한 감시견 (Watchdog)으로서 언론의 역할과 사명에 대해 조선일보는 현 시점에서 꼽씹어 볼 필요가 있다. 현 정부에 대한 과도한 염려와 애정이 오히려 작금의 정국에 대한 오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 십여년 넘게 소위 메이저 신문인 조중동에 대한 여러가지 안티 운동이 있었지만 이번 촛불시위 과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폭력적인 양상을 띠는 것은 드물었다. 조중동 신문들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언론사에 대한 독자들의 폭력적 거부 상황은 한국 언론의 장기적 발전에 아주 우려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종이신문은 현재 내외적으로 아주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에 기반한 새로운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종이 신문이 기존의 존재 양식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여러가지 형식의 미디어가 서로 뒤섞여 경쟁을 하면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결국 좋은 저널리즘이 살아남는다. 이것은 지난 100여년의 저널리즘의 역사가 말해준다.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의 양식과 관계없이 결국에는 양질의 컨텐츠를 생산해 내는 좋은 저널리즘 (high quality journalism)을 구현해 내는 매체가 그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소위 조중동 신문사들은 스스로가 일등 신문이 외칠것이 아니라 또우리가 보도하면 여론이 된다는 식의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과연 지금 우리들이 좋은 저널리즘을 만들어 가고 있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자문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촛불 집회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이 조선일보의 보도태도에 항의를 하며 이제 더 이상 ‘신문’이 아니다 라고 주장을 했다. 조선일보가 앞으로 어떻게 대답을 할 것인지 눈여겨 두고 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사족하나, 조선일보 지면에서 이제 그만 ‘외국에 나가보니 조선놈들 처럼 무식하고 교양없고 시끄러운 사람 없더라는 식’의 넋두리는 안 보았으면 좋겠다. 외국에 잠깐이라도 다녀왔을라치면 꼭 우리네 사는 모습을 비하하고 비아양 거려야 선진국 견학(?)을 하고 온 티가 나는지 모르겠다. 설마 김대중 고문께서 외국을 많이 여행하고 돌아다니신다고 지면을 통해서 자랑을 하실려는 것은 아닐테고, 우리 국민들이 “시끄럽고 불만투성이이고 절차를 무시”한다는그런 다소 개인의 감정에 치우진 ‘비과학적이고 괴담 수준’의 글을 사설란에서 읽는 것이 과히 기분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2008.06.30 18:45 |
ⓒ 2008 OhmyNews |
|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