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하는 시민 발길 묶는 것은 합법인가?

막힌 길 앞에서 배회하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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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flores21)등록 2008.07.08 11:00

5일 광화문 사거리 세종로 일대에선 6.10 촛불집회 이후 최대 규모의 인원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촛불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전의경들이 사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저녁 9시쯤 되자 그들은 방패를 들고 청와대와 중앙청사, 미 대사관 방향을 완전 봉쇄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발생했다. 주말 저녁 광화문 근처에 있다 귀가하려던 시민들은 사방의 도로를 경찰병력이 점거하자 광화문 사거리 대로변을 왔다 갔다 하며 발을 동동 굴렸다. 전의경들이 막지 못한 자리는 차벽이 대신했다.

 

 

차벽은 좁은 골목길마저 차단했다. 전의경들이 막지 못한 길은 차벽으로 길을 봉쇄했고 골목길로 접어든 시민들은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 이현정, 김래영

 “이 길이 막히면 어느 쪽으로 돌아가야 하죠? 잠시 지나가기만 해도 안돼요? 집에 가야하는데 이쪽 방향으로 가야한단 말이에요.” 광화문 사거리에서 종로 3 가 방향으로 가려던 사람들은 사방이 철저하게 막혀있자 당황한 빛이 역력해 보였다. 계속되는 시민들의 물음에 확실한 대답을 못해주는 전의경들은 “이곳으로는 지나갈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일부 시민들이 전의경들과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골목길로 진입하던 사람들은 골목길을 딱 가로막고 서 있는 차벽을 보곤 다시 길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일산에 사는 김모(27. 여)씨는 광화문에서 친구를 만난 뒤 집에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 3호선을 타려고 종로 3 가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길이 막혀 오도 가도 못하자 분통을 터뜨렸다. “점점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은 집회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아닌, 정부라는 것을 왜 정부는 모르는지 모르겠어요. 걸어서 몇 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지하도로 내려가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장 간 뒤 다시 갈아타야 하다니... 시위하는 사람들이 거리를 불법 점거했다고 난리치면서 경찰들이 사방으로 도로 막아놓고 집에 못 가게 하는 것은 합법인가요?” 하고 되물었다.

 

 밤늦도록 막혀진 길을 돌아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무거워보였다. 모두 다른 길을 찾으려고 광화문 사거리 대로를 뱅글뱅글 돌다가 결국은 지하도로 내려갔다. 사방의 대로며 지하철 입구까지 쭉 길을 가로막고 있는 전의경들의 모습은 국민들을 무력으로 다스리려던 과거 독재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이런 상황이 마냥 낯선 듯 아빠 손을 잡고 지하도로 내려가던 어린 아이는 걷는 내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과연 우리들은 공권력이 도로를 장악해 버린 상황에서 그 아이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민주사회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막힌 길을 되돌아 가는 시민들 지나갈 틈없이 막힌 길때문에 시민들이 왔던 길을 되돌아 가고 있다. 몇몇 시민들은 길을 비켜줄지 몰라 가던길을 멈추고 기다리고 있다. ⓒ 이현정, 김래영

 

 “공권력이 청와대를 지키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 느낌”이라고 소감을 말한 박모(35. 남)씨는 씁쓸한 표정으로 가던 길을 멈추고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그의 카메라엔 막힌 길을 보며 당황해하는 시민들의 표정이, 사방을 둘러싸고 사람들의 애원에도 사람 하나 빠져나갈만한 샛길하나 만들어주지 않는 의경들의 모습이 담겨졌다. 십 여분 후 카메라를 가방에 집어넣은 그가 다른 이들처럼 집에 가기 위해 지하도로 방향을 돌렸다. 지하도 아래로 그의 모습이 점점 사라져버렸다.

 

 

 

 

 

 

 

 

2008.07.08 11:07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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